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딸 학대 친모 동거인 징역 20년 "사실상 보호자 위치"
4살 딸을 영양결핍에 이르게 하고 상습 폭행해 사망하도록 한 20대 친모의 동거인에게도 법원이 법상 보호자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해 중형을 선고했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1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1억2450만 원을 선고했다.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된 A 씨의 남편 B 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친딸의 식사를 제대로 챙겨주지 않고 상습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지난 6월 징역 35년을 받은 C 씨의 지인이자 동거인이다. A 씨는 피해 아동이 사망한 지난해 12월 14일 친모가 폭행하는 것을 용인하고, 아동이 발작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도 119 신고 등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또한 C 씨에게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성매매를 강요해 최대 2410회에 걸쳐 1억2450만 원의 성매매 대금을 받은 혐의도 있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A 씨가 사실상 보호자의 역할에 있었기에 공동정범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기존 공소사실인 아동학대 살해 방조를 예비적 공소사실(주위적 공소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추가하는 공소사실)로 변경하고, 아동학대 살해를 주위적 공소사실(공소를 제기한 주된 범죄 사실)로 했다. B 씨 역시 기존 공소사실인 상습 아동유기·방임 방조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하고 상습아동유기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변경했다.
앞서 A 씨 측은 혐의를 부인했다. 정범이 되기 위해서는 법상 보호자 지위가 인정돼야 하지만 친모와 같은 보호자 지위가 성립되지 않고, 피해 아동이 사망할 당시 구호에 소극적이었던 친모에게 병원으로 갈 것을 적극적으로 요청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상 친권자는 아니지만 A 씨 부부와 C 씨가 공동체적 생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사실상 아동을 감독하는 보호자였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보호자의 범주에는 친권자 외에도 기타 이유로 사실상 아동을 보호·감독하는 자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 씨는 C 씨에게 성매매를 권유했고 매달 800만 원의 성매매 대금을 관리하고 사용하는 등 공동체적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에 C 씨가 성매매를 하는 동안 피해 아동을 돌볼 의무가 있었지만 시력을 잃고 메말라가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며 “C 씨와 다툰 이후 양육에 상관하지 말라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보호자로 인식하는 피해 아동을 먹이고 양육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C 씨가 자신의 딸을 상습 폭행한 것을 A 씨가 말리지 않고 용인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의 부검 결과를 보면 신체 전체에 상처가 발견됐고 가슴뼈에는 시일이 경과된 골절도 있었다. 장기간에 걸쳐 외력이 가해진 것이다. C 씨 스스로도 갈수록 폭행이 심해졌다고 진술했다”며 “A 씨는 같은 공간에 있었기에 이 같은 사실을 알았을 텐데 친모로부터 피해 아동을 분리하는 등의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사망 당시 아동은 심각한 영양 결핍 상태지만 피고인들은 이를 매일 보고도 모른 척 했다는 점에서 무자비하다. 또 보호자의 의무는 행하지 않으면서도 친모에게 성매매, 집안일을 시켜 경제적 이익을 향유해 비난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계획적, 확정적으로 살해하려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의 공혜정 대표는 “친권자 외에는 보호자의 지위가 잘 인정되지 않았는데 이번 판결에서는 이례적으로 보호자의 지위를 폭넓게 적용해 중형이 선고된 것 같다”며 “아동학대 근절에 대한 재판부의 의지가 엿보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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