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사건' 박정훈 대령, 구속심사 출석 '신경전'…1시간 넘게 갈등
박 대령 동기들은 탄원서 제출에 '팔각모 사나이' 부르며 응원하기도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놓고 1시간 넘게 군과 박 대령 측 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이 박 대령 측이 군사법원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출입문을 열어주지 않고, 국방부 위병소를 거쳐 군사법원으로 향할 것을 요구하면서다.
박 대령은 지난 7월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 발생한 고(故) 채모 상병 사망사고 처리와 관련해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군검찰에 입건된 상태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 대령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 용산구 소재 군사법원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박 대령은 이날 오전 9시40분쯤 변호인 및 해병대 사관 81기 동기 등과 함께 국방부 후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 대령 측 김정민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항명이란 어이없는 죄를 뒤집어씌웠다"며 "군 판사들이 상식이 있다면 국민들 눈높이에 맞게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박 대령 측의 입막음을 위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란 시각이 있다'는 취지의 질문에 "해병대사령관의 대통령 관련 언급이 나오자마자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며 "시기적으로 오해 사기 딱 좋은 때 영장이 청구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대령이 최근 국방부 검찰단에 제출한 진술서엔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고조사 결과와 관련해 'VIP(대통령 지칭)가 격노해 국방부 장관과 통화했다'는 얘기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들었단 주장이 담겨 있다.
그러나 국방부와 김 사령관, 국가안보실 측은 해당 진술서 내용 또한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해병대 사관 81기 동기회는 해병대 예비역 장병들과 시민 등 총 1만7139명의 서명이 담긴 구속영장 기각 탄원서를 박 대령 측에 전달했다.
김태성 해병대 사관 81기 동기회장은 "오늘은 우리의 전우 박 대령이 동기 없이, 전우 없이 혼자 시궁창에 들어가는 날"이라며 일부 동기들과 함께 박 대령에게 '필승' 구호를 외치며 경례를 했다.
김 회장과 동기들은 박 대령에 대한 응원 차원에서 군가 '팔각모 사나이'를 불렀고, 박 대령은 감정이 북받친 듯 한 모습을 보였다. 한 시민은 박 대령이 군사법원으로 발길을 향하자 "박정훈 대령 힘내라"라고 외치기도 했다.
박 대령은 지난 7월19일 채 상병 사고 발생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초동조사를 진행한 뒤 같은 달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그 결과 보고서를 대면 결재를 받았다. 보고서엔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 등 관계자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관할 경찰(경북경찰청)에 이관할 예정'이란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박 대령은 8월2일 채 상병 사고 조사결과 보고서 등 관련 서류를 민간 경찰에 인계했다가 수사단장 보직에서 해임된 뒤 '집단항명 수괴'(이후 '항명'으로 변경)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입건됐다. 이 장관이 7월31일 김 사령관을 통해 채 상병 사고 조사기록의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음에도 박 대령이 이를 따르지 않았단 이유에서다.
검찰단은 또 박 대령이 8월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했던 발언 중 일부가 이 장관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 지난달 30일 군사법원에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당시엔 '상관 명예훼손' 혐의가 추가돼 있었다.
앞서 박 대령은 기자들에게 채 상병 사고조사 결과의 이 장관 대면 보고가 이뤄진 7월30일에 "이 장관이 '사단장도 처벌받아야 하느냐'고 질문했다"라고 밝혔지만, 군검찰은 이 장관은 "사단장의 처벌을 언급하거나 의문을 제기한 사실이 없다"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외에도 국방부 검찰단은 △박 대령이 그간 군검찰의 수사를 거부하면서 △언론을 통해 일방적 주장만 발표해온 점 등도 구속 수사가 필요한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박 대령 측 김 변호사는 이날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박 대령이 "수사 외압의 주체로 대통령을 언급했고,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국방부 검찰단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증거인멸 우려 등이 없기 때문에 구속영장 청구는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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