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만기 ‘중단’, 유주택자 ‘NO’… 점점 높아지는 ‘주담대’ 문턱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도 상승
막차 타려는 실수요자 상담 ↑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부채 관리를 주문하면서 금융권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손질’에 나섰다. 시중은행은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를 잠정 중단하거나 나이 제한에 나섰고, 인터넷 전문은행은 주담대 신규 취급 대상을 무주택자로 제한했다. 여기에 특례보금자리론을 비롯한 대출 금리도 상승세여서 실수요자들의 주담대 문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담대 관련 금융당국의 규제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금융권은 선제적으로 주담대 허들을 높이며 당국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우선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한 달 사이 2조 원 넘게 불며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으로 지목된 50년 만기 주담대는 금융사들이 자체적으로 취급을 중단하거나 연령 제한을 두고 나섰다. BNK경남은행과 NH농협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해당 상품 판매를 중단했고, 수협은행과 카카오뱅크는 만 34세 이하로 나이 제한을 뒀다. 50년 만기 상품 출시를 검토했던 보험사들은 계획 철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출 만기를 30년이나 40년으로 축소해 대출 한도를 억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가계부채 증가의 또 다른 주범으로 지목된 인터넷은행은 주담대 신규 취급 대상을 무주택자로 축소하고 나섰다. 카카오뱅크는 이전에는 세대합산 기준 무주택·1주택·2주택 세대라면 세대원 누구나 주담대를 빌릴 수 있었지만, 지난달 30일부터는 세대합산 기준 무주택 세대만 주담대를 빌릴 수 있도록 대상을 줄였다.

시중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 부담도 실수요자들의 대출 문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을 돕기 위한 정책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를 8월에 이어 9월에도 올리기로 했다. 이달 7일부터 일반형은 연 4.65%(10년)∼4.95%(50년)로 최고 연 5% 턱밑까지 올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기대감이 꺾이고, 상반기와 달리 당국의 규제 메시지도 강해지면서 대출 문턱이 높아진다는 우려가 있다”며 “대출 한도가 줄어들기 전에 막차라도 타려는 실수요자들의 상담이 많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