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쇼] 김태경 "'묻지마' 자극적 보도, '비열한 세계 증후군' 만든다"

2023. 9. 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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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묻지마 범죄에 대중들 불안? 연속성 인식 때문
- '생존모드'된 우리 뇌, 안전감 회복에 2~3주
- 자기돌봄훈련 필요…한숨, 심호흡이 기본적 방법
- 사건영상 눈으로 보면 2차 트라우마…아예 안 봐야
- 언론, 시민들 지혜로운 대응 등 다양한 보도 필요
- 자극적 보도가 '비열한 세계 증후군' 조장할 수도
- 애도와 추모로 고인 기억, 유족에게 큰 위로된다
- '국가가 도와주리라' 믿음 필요…관련 제도 구현돼야

■ 방송 : SBS 김태현의 정치쇼 (FM 103.5 MHz 7:00 ~ 09:00)
■ 일자 : 2023년 9월 1일(금)
■ 진행 : 김태현 변호사
■ 출연 : 김태경 서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김태현 : 정치가 짚어야 할 아젠다를 던지는 정치쇼 아젠다 연속기획, <한국의 조커들>시간입니다. 이상동기범죄들이 터지면서 대낮에도 늘 가던 곳이 무섭고 주머니에 손을 꽂고 걷는 사람을 보면 경계하게 됐습니다. 오늘 마지막 주제는 무차별범죄가 만든 불안의 심리학입니다. 김태경 서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와 전화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김태경 : 안녕하세요.

▷김태현 : 이상동기범죄 사건, 이것이 자꾸 일어나면 아무래도 일반 대중들 마음속에는 불안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잖아요. 이런 무차별적인 범죄 이런 게 심리적으로 일반 대중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건가요?

▶김태경 : 아무래도 불안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국민들께서는 다른 때보다 유독 불안을 많이 느끼는 이유가 연쇄성이라고 볼 수 있어요.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고 인식하고 계시기 때문에 우리 뇌가 기본적으로는 생존모드와 학습모드로 구성이 돼 있고 이 둘간의 균형을 적당히 맞추면서 살아가거든요. 평소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학습모드를 유지하는데요. 놀랄 만한 일이 생기면 생존모드로 급격히 변환을 하고 당연히 불안이 고조됩니다. 그런데 이게 평소에는 한 2, 3주 정도가 지나면 다시 진정돼서 학습모드로 전환이 되는데요. 하지만 생명의 위협을 느낄 만큼 아주 큰 사건을 목격하거나 경험하거나 아니면 2, 3주가 지나면 가라앉지만 2, 3주가 되기 전에 비슷한 사건이 재발되는 경우에는 학습모드로 전환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불안이 지속되는 거죠.

▷김태현 : 그래서 그 연쇄성 문제 때문에 이번 사건 같은 경우 더 불안하다는 말씀인데 그러면 우리가 불안감과 공포심을 가지고 계속 살 수는 없잖아요, 교수님. 뭔가 그걸 좀 해소해야 될 텐데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김태경 : 사실은 불안을 가라앉히는 데 필요한 건 시간이에요. 그런데 그냥 시간이 아니라 안전한 시간이 필요해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2, 3주 정도가 지나면 보통 학습모드로 돌아오시거든요. 그런데 그 시간이 안전하게 지나가야 되는데 그게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사람들하고 많이 섞여서 웃고 떠드는 시간을 가지는 거죠. 수다를 떠는 것도 효과가 꽤 좋고요. 그렇게 되면 공감대를 형성되고 연대감이 생기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안정감이 회복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를 말씀드리면 자기돌봄훈련인데요.

▷김태현 : 자기적응훈련이요?

▶김태경 : 자기돌봄이요.

▷김태현 : 자기돌봄훈련.

▶김태경 : 자기가 자기 스스로를 돌보는 것들을 평소에 훈련해 두시면 좋은데 제일 쉽고 간단한 기본이 심호흡입니다.

▷김태현 : 심호흡이요?

▶김태경 : 긴장되실 때 한숨 쉬시잖아요. 그게 심호흡의 일종이고 본능적으로 자기를 위로하기 위해서 하는 행동입니다. 그래서 한숨쉬기도 좋고 복식호흡도 좋습니다.

▷김태현 : 이런 큰 사건 터지면 그 사건현장에 있었던 분들, 그 사건을 직접 목격하신 분들은 굉장히 심리적인 트라우마에 빠진다 이런 얘기들이 있던데 요새는 SNS나 이런 것들이 워낙 발달해서 사건현장에 직접 있지 않았던 사람들도 간접적으로 사건현장 사진이나 구체적인 어떤 범행 행태 이런 것들 잘 접하잖아요. 그렇게 간접적으로 사건현장을 접하는 것, 이런 경우에도 심리적인 트라우마가 생기나요?

▶김태경 : 심리적 트라우마가 충분히 생길 수 있습니다. 이게 기존에는 그러한 일이 있었대라고 소식으로 들었다면 이번 사건에서는 사건 당시 장면을 녹화해서 유포하는 일이 워낙 많았잖아요.

▷김태현 : 많아요.

▶김태경 : 너무 많다 보니 사람들이 왠지 자기도 그걸 봐야 될 것 같은 그런 압박감을 느꼈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보셨더라고요. 이게 눈으로 사건 당시의 정황을 보고 귀로 듣는 것은 그냥 소식을 막연히 듣는 거랑 결이 다르거든요. 이런 경우에는 2차 트라우마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김태현 : 그러면 요새 SNS를 보다 보면 그 영상들이 떠다니고 이럴 것 같은데 그러면 이것 아예 검색 안 하는 것이 중요한 건가요? 만약에 그리고 하다 보면 우연치 않게 봤어요. 그럼 이거 어떻게 해야 돼요?

▶김태경 : 저는 보시지 않기를 권고해 드리고 싶고요.

▷김태현 : 아예 처음부터요.

▶김태경 : 그래서 아예 우리가 이번 참에 이런 영상물을 보면 내게 2차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어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셨으면 좋겠고 그래서 유포하는 사람도 이게 누군가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원치 않게 이걸 봤는데 생각보다 내가 2차 트라우마가 심하다 그러면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주변 사람들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게 정말 도움이 되고요. 호흡도 많이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김태현 : 알겠습니다. 교수님 사전에 말씀하신 걸 제가 좀 보니까 이런 불안들은 언론이 자극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걸 교수님께서 평소에 강조하신다고 제가 들었는데 이게 어떤 의미이신 거죠?

▶김태경 : 이게 언론은 다 아시겠지만 정의롭고 평화로운 공동체 추구가 핵심 가치일 거고 언론의 핵심 역할은 사실보도인데 사실보도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좀 해 봐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니까 물론 정확하고 공정보도 통해서 시민의 올바른 판단과 의사소통을 돕는다고 텍스트에는 나와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사건의 자극적인 측면뿐만이 아니라 사건 이면의 다른 면, 예를 들면 범죄자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이야기 그리고 사건 당시 얼마나 위급했는지와 더불어서 그 와중에 분명히 많은 시민들이 지혜롭게 대응할 수 있는 행동들을 하셨을 거라고 저는 기대하거든요. 분명 그 안에서도 연대도 하셨을 거고. 그런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잘 보도가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여러 측면을 다양하게 다 보도해 주시고 그리고 나아가서는 안정감 회복을 위해서 우리가 무얼 할 수 있는지도 보도를 좀 해 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김태현 : 언론이 사건에 대한 어떤 사실관계 보도하면서 범행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라든지 화면 이런 것들도 안 쓰고 안 내보내는 게 맞다고 보시나요, 교수님께서는?

▶김태경 : 저는 개인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걸 내보내서 얻는 이익과 불이익을 계산해 보면 불이익이 좀 커질 수 있는데 이게 조심스러운 게 뭐냐 하면 '비열한 세계 증후군'이라는 단어가 있어요.

▷김태현 : 비열한 세계 증후군이요?

▶김태경 : 네. 그러니까 언론을 통해서 이런 게 굉장히 자극적으로 보도가 되면 사람들이 실제보다 세상이 훨씬 비열한 공간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불안을 가지게 되는 거죠. 그래서 그런 부분의 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태현 : 알겠습니다. 분당 흉기난동 피해자인 고 김혜빈 씨 발인이 어제였는데 유가족 말씀을 들어보니까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더 기억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따님인 고 김혜빈 씨의 이름하고 얼굴을 공개하셨잖아요. 유가족 분들의 바람처럼 우리가 가해자보다 피해자를 더 기억하게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 건가요?

▶김태경 : 사실은 사건을 잊는 건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건강한 자기방어전략이기는 해요. 그리고 모든 범죄 피해자가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지는 않으세요. 어떤 분들은 빨리 잊혀졌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시기도 해요. 그런데 살인사건 유가족들만은 예외인 거죠. 이게 고인과 관련되었던 현재와 상상했던 미래 그런 것들이 그분한테는 고스란히 남잖아요, 유족들에게는. 그래서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 들어보셨을 텐데 그런데 살인사건 유가족분들은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조차 묻을 수가 없다고 얘기하세요. 그러니까 묻으려야 묻혀지지 않는 거죠. 그런데 이것과 대중의 반응은 다른 거예요. 사람들은 빨리 잊어야 일상을 회복할 수 있고 유족들은 잊으면 안 되는 게 되는 거죠. 잊을 수도 없고요. 그래서 간극이 좀 생겨요. 빨리 잊는 대중이 나쁘다, 잊지 말아달라고 하는 유족이 나쁘다. 이런 차원의 문제는 전혀 아니고 공동체 구성원이 연민어린 마음으로 누군가가 돌아가신 분이 이 세상을 살다가 갔다는 것을 기억해 주는 것만으로도 유족에게는 굉장히 큰 위로가 되거든요. 그러니까 그분들도 그런 거예요. 우리가 1년 365일 유족과 비슷한 수준의 비통한 마음으로 살아달라, 이런 걸 요구하지는 않으세요. 그저 1년에 한두 번이라도 고인을 애도하고 추억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 그 정도만으로도 유족들한테는 굉장히 큰 위로가 되실 수 있습니다.

▷김태현 : 알겠습니다.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은데요. 교수님, 이런 사건 겪으면 남겨진 피해자 가족들이나 또는 생존하신 피해자들 이런 분들이 어느 정도 심리적인 상처를 입게 되죠?

▶김태경 : 일단은 사람에 따라서 사안에 따라 너무 달라서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려운데요. 제가 20년가량 범죄 피해자 치료한 경험에 의하면 유가족분들은 사건을 머릿속에서 인정하는 데만 해도 최소 1~3년이 걸려요.

▷김태현 : 사건 자체를 받아들이는 데 최대 3년이 걸린다?

▶김태경 : 그러니까 최소 1년 이상은 걸리시는 것 같고요. 그 뒤에 사건에 대한 기억 처리과정을 시작하시는 건데 평생 시작도 못하는 분도 계시고요. 피해자분들 유족이 아닌 나머지 직접 피해자분들의 경우에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분명 훨씬 오래 걸린다는 것, 개인차가 크다는 것, 사안에 따라 다르다는 걸 꼭 좀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태현 : 알겠습니다. 피해자를 돕는 것, 이런 제도를 만들고 도움받는 사람을 늘리는 게 왜 중요한지 끝으로 한말씀 짧게 좀 부탁드릴게요.

▶김태경 : 나도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사실 그렇거든요. 그러니까 불안해하면서 살라는 얘기는 전혀 유익하지도 않고 그렇게 할 필요도 없고요. 사회가 여전히 안전한 편이에요. 그러니까 일상을 유지하시면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게 이런 거예요. 내가 피해자가 됐을 때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리라는 믿음, 이건 반드시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관련된 제도가 좀 더 튼실하게 잘 구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태현 : 알겠습니다. 오늘 여기서 인터뷰는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김태경 교수였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김태경 : 감사합니다.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SBS 김태현의 정치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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