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日 오염수→처리수? 창씨개명 하려면 '청정수'로 하라"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단식 이틀차를 맞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부의 오염수 용어 변경 검토를 두고 "창씨개명이 딱 떠오른다"고 말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 대표는 1일 오전 국회 본관 앞 단식 농성장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창씨하고 개명하면 본질이 바뀌느냐"며 "창씨개명할 거면 차라리 '처리수' 말고 '청정수'라고 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후쿠시마 핵 오염수 용어를 '처리수'라고 변경하려 하는 데 대한 반발이다.
그는 "지금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하겠다는데 창씨개명이 딱 떠오른다"면서 "국민을 무시하거나 우롱하지 마시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권이 대국민 선전포고한 이후에 총리나 장관들의 태도가 많이 바뀌었단 말을 들었다. 매우 도발적이고 뻔뻔스러운 행동들이 일종의 지침을 받은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라며 "지금처럼 정략적인 목적으로 자신에게 반대하는 세력을 공산당으로 몰고 가는 것은 정쟁이다.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걸 명심하고 국정기조를 대폭 전환하길 촉구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자신이 이날로 이틀차 단식농성에 나선 데 대해 "어제 많은 분들이 '꼭 이렇게 해야 하느냐'는 말씀을 많이 주셨다. 하지만 저의 대답은 '이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라며 "정권뿐 아니라 국민의 삶과 민생 문제도 절박하기에 (단식이) 그에 공감하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해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퇴행이 완화되고 정상적인 국정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무슨 일이든지 다 하겠단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고 덧붙였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국민 다수가 대한민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후쿠시마 핵 물질 오염수 해양 투기가 해로울 것이란 국민이 4분의 3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회에서 국무총리가 29년 전 택시요금 말한 것은 단순한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며 "정부 인식과 정책이 29년 전에 머물러있다는 것이고 국민과 너무도 멀리 떨어져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정 운영과 내각을 전면 쇄신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전날 오후 비상 의원총회를 연 데 이어 자정부터 조별 토론을 진행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진행된 '국회 비상행동 결과 보고'에서 "후쿠시마 핵물질 오염수 해양 투기 문제뿐 아니라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과 역사 왜곡의 심각성에 대해 토론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단식을 시작하면서 이 대표 거취와 관련된 논쟁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에는 '제1차 윤석열 정권 폭정 저지 민주주의 회복 촛불 문화제'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이 대표는 오는 4일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수원지방검찰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기로 했다. 다만 이날 오후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철회 국제 공동회의가 예정돼있어 오전 조사를 마친 후 추후 일정을 조율해 추가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이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밝혔다.
수원지검은 그러나 이같은 민주당 측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 "9.4 오전 2시간 만에 조사를 중단할 수는 없으며, 준비된 전체 조사를 진행하겠음을 변호인에게 알렸고, 일반적인 피의자의 출석과 조사에 관한 형사사법 절차에 응해 줄 것으로 기대헌다"고 밝혀 조사 일정과 관련해 다시금 양측 간 신경전이 예상된다.
이날 이 대표가 일제 창씨개명에 빗대 맹비난을 한 '오염수'를 '처리수'로 바꿔 부르자는 주장과 관련해 한덕수 국무총리가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국회 예결위에 나와서 하고, 여당 지도부에서도 '처리수'라는 명칭을 공식 사용하는 등의 흐름이 있는 데 대해서는 여당 내에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일원이지만 당원권 정지 징계 중인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는 오염수든 처리수든"이라며 "오염수면 어떻고 처리수면 어떠냐. 그 명칭을 두고 논란을 벌이는 것도 저는 크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4선 중진인 홍문표 의원도 YTN 라디오에 나와 "저는 이 오염수를 소위 이름을 바꿔서 '처리수'라고 하는 문제는 좀 안 맞는다고 본다"며 "오염수는 오염수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이 맞다"고 일침을 가했다.
전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남 순천 현장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민주당은 후쿠시마 처리수는 악의 산물이란 광적인 믿음 때문에 수산업계 목소리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 상태"라며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 반대는 빌미에 불과하고 본심은 총선을 앞두고 정권심판론을 불붙이는 데 있다"고 하는 등 '처리수'라는 표현을 서너 차례 사용했다. 이는 여당 지도부가 공식 발언에서 '처리수'라는 용어를 사용한 첫 사례였다. (☞관련 기사 : 野 "일본은 러 핵폐기물 투기 때 항의" vs 與 "역사 호도")
국민의힘은 지난달 30일 유상범 수석대변인과 성일종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TF' 위원장이 "오염처리수로 용어를 공식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논란이 되자 김기현 당 대표가 당일 오후 나서서 "당의 공식 입장을 정하는 단계는 아니다", "용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실체"라고 진화했었다. 그러나 한덕수 총리가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 나서서 "정확히 얘기하면 '과학적으로 처리된 오염수'"라며 용어 변경에 대해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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