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무기가 되는 세상[박경일 기자의 인생풍경]

박경일 기자 2023. 9. 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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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일본을 상대로 한 경제적 압박의 방편으로 여론을 동원한 비공식적 보이콧을 시작했습니다.

당장 중국인들의 일본 여행 예약취소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반일캠페인을 공공연하게 부추기는 중국과는 경우가 좀 다릅니다만,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내 반발 여론도 적잖습니다.

2주 전까지만 해도 일본 관광업계는, 중국 정부가 '해외단체여행 목적지 국가' 목록에 일본을 포함하면서 핑크빛 기대를 숨기지 않아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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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일본을 상대로 한 경제적 압박의 방편으로 여론을 동원한 비공식적 보이콧을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중국판 노재팬’입니다. 당장 중국인들의 일본 여행 예약취소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반일캠페인을 공공연하게 부추기는 중국과는 경우가 좀 다릅니다만,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내 반발 여론도 적잖습니다.

여행 산업의 리스크가 끝도 없습니다.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겨우 빠져나오니, 이번에는 역내(域內) 국가 간 갈등으로 관련 산업 전체가 발목이 잡힌 형국입니다.

2주 전까지만 해도 일본 관광업계는, 중국 정부가 ‘해외단체여행 목적지 국가’ 목록에 일본을 포함하면서 핑크빛 기대를 숨기지 않아 왔습니다. 그러나 중국 전역에서 확산하는 반일감정으로 기대는 차갑게 식었습니다.

돈키호테 등 중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매장을 운영하는 팬퍼시픽인터내셔널을 비롯해 일본 여행사와 화장품 회사 등의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중국발 일본행 항공권 가격도 전월 대비 10% 정도 내렸고, 중국 언론은 연일 “‘고통스럽다’는 일본여행업계의 현지반응”을 경마식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우리 여행업계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 긴장하고 있습니다.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섰던 노재팬 상황이 재현될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고, ‘중국 단체관광객이 일본 대신 한국을 찾으면 되레 기회가 될 것’이란 엇갈린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흘러가든지 분명한 건 모든 것은 가변적이며, 모든 것에 리스크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어느 나라나 해외관광시장이 기대는 건 역내 국가입니다. 그런데 한·중·일 역내 국가의 갈등의 골이 어느 때보다 깊습니다. 난감한 건 역내 국가 대상의 관광홍보입니다. 자칫 공들인 마케팅이 정치적 사안 하나로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역내 국가 중심의 관광홍보를, 동남아나 구미주 등 중·장거리 시장 쪽으로 확 옮겨보는 건 어떨까요. 역내 국가 대상으로는 직접적인 마케팅보다는, 서비스 강화나 인프라 확충으로 전략을 바꿔보는 겁니다. 당장 실적이나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치겠지만, 안정적으로 내실을 기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여행자가 역내 국가를 관광하는 민간교류까지 국가가 꺼내서 무기로 휘두르는, 여행업계 입장에서는 ‘참으로 먹고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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