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깨고 뛰어내렸다"…갈 곳 없던 남아공 빈민들 화재에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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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현지시간) 새벽 1시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앨버트길 80번지 5층 건물.
남아공의 야당 경제자유전사(EFF) 지역 대변인인 두미사니 발레니는 요하네스버그에 이 건물 외에도 1천여채의 건물이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요하네스버그 시장은 화재 건물같이 불법 점거된 건물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공공주택으로 이주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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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아파르트헤이트 아픈 역사 현장…대통령 "주거문제에 경종"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31일(현지시간) 새벽 1시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앨버트길 80번지 5층 건물. 비명소리에 잠에서 깬 오마르 아라파트는 곧장 현관으로 향했지만, 이미 화염에 가로막힌 뒤였다.
다른 선택지를 찾을 수 없었던 그는 창문을 깨고 건물 3층에서 뛰어내렸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시신 수십구가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영국 가디언, BBC 방송,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불이 난 건물에는 말라위, 탄자니아,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출신 난민들과 현지 빈민층을 비롯한 취약계층 주민 400여명이 살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말라위 출신인 아라파트의 여동생과 두 살짜리 조카도 이 건물에 살고 있었다. 조카는 창문을 통해 구조됐지만, 여동생의 행방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아라파트처럼 불길을 피해 3층에서 뛰어내린 한 탄자니아 출신 주민은 추락 당시의 충격으로 허리에 치명상을 입어 끝내 목숨을 잃었다.
화재 직후 30여명으로 집계됐던 사망자 수는 수색 작업이 진행되면서 어린이 12명을 포함해 최소 74명으로 불어났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이 위치한 상업지구는 빈민층이 불법 점거해왔으며 이곳 주민들은 공공인프라와는 동떨어진 생활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에 따르면 불이 난 건물도 시설이 낙후됐고 시 당국이 건물을 소유하고 있지만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화기나 대피로가 없는 것은 물론 전력 공급도 불안정해 등유나 양초, 버너 등 인화성 물품들이 즐비했다고 한다.
특히 주민들은 절도나 경찰 급습에 대비해 유일한 출입구를 잠근 채 잠들었는데, 이는 탈출로를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관리 소홀로 방치된 임시 구조물과 잔해들도 진화 작업에 걸림돌이 됐다.
주민들은 건물을 장악한 범죄 조직원에게 월 42유로(약 6만원)가량의 임대료를 줘가며 이곳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이 건물에는 과거 극단적 인종차별을 자행했던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의 사무실이 들어서 있었던 것으로도 악명이 높다.
남아공은 1954년부터 이 건물에 '통행사무실'(pass office)로 불리는 부서를 운영하며 특정 지역에서 거주하거나 일할 수 있는 허가증을 발급하는 등 흑인 주민들의 통행을 규제했다.
남아공의 야당 경제자유전사(EFF) 지역 대변인인 두미사니 발레니는 요하네스버그에 이 건물 외에도 1천여채의 건물이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시 당국이 여러 차례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비정부기구(NGO) 등이 대체 거주지 없이 퇴거 명령을 내리는 데 반발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화재 현장을 찾아 이번 참사의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또 다른 비극이 벌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현장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번 화재가 "도심 속 주거 문제 해결에 돌입하는 데 있어 경종을 울렸다"고 말했다.
이 건물이 학대 피해 여성과 아동들의 주거지로 쓰이다 임대 계약이 만료되면서 "장악됐다"라고도 했다.
요하네스버그 시장은 화재 건물같이 불법 점거된 건물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공공주택으로 이주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아공은 만성적인 주거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요하네스버그에만 노숙자 약 1만5천명이 떠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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