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차관 “일부 지자체 무리한 대북사업”···남북 교류 ‘중앙 통제’ 강화
문재인 정부 도입한 ‘사업 사전승인’ 폐지
교류협력 더 위축되나···차관 “그렇지 않다”
통일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남북 교류협력 사업 추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재직 당시 대북송금 사건 등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지자체 다잡기에 나섰다.
문승현 통일부 차관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지자체 남북 교류협력 정책협의회’에서 “그동안 교류협력 추진 자체가 목적이 되고 보여주기식 협력으로 인해 긍정적 효과보다는 오히려 부정적 효과가 더 컸다는 문제의식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협의회는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대면 개최됐다.
문 차관은 “남북 교류에 참여하는 북한 기관 단체들은 대부분 북한 당국과 관련된 조직들이기에 지자체가 참여하는 남북 교류에서 정부와 긴밀한 사전·사후 협의가 중요하다”며 “그간 일부 지자체에서 무리한 대북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사례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남북 교류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과 당시 분위기에 편승한 전국 지자체들의 대북 사업 실태를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 정부에서 수사·재판이 진행 중인 이 대표의 경기지사 재직 시 경기도·쌍방울 대북송금 논란을 겨냥한 것으로도 보인다.
문 차관은 법과 원칙에 기반한 남북 교류협력 질서 확립을 강조했다. 그는 “이제 남북 간 교류협력은 법과 원칙의 테두리 안에서 질서 있게 이뤄지도록 해서 협력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신뢰관계를 먼저 만들어가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남북 교류협력 사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지원을 축소하는 내용으로 제도를 개정했다. 앞으로 지자체가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하려면 매년 1월31일까지 협의회에 사업 계획을 제출하고, 분기별로 추진 중인 사업 내용도 내야 한다.
통일부가 지자체의 남북 교류협력 활성화를 위해 문재인 정부 때 도입한 ‘지자체 협력사업 사전승인제’는 폐지한다. 지자체 사업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북측이 합의서를 사후 보완하는 조건으로 절차를 간소화해 사전승인해왔다. 통일부는 “남북관계 경색 등으로 추진 사업이 전부 답보 상태”라며 폐지 이유를 밝혔다.
내년도 통일부 남북협력기금에 편성된 지자체 교류협력 지원 예산(155억원)은 올해(311억원)의 절반으로 삭감됐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내년도 통일부 예산안을 보면 총액의 80% 가까이 차지하는 남북협력기금은 올해 대비 28% 대폭 줄었다.
최근 통일부가 남북 교류협력 관련 제재를 강화하고 교류협력 조직을 해체 수준으로 통폐합하는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남북관계 경색으로 꽉 막힌 교류협력의 물꼬를 트려 하기보다 교류협력을 위축시킨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 차관은 이에 대해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그렇지 않다”며 “교류협력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헌법적 가치와 목표를 달성할 수단이지 교류협력 그 자체가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헌법상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원칙을 설명하며 ‘평화적’ 표현을 빼 온 윤석열 정부 기조를 재차 드러냈다. 다만 문 차관은 각 지자체에 “평화적 통일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나가는 데 노력해나가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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