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까지 장난전화를 하고 싶나”…신원확인 못하는 공폰으로 ‘긴급전화’

유심칩 없어 위치 추적 불가능
신고자 찾아도 사용입증 힘들어

뉴시스

신고자 신원확인이 불가능한 휴대전화 공기계의 ‘긴급전화’ 기능을 이용한 119신고에 따른 소방력 낭비 문제가 심각하다. 소방당국은 거짓 전화라고 의심되더라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현장에 출동해 확인해야 한다.

1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전북소방본부 종합상황실에 김제시 한 아웃렛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김제소방서는 즉시 13대의 차량과 40명의 소방관을 현장에 보냈지만 허위 신고인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청 확인 결과 신고를 한 전화는 유심(USIM·가입자 식별 모듈)칩이 없는 휴대전화 공기계였다. 총 13회에 걸쳐 119에 거짓 신고를 했던 A 씨는 경찰에 검거된 이후 “소방차를 보면 기분이 좋아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 3월 전주시에서는 10대 B 군이 “전주 한옥마을의 한 상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며 119에 허위 신고를 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받는 일도 발생했다. 이 신고로 당시 소방과 경찰 70여 명이 투입돼 폭발물 수색에 나섰다. 이 학생은 범행 후 7시간 만에 또 다른 허위 신고를 했고 이를 추적한 경찰에 의해 11일 만에 체포됐다. 이 학생은 유심칩을 제거한 휴대전화의 긴급전화 기능을 이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B 군은 범행 동기를 묻는 질문에 “그냥”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유심칩이 없는 휴대전화 공기계의 긴급전화 기능을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어렵게 신고자 신원을 확인하더라도 휴대전화 공기계 사용을 부인할 경우 입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만에 하나 긴급상황에서 유심칩이 없는 휴대전화를 사용해 걸려 올 신고 전화에 대비해 신고접수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면서 “공기계 악용 신고를 자제하는 내용의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j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