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파 피카소, 말년에 빠진 이것…청주관 '이건희컬렉션' 도예 107점 공개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입체주의 선구자' 피카소의 도예 작품만을 모은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 공개됐다.
1일 청주 미술품수장센터(이하 청주관)에서 개막한 소장품 기획 전시 '피카소 도예'는 도예가로서의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의 창작 세계를 재조명한다. 작품들은 2021년 기증된 이건희컬렉션이다.
20세기 현대미술의 천재 화가로 불리는 피카소는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 판화, 도예, 무대미술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한 분야에 안주하지 않은 열정적인 예술가였다. 특히 도예는 화가로서 괄목할만한 성취를 이룬 말년의 시기에 시도한 새로운 도전으로, 흙과 불의 특성에 매료되어 수많은 작품을 제작했다.
1906년 스페인 출신 도예가 파코 프란시스코 두리오(Paco Francisco Durrio, 1868~1940)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도자를 접하게 되었다. 그가 소개한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의 도예 작품을 보고 도자의 매력을 발견했다고 한다. 1929년에는 도예가 장 반 동겐(Jean Van Dongen, 1883~1970)과의 협업으로 화병을 제작하는 등 도예에 대한 호기심을 이어간다. 1946년 휴가차 머문 지중해 연안의 도시 발로리스 마두라 공방을 방문하게 되면서 도예와 본격적인 인연을 시작한다.
피카소는 평소 즐겨 다루었던 주제를 도예에 자유롭게 응용했다. 여인과 동물, 신화와 투우, 사람들과 얼굴 등 각각의 주제를 반복적으로 표현하거나 주제의 상충적인 결합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는 것을 즐겼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큰 새와 검은 얼굴'(1951)은 이번 전시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올빼미로 추측되는 새의 모습과 사람의 웃는 얼굴을 결합해 혼종의 이미지를 재창조했다. 새의 날개이면서 사람의 팔과 같은 화병의 손잡이는 피카소 도예 특유의 조형적인 특징을 담고 있다. 피카소에게 동물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닌 주제로, 올빼미를 비롯해 비둘기와 염소, 개, 물고기 등이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반면 피카소에게 인물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주제로 가장 흥미로운 탐구 대상이었다. 전시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31점의 작품 역시 얼굴을 주제로 한 것이다. 얼굴의 정면과 측면을 음각과 양각 기법, 나이프 각인 등으로 장식하거나, 백토와 적토의 접시와 화병에 단순하고 재치있게 묘사하며 재료와 기법에 따라 무한하게 주제를 확장해 나갔다.
피카소는 1955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본을 제작했는데, 판화와 같이 원본을 기초로 여러점의 작품을 제작하는 에디션의 개념을 도입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107점은 모두 에디션 작품으로, 피카소가 사용한 기법과 재료를 바탕으로 원본을 복제한 에디션 피카소(edition picasso), 작품 원판을 석고틀로 제작하고 점토로 찍어내는 엉프렁트 오리지널(empriente originale), 리놀륨 판화에 새겨 만든 도장을 점토 위에 눌러 제작한 뿌앙송 오리지널 드 피카소(poinçon original de picasso) 등의 방식으로 에디션을 표기했다.
전시는 여인, 신화, 얼굴, 투우 등의 주제별로 구성되었으며, 전시 공간은 도자 뒷면의 에디션 기록을 관람할 수 있도록 조성되었다. 또한 당시 마두라 공방의 모습과 작업 환경을 담은 사진 등의 아카이브 56점과 영화 1편(루치아노 엠메르, 피카소를 만나다, 2000)이 설치됐다.
한편, 청주관 2층에 위치한 ‘보이는 수장고’에서는 5일부터 12월 3일까지'보이는 수장고: MMCA 이건희컬렉션 3'를 개최한다. 작년 9월부터 시작하여 1부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2부 박생광의 '무속' 등에 이어 3부에서는 백남순의 '낙원'(1936년경)과 변관식의 <무창춘색>(1955)을 선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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