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쇼’ 같은 뮤지컬 콘서트로 ‘귀호강’ 하러 간다
‘종합선물세트’ 같은 갈라 공연
진솔함ㆍ다양성 보여줄 기획 필수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광기에 갇힌 댄버스 부인(‘레베카’), 당당하고 씩씩한 도나(‘맘마미아’), 얄밉지만 능청스러운 마담 카를로타(‘팬텀’)…. 뮤지컬 배우 신영숙의 ‘평행 우주’엔 무수히 많은 신영숙이 있다. ‘오페라 갈라’처럼 주옥같은 ‘명곡의 향연’이었다. 2023 신영숙 콘서트 ‘친절한 영숙씨’에서다.
요즘 뮤지컬 배우는 뮤지컬 무대에만 서지 않는다. 배우 신영숙, 차지연 등 업계 톱 여배우를 비롯해 뮤지컬 배우들이 대거 소속된 팜트리아일랜드까지, 뮤지컬 배우들의 콘서트가 부쩍 늘었다.
뮤지컬 배우들의 ‘단독 콘서트’는 작품 밖 배우의 보고 싶은 관객의 요구와 작품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배우의 바람이 만나야 성사된다.
배우들 입장에선 ‘하나의 캐릭터’만 보여줘야 하는 뮤지컬 무대로 인한 갈증을 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친절한 영숙씨’를 기획한 샘컴퍼니 관계자는 “뮤지컬 배우들은 보통 작품 속 모습만 보여주게 되고, 여러 무대에 설지라도 해당 공연이 아니면 색다른 모습을 만나기 어렵다”며 “그간 꺼내지 못한 여러 모습을 한 무대에서 보여주기 위해 콘서트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관객들 역시 작품 속 ‘캐릭터’를 넘어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의 다양한 모습을 보기 위해 콘서트를 찾는다. 이들의 콘서트를 기획하는 제작사 관계자들은 “최근 많은 뮤지컬 배우들의 단독 공연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관객의 니즈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뮤지컬 배우들의 콘서트는 일종의 갈라 무대 형식이다. 이들은 노래가 ‘기본값’인 만큼, 소화하는 장르의 폭이 넓고 보여줄 것도 많다. 차지연 콘서트를 기획한 쇼노트 관계자는 “뮤지컬 배우의 콘서트는 많은 무대 경험을 가진 아티스트의 공연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시도를 통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강력한 주인공을 이미 확보한 콘서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획’이다. 관계자들은 “작품과는 또 다른 배우들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고 관객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안겨줄 기획력이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기획을 빛내는 첫 번째 요소는 ‘노래’다. 배우들의 콘서트에선 그간 출연해온 작품에서 부른 넘버를 비롯해 단 한 번도 부른 적 없는 뮤지컬의 넘버를 선곡한다. 인기 작품일수록 관객들의 반응도 좋다.
최근 신영숙이 4년 만에 연 단독 콘서트 ‘친절한 영숙씨’는 이같은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황금별’ 장인이라는 별칭을 안겨준 뮤지컬 ‘모차르트’ 속 넘버를 비롯해 헨델 오페라 리날도 ‘울게하소서’, ‘시카고’의 ‘올 댓 재즈(All that jazz)’, ‘영웅’의 ‘장부가’ 등 출연한 적 없는 작품의 넘버까지 소화했다. 샘컴퍼니 관계자는 “여배우는 부를 기회가 없는 넘버도 선곡해 특별함을 더했다”고 말했다.
차지연은 데뷔 17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건 콘서트(9월 2~3일)를 연다. 이번 콘서트에선 ‘위키드’의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 ‘더 데빌’의 ‘포제션(Possession)’, ‘라이온킹’의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 등의 뮤지컬 넘버는 물론, 아이유와 앨리샤 키스의 대표곡까지 다양한 세트 리스트를 구성했다. 차지연의 ‘인생 넘버’인 ‘서편제’의 ‘살다보면’은 물론, 그의 자작곡까지 만날 수 있다.
차지연은 “노래 선곡 과정에서 몇 번의 수정 끝에 완성한 세트 리스트를 보면서 곡마다 이야기를 썼다”라면서 “무대 위에서 지켜온 나만의 루틴을 떠올리며 절대 관객을 기만하지 말고, 관객을 향한 감사함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무대’ 역시 단순한 콘서트가 아니다. ‘친절한 영숙씨’는 뮤지컬 ‘모차르트!’, ‘피맛골연가’, ‘투란도트’를 연출한 유희성이 진두지휘했고, 뮤지컬 음악감독 장소영, 작가 오세혁이 출동해 무대를 꾸몄다. 샘컴퍼니 관계자는 “뮤지컬 배우의 콘서트인 만큼 기존 작품 못지 않은 퀄리티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컸다”며 “세트까지는 아닐지라도 영상, 기성복이 아닌 제작 의상 등을 통해 뮤지컬을 보는 것 같은 무대를 꾸몄다”고 말했다.
뮤지컬 배우 겸 가수 김준수가 대표로 있는 팜트리아일랜드는 뮤지컬 배우 소속사로는 처음으로 기획사 차원의 콘서트를 열었다. 김준수를 비롯해 김소현·손준호 부부, 정선아, 진태화, 서경수, 양서윤 등이 소속된 회사다.
팜트리아일랜드의 콘서트는 볼거리가 많다. 배우들이 출연한 각각의 작품 속 넘버를 소화하고, 이들 간의 관계성을 엿보는 재미가 좋다. 굳이 게스트를 부르지 않아도 남녀, 남남, 여여 듀엣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공연의 구성 자체가 콘서트의 기획 방향성과도 맞닿는다. 팜트리아일랜드 관계자는 “이 콘서트는 소속사의 배우만으로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바람을 가지고 시작됐다”며 “각 배우들의 다양한 모습과 가족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첫 회 때 반응이 좋아 2년 연속 하게 됐다”고 말했다.
뮤지컬 배우들은 많지만, 이들처럼 개별 콘서트를 열 수 있는 배우들은 많지 않다. 제작사의 수익이 고려돼야 하기 때문에 배우의 인지도 및 티켓 파워가 있어야 무대가 가능하다. 신영숙의 콘서트는 마곡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에서 이틀 간 약 2600명의 관객과 만났다. 배우 차지연이 공연할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도 비슷한 규모다. 지난해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사흘간 열리며 1만 5000명의 관객과 만난 팜트리아일랜드 갈라콘서트는 올해는 세종문화회관(9월 22~24일)에서 3일간 열리며 9000명의 관객을 동원할 예정이다. 일찌감치 ‘피케팅’(피 튀기는 티켓팅)의 순간을 만났다.
제작사 관계자들은 “뮤지컬 배우들의 콘서트는 배우 개개인의 인지도는 기본이고, 그 인지도를 넘어서는 티켓 파워와 인기를 갖추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며 “대극장 규모의 뮤지컬에서 주연으로 설 수 있는 배우를 중심으로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전지현까지 내세우더니” 충격의 164억 적자…속타는 야놀자
- 한강공원에 무료 반려견 수영장 생긴다
- 車 조수석에 거대한 정체…설마 ‘황소’ 태우고 질주?
- 혈액암 투병 안성기 근황, 김혜수·정경순과 밝은 미소
- “정략결혼 거부, 남친 따로 있다” 18살 딸 ‘명예살인’ 파키스탄父 체포
- ‘부모 빚투’ 마이크로닷 "식당서 12시간 근무…변제 위해 끝까지 노력”
- 양손 묶여 숨진 40대女…신고받은 경찰, 현장 40m옆까지 왔다가 그냥 갔다
- 부부 동반모임서 남의 부인 성폭행 시도…30대 소방관
- “남편 주면 좋아할 것” 女 유권자에 비아그라 건넨 시의원 벌금형 확정
- "아이라인 짝짝이 됐잖아"…女아나운서 병원서 난동부렸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