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 ‘바보들의 행진’[오후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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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길종 감독의 1975년 영화 '바보들의 행진'에 대해, 평론가 박유희는 "'바보'가 돼야 살 수 있는 청년들의 현실을 웃음으로 비틀며 비극보다 더 진한 슬픔을 자아낸다"고 했다.
'침묵의 다수로부터 위로 올라가는 상향식 문화'를 내세운 '청년문화 선언'을 1974년 발표한 그는 1976년 영화 '걷지 말고 뛰어라'의 감독으로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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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길종 감독의 1975년 영화 ‘바보들의 행진’에 대해, 평론가 박유희는 “‘바보’가 돼야 살 수 있는 청년들의 현실을 웃음으로 비틀며 비극보다 더 진한 슬픔을 자아낸다”고 했다. 영화에는 주인공 4명 중에서 한 사람인 Y대 철학과 남학생의 이런 대사도 나온다. “나는 다음에 무진장 돈을 벌 겁니다. 빨간 지붕 양옥집을 살 겁니다. 정원에는 장미도 심고, 자가용도 살 겁니다. 나는 내 힘으로 돈을 벌 겁니다. 그리고 난 고래 사냥을 갈 겁니다.” 이어서, 노래가 나온다.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 하고 시작하는, 통기타 가수 송창식의 ‘고래 사냥’이다. ‘고래’는 평범한 청춘들의 꿈과 희망을 상징한다.
통기타·청바지·생맥주·장발 등이 청년문화의 아이콘이던 시기에 그 영화의 원작 소설을 쓴 최인호(1945∼2013)는 ‘고래 사냥’ 가사를 송창식에게 건네며 “답답한 현실에 얽매인 젊은이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곡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장발 단속에 걸린 주인공이 도망치는 장면에서 나오는 노래는 송창식이 작사·작곡한 ‘왜 불러’다. 김상배 작사·작곡의 ‘날이 갈수록’도 여러 장면의 배경 음악으로 흐른다. ‘가을 잎 찬 바람에 흩어져 날리면/ 캠퍼스 잔디 위에 또다시 황금 물결’ 하는. 최인호는 그 영화 속의 ‘술 마시기 대회’ 심사위원으로 출연도 했다. ‘침묵의 다수로부터 위로 올라가는 상향식 문화’를 내세운 ‘청년문화 선언’을 1974년 발표한 그는 1976년 영화 ‘걷지 말고 뛰어라’의 감독으로도 나섰다.
‘청년문화의 기수’ ‘영원한 청년작가’ 등으로 불린 그는 한국에서 영화가 된 소설이 가장 많은 문인이다. 그의 소설 ‘별들의 고향’을 영화로 만든 이장호 감독이 추진위원장을 맡아 제정한 최인호청년문화상 제1회 시상식이 오는 22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다. 수상자는 ‘두근두근 내 인생’의 소설가 김애란이다. 23일에는 영화 ‘바보들의 행진’ 특별상영회를 한국영상자료원과 공동주최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영상자료원에서 갖는다. ‘적도의 꽃’ ‘고래 사냥’ ‘깊고 푸른 밤’ 등 최인호 소설 6편을 영화화한 배창호 감독이 “그가 젊은이들에게 제시한 방향은 우리 가슴속의 사랑이었다”고 밝힌 취지에 많은 사람이 공감할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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