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임기 중 의미 있는 판결 많이 했다고 생각”

퇴임 앞두고 기자간담회…양심적 병역 거부, 강제징용 사건 등 꼽아
고법 부장승진제 등 재판 지연 원인, 대법원 편향 지적에는 반박…‘거짓말 논란’ 수사 “정당한 절차로 진행되면 임할 것”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8월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24일 퇴임하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나름대로 의미 있는 판결을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고 임기 6년을 자평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강제징용 관련 사건 무렵(2018년)에 법원 신뢰도가 역사상 가장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 신뢰의 근본 토양은 재판"이라며 "어떤 판결을 했느냐가 그 대법원을 상징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긴급조치 관련 판결, 제사 주재자에 관한 판결 등을 거론하며 "재판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판결"이라고 언급했다.

‘재판 지연’ 문제와 관련해서는 "법관이 예상만큼 충원되지 못했고 경력 법관들이 배석판사로 들어오면서 사명감과 열정만으로 일하게 하긴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 등 재판 지연 원인으로 지목되는 데 대해서는 "법관이 승진 제도가 있을 때는 성심을 다하고 없을 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법원장 추천제와 관련해서도 "예전에는 지방 부장판사가 고등부장이 되지 않으면 사표를 냈지만 지금은 수석부장판사, 법원장도 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며 "역량 있고 훌륭한 분들이 더 열심히 일하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재임 중 대법관의 이념 분포가 편향적으로 됐다는 일각의 지적에는 "가능하면 대법원이 균형을 갖춘 구성이 되도록 노력했고 제게 맞는 편향적 대법관을 제청하는 것은 의도하지 않았다"며"항상 복수로 균형을 맞춰서 제청했다"고 반박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른바 ‘거짓 해명 논란’과 관련해 퇴임 후 검찰 수사를 받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가 정당한 절차로 진행되면 당연히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2020년 5월22일 임성근 전 부장판사와의 면담에서 국회의 탄핵안 의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사표 수리 요청을 반려했는데, 이 사실을 부인하다 관련 녹취록이 공개되자 사과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2021년 2월 김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등 혐의로 고발해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가 연루된 ‘사법행정권 남용’(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2018년 검찰 수사에 협조한 것에 대해서는 "그 시점에 다시 돌아가도 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퇴임 후 계획에 대해서는 "정말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고 싶다"며 "변호사는 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병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