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국내 복귀 전제는 국제표준 확립[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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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을 중심으로 리쇼어링(기업의 국내 복귀)이 큰 화두가 되면서 우리나라에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
자칫하면 국내 기업들의 판로가 막히고 생산기지도 해외로 빼앗기지 않을지 염려가 앞선다.
우리가 해외에서 돈을 벌어 국내로 송금하는 것은 애국이고, 외자계 기업이 국내에서 돈을 벌어 자국으로 송금하면 먹튀라고 비판한다.
일관되고 투명한 제도와 상식이 통하는 노조, 그리고 국내외 기업을 차별하지 않는 국민의 정서는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글로벌스탠더드의 기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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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을 중심으로 리쇼어링(기업의 국내 복귀)이 큰 화두가 되면서 우리나라에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 자칫하면 국내 기업들의 판로가 막히고 생산기지도 해외로 빼앗기지 않을지 염려가 앞선다. 정부는 선거공약이기도 했던 리쇼어링을 재촉하기 위해 세제 지원을 골자로 하는 지원책을 세웠고, 언론에서는 최근 리턴 기업의 수가 증가했음과 해외사업의 배당금이 한국으로 거액 송금됐음을 보도했다. 미래 먹거리가 될 주요 산업에서 국내 생태계가 강화된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결과들이다.
그러나 국내로 복귀하는 기업의 수가 또다시 정책의 목표가 돼선 안 된다. 자유무역협정(FTA)의 장점이 있는 한국, 내수시장도 크고 보조금도 주는 선진국, 인건비가 싼 동남아 중 어디에 생산기지를 만들지는 기업이 정하도록 해야 한다. 선진국에서 리쇼어링을 유인하기 위해 지급하는 거액의 보조금에 맞춰 우리도 지원책이 있어야 하지만, 보조금은 선진국도 장기적으로 유지하지 못한다. 차제에 정부는 국내 기업뿐 아니라 외국 기업에도 한국은 글로벌스탠더드를 따르는 시장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도록 제도를 신속 강력히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글로벌스탠더드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던 게 사실이다. 우리가 해외에서 돈을 벌어 국내로 송금하는 것은 애국이고, 외자계 기업이 국내에서 돈을 벌어 자국으로 송금하면 먹튀라고 비판한다. 외국 기업이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국내 법무법인에 자문을 구해 얻은 답과 실제로 관련 부처와 실무를 진행하면서 얻게 되는 답이 너무 다르다. 법은 법이고 돈을 벌면 ‘개평’도 내야 하고, 외국인이 우리나라 시장에서 함부로 하면 초법적인 벌을 받는다는 식의 국민 정서와 제도 운영은 외국인들을 화들짝 놀라게 한다.
민간기업을 합법적으로 인수·합병(M&A) 하려 했더니 갑자기 정부가 간섭하고 전 국민이 들고일어나 막는다. 적대적 M&A에 방어 수단을 제도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한국의 제도도 외국 투자자에게는 낯설지만, 한국에서 대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은 정부와 여론이란 사실을 알고는 더욱 놀란다. 노조가 직원의 복지와 급여에 대한 협상을 넘어 배당금 지급을 먹튀라고 막고, 사내 인사에 관여하고, 정치적인 사안을 가지고 불법 파업을 하면서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것도 외국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의 유턴을 막는 요인이다.
세제를 손보고 산업단지를 건설하는 등 가시적인 노력은 통 크게 계속돼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국내외 기업이 국내법만 보고도 미래를 예측할 수 있도록 제도의 투명성과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일 안 하는 직원을 해고할 수도 없는 이상한 국내법을 고치고, 노조가 정치노조에서 경제노조로 정상화될 수 있도록 회계 투명성 확보 및 불법 행동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애국에 호소하면서 글로벌스탠더드에 벗어나는 기사를 확대 재생산하는 일부 언론도 시장경제에 대해 균형 잡힌 이해를 넓혀 가야 할 것이다.
시장이 왜곡되고 험난하면 건전한 기업도, 복귀하려는 기업도 줄어든다. 일관되고 투명한 제도와 상식이 통하는 노조, 그리고 국내외 기업을 차별하지 않는 국민의 정서는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글로벌스탠더드의 기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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