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없는 부양책"에 실망…한달새 中증시서 16조 빠져나갔다
"투심 회복 위해선 '빅뱅' 필요한데 기대 안해"
"부동산 위기로 中 GDP 1%포인트 하락 전망"
올해 8월 한 달간 외국인들이 900억위안(약 16조3000억원)어치의 중국 주식을 내다 판 것으로 집계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쏟아내고 있는 경기 부양책이 “단편적(piecemeal)”인 수준에 그치고 있어 부동산 등 중국 경제 전반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우려를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FT가 스톡커넥트(중국 본토 증시와 홍콩 증시를 연결하는 프로그램)를 통해 집계한 지난달 외국인 순매도 자금 규모는 900억위안에 육박했다. 스톡커넥트가 도입된 2014년 이래 월별 기준 최대다.
자산관리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놓인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에 대한 집중적인 구제책을 기대했지만, 중국 정부가 이런 종류의 대책을 망설이고 있다는 데 입을 모은다.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한 ‘표적 치료’ 대신 여러 부문에 걸친 두루뭉술한 정책만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헤레로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은 이제 부동산 부문을 타깃으로 한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며 “지난 한 달 동안 광저우, 선전 등 대도시에서의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 대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조건 완화 등 부동산 정책 부문에서 몇 가지 변화가 있었지만, 외국인 자금의 유입을 촉발하는 ‘빅뱅(대폭발)’이 아닌 아주 사소한 효과만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부양(stimulus)이라는 단어가 너무 많이 남용됐고, 이젠 그 누구도 더 이상 국가 재정적 측면에서 ‘빅뱅’을 예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을 돌아오게 하려면 상당한 자극이 필요한데, (이게 실현될 가능성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가 거래세 인하, 대형 뮤추얼 펀드 자산 매각 제한 규제, 증권사 지급준비율 인하 등 일련의 정책을 내놨음에도 투자 심리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투자자들은 중국 경제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에서의 연쇄 도산 위기가 가져올 파급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증시를 대표하는 CSI300지수(상하이와 선전 증시 편입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8%(달러화 표시 기준) 이상 떨어졌다.
SPI자산운용의 스티븐 이네스 매니징 파트너는 “투자자들은 (중국 당국자들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5%라는 성장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상당히 걱정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 위기는 중국 GDP를 1%포인트 또는 그 이상 가라앉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을 찾은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중국은 투자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지역”이라고 발언한 것도 서방 세계 투자자들의 투심을 가라앉혔다. 중국 상무부는 러몬도 장관 방중을 계기로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지만, 미‧중 긴장에 따른 리스크를 해소하기엔 불충분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네스 매니징 파트너는 “투자자들은 높은 수준의 정치 리스크를 경계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지난 8월 중국 부동산 위기의 ‘진앙’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과 헝다(에버그란데) 등의 실적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이 한층 악화했다.
비구이위안은 올해 상반기 489억위안(약 8조9000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냈고, 채권자들에게 오는 4일 만기가 돌아오는 39억위안 규모 채권의 거치 기간을 40일 더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2년 전 디폴트 가능성으로 주식 거래가 정지됐던 헝다의 상반기 순손실 규모는 330억위안(약 6조6000만원)이었다. 지난달 28일부터 홍콩증시에서 17개월 만에 거래가 재개됐지만, 주가는 장중 90% 가까이 폭락세를 나타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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