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10년 수익률 4.7%, 캐나다의 절반…"'기금운용공사' 분리 제안"

손승환 기자 최현만 기자 2023. 9. 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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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차 재정계산위 공청회…연기금 수익률 캐나다 10%, 미국 7%
기금 운용 조직 별도 분리한 공사 신설 제안, "자율성 부여해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민원실 모습. 2023.6.12/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세종=뉴스1) 손승환 최현만 기자 =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5% 이상으로 인상이 불가피하단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연금 수익률을 함께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5% 안팎인 국민연금 수익률이 주요국보다 낮다는 취지인데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비율을 현 수준보다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험료율 15%나 18%로 올리면 2093년까지 기금 유지 가능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 공청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현 정부의 연금개혁을 위해 출범한 재정계산위는 지난해 11월 킥오프 회의를 가진 이후 이달까지 총 21차례의 회의를 진행한 바 있다.

이날 공청회에선 그간 재정계산위의 논의 결과를 담은 보고서가 발표됐다. 보고서는 현행 제도 유지 시 2055년 고갈 예정인 국민연금의 장기적 재정 안정화를 위해선 9%인 보험료율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보험료율을 각각 12%, 15%, 18%로 인상하는 경우를 가정해 기금소진 시점을 제시했다. 그 결과 12%까지 인상하는 경우에는 기금소진 연도가 2080년까지 늦춰지긴 하나 재정추계 기간 말인 2093년까지 기금이 유지되진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5%로 올릴 경우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68세로 상향하고 기금 수익률을 1.0%포인트(p) 높이면 재정추계 기간 기금을 유지할 수 있었다. 특히 18%까지 보험료율을 높이면 지급개시 연령 상향과 기금수익률 인상 중 한 가지 방안만 택해도 추계 기간 내내 기금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했다.

김용하 재정계산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사전 설명회에서 "보험료율을 18%까지 높이기만 하면 2093년까지 (기금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있지만 이렇게 되면 고소득자는 낸 것보다 적게 받는 측면이 있다"며 "사실 기금 운용만 잘하면 15%까지만 높여도 지급 개시 연령을 올리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韓 연금 수익률 외국보다 낮아…"위험 좀 더 수용해야"

이날 공청회에선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비중있게 제기됐다. 특히 재정계산위 산하 전문가 단체인 기금운용발전위원회(기발위)는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해외 연기금과 비교해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했다.

기발위가 제시한 최근 10년간 각 국가의 연기금 평균 수익률을 보면 △한국(4.7%) △일본(5.78%) △캐나다(10.01%) △미국(7.03%) △네덜란드(5.09%) △노르웨이(6.69%) 등이었다.

기발위 위원장을 맡은 박영석 서강대 교수는 "네덜란드가 최근 수익률이 좀 낮아졌지만 최근 숫자를 제외하면 높고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캐나다는 (우리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며 "이들 국가의 높은 투자 수익률은 우리나라보다 위험자산 투자 비율이 높도록 의사결정을 했기 때문에 달성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결국 금융 시장의 기본적인 원리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 추구)"이라며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려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명목 경제성장률 수준의 수익률을 지향하는 현행 국민연금 운용 체계하에서는 중장기 실현수익률이 결국 4%대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또 현재 국민연금의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비율은 각각 45%, 55%인데, 내부조직 구조상 이를 유연하게 조정하기도 쉽지 않단 것이 기발위의 설명이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원본부. 2023.1.3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기금운용공사' 설립 제안…기금운용 인력 처우 개선도

기발위는 국민연금공단 조직에서 연금기금을 운용하는 조직을 따로 떼어내 공사(公社) 형태로 만들자는 제안도 내놨다. 이는 '기금운용' 기능이 '제도운영' 기능 아래에 있는 현행 조직 구조에서 벗어나, 두 가지 기능을 명시적으로 분리하는 것이 골자다.

보고서는 두 기능을 분리해야 하는 이유로는 우리사회에 국민연금을 사회적 기금으로 보는 견해와 신탁자산으로 보는 시각이 양립한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소득 불균형 완화에 초점을 맞춰 안정적인 운용을 추구하다간 낮은 기대수익률로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고, 노후소득 보장 강화에 방점을 두더라도 수익률이 낮을 경우엔 결국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지급 연령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기금운용 기능을 분리해 최대한의 자율성이라도 부여해야 전문성에 입각한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단 것이다.

이에 보고서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가입자 대표 중심의 '국민연금정책위원회'(가칭), 기금운용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운용 집행 조직인 '기금운용공사'로 재편할 것을 제안했다.

국민연금정책위원회가 위험자산 배분, 장기 재정추계 등 기금운용의 큰 방향을 '기준 포트폴리오'로 제시하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투자 의사를 결정하고, 이를 기금운용공사가 실행하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기금의 재정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목표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 이론적인 최적 비중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게 보고서를 작성한 기발위의 설명이다.

(국민연금 제공)

아울러 현재 국내주식, 해외주식, 국내채권, 해외채권, 대체투자 등으로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두 가지로 단순화할 것도 제안했다.

보고서는 이처럼 이원화할 경우 기금운용 방향에 대한 투자 위험에 대한 직관적 이해가 가능하고, 국민 이해도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기발위는 기금운용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 우수 인력 확보, 해외 사무소 추가 설치 등을 제안했다.

s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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