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 따로 있다” 정략결혼 거부한 딸 살해한 父 체포

샤비르 압바스가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군사경찰 요원들에 이끌려 이탈리아로 송환되는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이탈리아 군사경찰 동영상 캡처 AP연합뉴스

 
18세 딸을 이탈리아에서 살해하고 본국인 파키스탄으로 도망친 남성이 이탈리아로 송환된다.

31일(현지시간) 안사(ANSA) 통신은 지난 2021년 4월 이탈리아 노벨라라에서 정략결혼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딸 샤만의 목숨을 앗아간 혐의를 받는 샤바르 압바스가 이탈리아로 송환된다고 보도했다.

딸 사만의 유해는 실종 1년여만에 노벨라라에 위치한 가족의 집 근처에서 발견됐고, 치아 감식을 통해 신원 확인을 했다. 압바스는 파키스탄으로 도피했다가 지난해 11월 체포됐다.

파키스탄 당국은 지난달 29일 압바스에 대한 이탈리아 정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승인했다. 그를 태운 이탈리아 공군 특별기는 1일 로마 공항에 착륙할 예정이다.

검찰은 집 근처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사만의 부모와 삼촌, 사촌 2명을 살인 용의자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범행 뒤 이탈리아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검찰은 이들의 범행 동기가 명예살인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명예살인은 집안의 명예를 더렵혔다는 이유로 가족 구성원을 죽이는 악습이다.

검찰은 가족들이 사만에게 이탈리아에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분노해 이와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파키스탄은 2018년 기준 인구 수당 가장 많은 명예살인이 자행된 국가다. 명예살인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파키스탄 정부는 명예살인 방지를 위해 2016년 징역 25년 이상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법을 통과시켰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라크 출신 유튜버 티바 알-알리(22). 트위터 캡처

 
명예살인은 파키스탄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자행되고 있다. 지난 1월 이라크 출신 유튜버 티바 알-알리(22)도 아버지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범인은 그의 가족이었다.

가족과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지 않고, 홀로 튀르키예에 정착한 알리가 귀국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가족이 그를 납치해 본가로 데려간 것.

이후 외국에서 혼자 사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던 그의 아버지는 딸이 잠든 틈을 타 그를 살해한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아버지는 범행을 자백하며 “수치스러움을 씻어내기 위해 딸을 죽였다”고 진술했다.

최윤정 온라인 뉴스 기자 mary170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