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는 트위터를 죽일까, 살릴까... 세계 최대 부호의 전격 인수 전말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2023. 9. 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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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개조를 다음 ‘놀잇거리’로
지분 매입 단 1주일만에 전격 ‘인수’ 결정
“트위터 운영 쓰레기 같아...다 바꿔야”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 로이터=연합뉴스

전세계 3억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소셜미디어 트위터(현 X)는 지난 10월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에 인수된 후 변화의 격랑(激浪)에 휩싸이고 있다. 머스크의 ‘철권 통치’ 아래 70%에 가까운 직원이 해고됐고, 17년 동안 사용했던 ‘파랑새’로고와 사명도 하루아침에 버려졌다. 인수 근 1년만에 트위터를 완전 해체하고 재조립한 것이다.

테슬라, 스페이스X, 보링컴퍼니 등 회사를 6개나 운영하고 있는 머스크가 트위터 개조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31일(현지 시각) 머스크의 전기를 집필한 작가 월터 아이작슨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대한 진짜 이야기’라는 에세이에서 이 같은 질문에 대한 상세한 답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베일에 싸여있던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전말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머스크, 왜 트위터에 꽂혔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 로이터

아이작슨에 따르면 지난해 초 대부분 사업에서 막대한 성공을 이룬 머스크는 ‘승리했지만 게임 전원을 끌 수 없는 게임 중독자의 상태’였다. 전력을 다해 사업을 성공시키는 짜릿함에 도취한 그에게 휴식은 공허하게 느껴지고, 새로운 자극만이 절실했다는 것이다. 머스크가 소유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의 이사이자, 머스크와 두 아이를 낳은 시본 질리스가 머스크에게 “당신은 전쟁중에 있어야 더 큰 위안을 느끼는 것이냐”고 묻자, 그는 “나는 원래 이렇게 설정된 사람 같다”며 “항상 (카지노) 칩을 테이블로 다시 올려 다음 단계의 게임을 놀고 싶어진다”고 답했다.

자극에 고파있던 머스크의 ‘불안정한 성공 시기’는 마침 그가 100억 달러 규모의 만료된 스톡 옵션을 행사한 기간과 겹쳤다. 그는 “그 돈을 은행에 맡기고 싶지 않았고, 마음에 드는 상품이 무엇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더니 답은 간단했죠. 트위터였어요”라고 했다. 실제로 머스크는 지난해 1월 그의 개인 사업 관리자인 재러드 버첼에게 트위터 주식을 매입할 것을 비밀리에 지시했다.

일론 머스크는 수년 전부터 트위터에서 자신의 생각들을 거침없이 표현하며 네티즌들과 ‘설전’을 펼치는 것을 게임처럼 즐겨왔었다. 아이작슨은 “트위터는 조롱과 괴롭힘을 포함해 학교 운동장의 특성을 그대로 갖고 있지만, (머스크 같은) 영리한 아이들이 팔로어를 얻는 곳”이라며 “(공부벌레라는 이유로)어렸을때 처럼 구타를 당하는 일도 없는데다, 이 플랫폼을 소유하면 그는 ‘학교 운동장의 왕’이 될 수 있다”고 썼다. 유년기의 결핍이 머스크가 트위터에 유별나게 집착하게 된 이유라는 것이다.

하지만 쉰살이 넘은 머스크의 머릿속엔 교내 괴롭힘을 피하는 것 외에도 다른 우려들이 있었다. 머스크는 이른바 ‘깨어난 정신 바이러스(Woke mind virus)’가 미국을 병들게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유색인종·성소수자 등 사회적 사안에 대한 ‘정치적 올바름’을 지키느라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아이작슨은 “머스크는 트위터의 지분 9%를 매입한 지난해 4월에 이미 트위터를 더 포괄적인 ‘X.com’으로 바꾸고, 그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아이작슨은 “머스크의 이 같은 생각은 큰 아들 자비에르(Xavier)가 여성으로 성전환을 결정한 것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자비에르는 지난해 6월 성별을 여성으로 바꾸고, 이름을 ‘자비에르 머스크’에서 엄마의 성을 따른 ‘비비안 제나 윌슨’으로 바꾸며 “내 생물학적 아버지와 어떤 형태로든 연관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머스크는 아이작슨에게 “내 자식이 사회주의를 넘어 완전한 공산주의자가 됐고, 모든 부자를 악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좌파적 이념이 자신과 딸 사이를 갈라놓았다며 고통스러워했다는 것이다.

◇들여다볼수록 엉망인 트위터…”직접 손봐야”

파라그 아그라왈 트위터 전 CEO./로이터

이때까지만 해도 트위터를 인수하겠다는 생각이 없던 머스크는 지분 매입 후 당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였던 파라그 아그라왈을 만나고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그는 아그라왈을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면서도, “트위터에 필요한 것은 불뿜는 용인데 그는 그렇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아이작슨은 “머스크에게 CEO에게 필요한 자질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결코 ‘좋은 사람’을 포함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의 격언 중 하나는 ‘관리자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을 목표로 삼아선 안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트위터의 사업 내역을 살펴본 머스크는 강력한 조치 없이는 트위터가 오래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다. 예컨대 가장 인기가 많은 계정의 팔로어 다수가 오랫동안 활동을 안한 ‘허수 계정’으로, 트위터의 사업 현황이 과장됐다고 본 것이다. 아이작슨은 “그 후 모든 결정은 성급하게 이뤄졌다”고 했다. 지분 매입 후 단1주일 만인 지난 4월 9일, 머스크는 “회사를 9% 지분으로 고칠 방법은 없다”며 트위터를 전격 인수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실제로 머스크는 그 후 빠르게 인수자금을 조달했고, 트위터 이사회는 4월 말 인수 계획을 승인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트위터의 사업을 들여다볼수록 화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트위터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정말 바보들이며, 그들이 자신이 만든 쓰레기와 같은 상황에 헛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트위터 사옥 화장실에는 ‘성별 다양성을 환영합니다’라고 쓰여진 간판이 붙어있었고, 매달 정신적인 ‘휴식의 날’을 운영했으며, 모두를 배려하는 ‘심리적 안전’이 핵심 운영 정책인 회사였다. 아이작슨은 “머스크가 선호하는 용어는 ‘하드코어’이며, 불편함이 좋은것이라 믿는 사람”이라며 “휴가, 일과 삶의 균형은 그의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트위터의 상징인 파랑새에도 혐오감을 내비쳤고, “이 빌어먹을 새들은 모두 사라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위터는 이때부터 ‘X’로 변화할 운명이었던 것이다.

인수자금이 이체된 것을 확인한 지난해 10월 26일 오후 4시 12분.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자인 자신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아그라왈 CEO를 포함한 트위터 최고경영진 3명을 즉시 해고했다. 쾌활하고 가벼운 ‘트위터랜드’가 어둡고 폭풍처럼 몰아치는 ‘머스크버스’에 편입된 순간이었다.

트위터의 새로운 이름인 'X'가 보이는 트위터 사옥./일론 머스크 트위터

다만 테크 업계에선 여전히 머스크가 트위터를 망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머스크가 인수한 후 트위터의 광고 매출이 크게 줄었고, X로 이름으로 바꾼 후에는 ‘트위터’를 돌려놓으라는 이용자들의 반발도 심각한 상태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머스크의 사업 중에도 성공하지 못한 것들이 있다”며 “그가 죽어가는 트위터를 살릴지, 아니면 더 빨리 죽이게 될지는 여전히 두고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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