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지난 6년 첩첩산중…형사전자소송은 성과 상고제도 불발 아쉬워"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직면할 많은 과제 잘 해결하길"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퇴임을 약 3주 앞둔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6년간은 산을 넘어도 산이 있고, 산을 넘어도 산이 있는 것 같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퇴임 후 예상되는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전날(8월3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말 다사다난했고 사자성어로 표현한다면 '첩첩산중'(疊疊山中)이 떠오른다"며 "방향은 가지고 갔지만 정말 많은 과제가 기다리고 있었고 넘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임기 중 성과로 형사재판 분야에 전자소송을 도입하게 된 점을 꼽았다. 민사전자소송은 지난 2010년 도입됐지만 형사전자소송은 2021년 관련 법이 만들어지고 이듬해 작업이 시작돼 오는 2026년부터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법원장은 "형사소송은 종이 기록을 바탕으로 하다 보니 서류 복사 미비로 재판을 연기하는 일이 많았다"며 "법무부, 경찰, 검찰, 해양경찰, 공수처까지 협의해 전자소송을 도입하게 됐고, 시행 이후 국민, 소송관계자, 법원 구성원들에게 편리하고 유익할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반면 가장 아쉬운 점으로는 '상고제도' 개선을 꼽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상고법원 설치안을 추진했지만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지며 논의 자체가 불발됐다. 김 대법원장은 2017년 9월 취임사에서 실정에 알맞은 상고제도 도입을 약속했지만 불발됐다.
김 대법원장은 "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출범해 2년여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고 검토했지만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가 참 힘들었다"며 "올해 1월에야 일부 대법관을 증원하고 상고심사제 채택하는 안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6년간 공정한 인사가 이뤄졌냐는 물음에는 "제가 특별히 인사기준을 바꾼 일은 없고 가능하면 다수 의견에 따라 인사를 하려고 노력했다"며 "선발성 보직 인사에는 멀찍이 떨어져 있어서 나름의 공정을 유지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재판지연 지적에는 "결국 법관증원법을 통해 법관 숫자를 늘리는 일이 병행돼야 실질적으로 재판지연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사법신뢰 회복과 관련한 물음에는 "사법부 신뢰는 민주적인 사법행정도 중요하지만 근본 토양은 결국 재판"이라며 "그간 110여건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미루는 일이 없었고 나름대로 의미 있는 판결을 많이 했다"고 평했다.
김 대법원장은 후임 대법원장으로 지명된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대법원장은 후보자 지명 직후 자신을 찾아온 이 후보자에게 축하를 건네면서 "청문회를 무사히 마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앞서 이 후보자는 "최근 무너진 사법 신뢰와 재판의 권위를 회복하겠다"고 말해 '김명수코트'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는데, 이에 대해 김 대법원장은 "후보자 말에 어떤 의견을 표현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많은 과제에 직면하게 될 텐데 잘 해결해서 법원이 더욱 신뢰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퇴임 이후 검찰 조사를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하고도 국회에 거짓 해명을 한 혐의로 국민의힘과 시민단체 등에 의해 고발당했다. 검찰은 거짓말 논란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낸 김인겸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대법원장은 "수사가 진행 중인 내용은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지만 원론적으로는 수사가 정당한 절차에 의해 진행되면 당연히 성실히 임하겠다"며 "당시 여러 불찰로 인해 많은 사람에게 심려를 끼쳐서 죄송했고 지금도 여전히 송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40년간 법관으로 일했고 곁눈질도 해보지 않아 다른 사람들은 무엇에 즐거움을 느끼고 행복해하는지 잘 모른다"며 "퇴임 이후에는 개인 시간을 가지면서 무엇을 할 건지 생각해 보고 싶지만 직업적으로는 변호사를 선택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par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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