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났어요”에 소방차 12대 긴급출동했는데… 도착해보니 “거짓말”[민원폭탄에 신음하는 대한민국]

이정민 기자 2023. 9. 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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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9종합상황실에 접수된 1254만6469건의 신고 중 출동 관련 신고는 42.9%(538만7921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소방청은 거짓 신고에 대해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과태료 부과 등에 따른 추가 발생 민원 등을 우려해 악성 신고를 적극적으로 장난·거짓 신고로 구분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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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원폭탄에 신음하는 대한민국 - (9) 119 허위신고에 소방력 낭비… 처벌은 솜방망이
작년 접수된 1254만여건 중
장난·무응답 등 42%에 달해
부부싸움중 거짓 화재신고도
‘500만원 과태료’ 가능하지만
단순민원으로 처리 사례 많아
1년간 4만9000건 상습신고자
경범죄로 벌금 10만원에 그쳐
“분류 명확히해 강력처벌” 여론
그래픽 = 전승훈 기자

지난해 119종합상황실에 접수된 1254만6469건의 신고 중 출동 관련 신고는 42.9%(538만7921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출동이 필요 없는 민원·장난·무응답 등의 신고 건수는 42.2%(529만5756건)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119신고 분류를 명확히 구분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허위 신고(장난 신고+거짓 신고)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소방력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 리모델링 공사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진압 작업에 나선 소방대원들. 소방당국은 실제 화재 등으로 인한 신고가 아닌 허위 신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뉴시스

1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도에서 악성 신고자 6명이 5만7475건에 달하는 119 허위 신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제시 거주 60대 남성 A 씨가 한 신고는 무려 4만9000여 건에 달했다. 이외에도 5명의 악성 상습 신고자의 신고 건수는 지난해 한 해 동안 8000여 건이었다. 대구에 사는 B 씨는 대구소방본부에 전화를 걸어 “엄마 때치”라고 하며 전화를 끊는 등 2022년 1월 이후 현재까지 5300여 번의 신고를 했다. 또 2022년 1월 이후 현재까지 1400여 번 음주 상태로 대구소방본부에 전화를 걸어 횡설수설한 C 씨의 사례도 있다. 완주군 상관면에 사는 50대는 지난 5월 한 달 동안 욕설 등을 섞어 130여 건의 악성 신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에는 인터넷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의 한 BJ(인터넷 개인방송 진행자)가 술에 취해 장난으로 119신고를 하는 모습을 방송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해당 BJ는 상황 요원이 위치를 묻자 “지금 그 어디지? 전화 다시 할게요”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소방청은 이런 악성 상습 신고를 장난·거짓 신고로 구분하지 않고 민원·무응답 신고 건으로 뭉뚱그려 관리하고 있다. 소방청은 거짓 신고에 대해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과태료 부과 등에 따른 추가 발생 민원 등을 우려해 악성 신고를 적극적으로 장난·거짓 신고로 구분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소방청은 4만9000여 건의 신고를 한 김제시 A 씨의 사례도 장난·거짓 신고로 구분하지 않고 민원·무응답으로 처리했다. A 씨는 과태료가 아닌 경범죄 처벌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만 원을 부과받았다. 장난 신고를 한 것으로 간주된 것이다. 119종합상황실에 근무했던 한 소방관은 “허위 신고 전화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경우 상당히 많은 사례가 처벌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거짓 신고는 소방대원과 소방차가 현장까지 출동하기 때문에 많은 소방력의 낭비와 해당 지역의 안전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지만 끊이지 않고 있다. 2021년 경기에서는 “아파트에 불이 났어요, 빨리 와주세요”라는 내용이 접수돼 소방대원이 현장에 출동했지만, 확인 결과 실제 불이 나지 않았으며 부부싸움을 하다 소란을 피울 목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북 익산시에서는 지난 4월 오전 3시쯤 “아파트에 불이 났다”는 50대 남성의 신고가 접수돼 지휘차와 펌프차 등 12대가 긴급 출동했지만 거짓 신고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119종합상황실에 걸려온 장난 전화를 어느 선까지 통계로 잡고 과태료 처분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가능하면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고 종류를 뭉뚱그려 관리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장난·거짓 신고 구분을 확실하게 해 과태료를 더 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민·김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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