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기원 열쇠 쥔 ‘박쥐여인’ 중국 최고권위 과학원 원사 후보에
‘박쥐 여인’으로 불리는 스정리(石正麗)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신흥감염병센터장이 중국 내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중국과학원 원사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코로나19 기원 논쟁 속에서 ‘실험실 유출’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스 센터장이 지난달 31일 중국과학원이 발표한 583명의 원사 후보 명단에 포함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일 보도했다. 중국과학원은 중국 내 과학 분야 최고 학술기관이며, 과학원 원사는 관련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는다. 중국과학원에서는 매년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낸 국내외 과학기술 연구자를 추천받아 투표로 신규 원사를 뽑는다. 올해도 연말에 79명을 원사로 선정할 예정인데 스 센터장이 후보자 가운데 한 명으로 추천된 것이다.
스 센터장은 박쥐 관련 바이러스 전문가로 2002년 발생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기원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논문을 발표해 ‘박쥐 여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의 이름이 세간에 널리 알려진 건 코로나19 발생 이후다. 당초 코로나19는 우한의 수산물 시장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각에서 우한바이러스연구소를 진원지로 주목하는 주장이 나왔다. 연구소에서 진행하던 박쥐 연구 과정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스 센터장은 우한연구소에서 관련 연구를 주도해왔기 때문에 코로나19 기원의 열쇠를 풀 인물로 주목받았다.
중국 당국과 스 센터장은 코로나19의 연구소 기원설을 일축하고 있지만 명확한 기원이 밝혀지지 않고 잠재된 논쟁의 여지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그가 중국 최고 학술기관이 인정하는 최고 권위의 과학자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중국과학원은 앞서 2021년에도 우한바이러스연구소를 ‘걸출한 과학기술 성취 상’ 후보에 올린 바 있다. 당시 과학원은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 대해 “체계적인 코로나19 병원체 감정·연구를 완성하고 후속적인 코로나19 근원 추적과 역학, 발병 메커니즘 연구와 약물·백신 개발에 중요한 기초를 다졌다”고 평가했다. 또 스 센터장에 대해서는 “코로나19 병원체 확정과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완성, 바이러스 분리 등에 있어 전면적이고 체계적인 병원체 감정·연구를 완성했다”며 ‘두드러진 공헌자’라고 설명했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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