김명수 대법원장 “‘거짓 해명 논란’ 수사 성실히 임하겠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른바 '거짓 해명 논란'과 관련해 퇴임 후 검찰이 수사할 가능성에 대해 "수사가 정당한 절차로 진행되면 당연히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오는 24일 퇴임을 앞두고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사중인 내용이라 이야기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면서도 '원론적인 차원의 답변'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당시 제가 여러 불찰로 인해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지금도 여전히 송구하다는 마음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재임 중 아쉬운 일로도 꼽으면서 "제가 말도 조심했어야 하고 몸가짐도 조심했어야 한다"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2020년 5월 22일 임성근 전 부장판사와의 면담에서 국회의 탄핵안 의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사표 수리 요청을 반려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이를 전면 부인했지만 임 전 부장판사 측이 당시 대화가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이후 국민의힘이 2021년 2월 김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등 혐의로 고발해 검찰이 수사하고 있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가 연루된 '사법행정권 남용'(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2018년 검찰 수사에 협조한 것에 대해서는 "그 시점에 다시 돌아가도 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그 무렵이 가장 힘든 시간이었고 그야말로 불면의 시간이었다"며 "추가 조사가 여러 번 있었고 결과에 수긍할 부분도 있었지만 우리 자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의문이 많았다"고 회고했습니다.
이어 "당시 사상 초유로 대법정이 점거되는 사태가 있었다"며 "법원의 엄중했던 상황을 생각한다면 저로서는 절박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그와 관련해 무죄 판결이 나고 징계 절차에 회부된 부분 등과 관련해서는 결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 '법원 불신' 반박…"이균용 후보자, 고향 후배이자 대학 동기"
김 대법원장은 지난 6년의 재임 기간 법원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는 비판을 반박하며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강제징용 관련 사건 무렵(2018년)에 법원 신뢰도가 역사상 가장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미룬 일도 없었고 나름대로 의미 있는 판결을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강제징용 판결 외에도 긴급조치 관련 판결, 제사 주재자에 관한 판결 등을 거론하며 "나름대로 재판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판결이라 생각한다"고 자평했습니다.
이균용 후임 대법원장 후보자가 '사법부 신뢰·재판 권위 회복'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도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다. 어느 대법원장이 그것을 추구하지 않겠느냐. 그런 일들이 잘 진행돼 뜻한 성과를 이루기 바란다"며 원론적으로 답했습니다.
이 후보자에 대해선 "제 고향 후배이자 대학 동기이고, 같은 대법관을 모시는 전속연구관으로 함께 일했다"며 "서로 친했다고 할 수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 "지난 6년 첩첩산중…퇴임 후 변호사는 안 할 것"
김 대법원장은 "지난 6년간은 산을 넘어도 산이 있고, 산을 넘어도 산이 있는 것 같았다"며 임기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첩첩산중(疊疊山中)'을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첩첩산중이었지만 오리무중은 아니었다. 갈 방향은 가지고 갔다고 생각한다"며 "큰 성과를 냈다고 하긴 어렵지만, 불면불휴하며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일했다"고 말했습니다.
임기 중 최대 성과를 묻는 질문에는 형사재판 분야에 전자소송을 도입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형사소송은 종이 기록을 바탕으로 하다 보니 서류 복사 미비로 재판을 연기하는 일이 많았다"며 "법무부, 경찰, 검찰, 해양경찰, 공수처까지 협의해 전자소송을 도입하게 됐고, 시행 이후 국민, 소송관계자, 법원 구성원들에게 편리하고 유익할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가장 아쉬운 점으로는 상고제도 개선이라고 밝혔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상고법원 설치안을 추진했지만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지며 논의 자체가 중단됐고 김 대법원장은 2017년 9월 취임사에서 실정에 알맞은 상고제도 도입을 약속했지만 불발됐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출범해 2년여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고 검토했지만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가 참 힘들었다"며 "올해 1월에야 일부 대법관을 증원하고 상고심사제 채택하는 안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6년간 공정한 인사가 이뤄졌냐는 물음에는 "제가 특별히 인사기준을 바꾼 일은 없고 가능하면 다수 의견에 따라 인사를 하려고 노력했다"며 "선발성 보직 인사에는 멀찍이 떨어져 있어서 나름의 공정을 유지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재판지연 지적에는 "결국 법관증원법을 통해 법관 숫자를 늘리는 일이 병행돼야 실질적으로 재판지연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판 기능이 제한적이었다는 점도 들면서 "민사 단독관할 확대에 따른 재판부 증설 효과가 가시화하는 등 사건 처리 역량이 정상화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퇴임 후 생활과 관련해서는 "40년간 법관이라는 일만 했고 곁눈질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서 다른 분들은 뭐에 즐거움을 느끼고 행복해하는지…"라며 "정말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변호사는 안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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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기자 (maria615@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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