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소환' 놓고 동상이몽… 李 "4일 오전 조사만" vs 檢 "예외 없어" [사건수첩]

李, 檢 통보일 전격 수용…방향 틀어
野 “4일엔 오전 조사만, 다음 주 추가”
檢 “형사사법 절차에 응해줄 것 기대”
엇갈리던 날짜 맞췄지만 ‘동상이몽’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한 소환조사를 놓고 검찰과 지루한 줄다리기를 이어오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오는 4일 수원지검에 출석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 이 대표 측이 애초 검찰이 요구한 날짜에 출석하기로 방향을 틀었지만, 조사 시간과 범위를 놓고는 다시 한 번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앞 단식투쟁천막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는 검찰이 고집하는 4일 출석하기로 했다”며 ‘시한부’ 출석 의사를 밝혔다.

강 대변인은 “조절 불가능한 일정을 고려할 때 4일 오전 1차 조사를 받고 다음주 중 검찰과 협의해서 추가 조사를 진행하겠다”며 “이 같은 일정은 오전에 검찰에 전달됐고 현재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사즉생의 각오로 단식투쟁에 나서면서도 당무 일정을 정상 소화하며 투쟁한다는 기조를 밝혀왔다”며 “본인 검찰 조사에도 당당히 임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 대표의 쌍방울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 부장검사)는 민주당 측의 요구를 곧바로 묵살했다. 

수원지검은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의견문을 통해 이 대표 측과의 출석 일자 조율 과정을 공개하며 “4일 출석하더라도 (이 대표의 일정을 고려해) 2시간 만에 조사를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검찰은 “준비된 전체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원지검에 따르면 전날 검찰은 이 대표 측 변호인에게 국회 본회의 일정이 없는 4일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다시 한 번 요구했으나 변호인으로부터 11∼15일 출석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런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이날 오전 수원지검 수사팀에 연락해 4일 출석해 조사받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다만, “4일 조사 때는 국회 일정으로 오전 2시간만 조사받고 나머지 조사는 11∼15일 출석해 받겠다”고 통보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앞 단식투쟁천막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검찰 관계자는 “애초 지난달 30일 출석을 요구했으나 이 대표 측의 ‘불가’ 입장에 따라 다시 이달 4일로 출석을 요구했다”며 “(예외 없이) 일반적인 피의자의 출석과 조사에 관한 형사사법 절차에 응해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은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2019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요청으로 경기도가 냈어야 할 북한 스마트팜 조성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를 비롯해 당시 북측이 요구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보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가 쌍방울의 대납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최근 이 대표를 제3자뇌물 혐의로 입건했다. 

김 전 회장으로부터 뇌물 및 정치자금 등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전면 부인해오다가 지난 6월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에 경기도지사 방북 추진을 요청했다”고 일부 진술을 번복했다. 

김 전 회장도 잇달아 이 전 부지사의 재판 증인으로 나와 “당시 유력 대권후보였던 이 대표를 보고 북한에 돈을 보냈다. 대북송금 결정할 때마다 이화영을 통해 이 대표와 전화 통화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대북송금 의혹으로 자신을 입건한 것에 대해 “황당한 얘기”라며 의혹을 부인한 상태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