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前수사단장 영장심사 기자회견에 등장한 그때 그사람들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 조사 보고서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어긴 혐의(군형법상 항명)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용산 군사 법원에 출석했다.
전투복 차림의 박 전 단장은 이날 예비역 해병대 동기들과 함께 군법원을 향했다. 동기들은 빨간 해병대 티셔츠를 입고 박 전 단장과 손을 맞잡고 군 법원 출입구 인근까지 함께 걸었다. 박 전 단장과 동기들은 입구 앞에서는 일렬로 서서 약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때 익숙한 얼굴의 두 사람이 등장했다. 2018년 군 계엄문건 과장·선동 논란 등에 휘말렸던 김정민 변호사와 임태훈 군인권센터장이었다. 박 전 단장 사건을 초기부터 맡았던 김경호 변호사는 보이지 않았다. 김경호 변호사는 김정민 변호사와 의견 충돌로 박 전 단장의 법률대리단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민 변호사가 앞에 나서 기자들을 질문을 받았다. 김 변호사는 “지금 군 검찰은 상당히 정치적으로 오염돼 있다. 권력에 도취된 것 아닌가”라면서 “도취된 행동에 대해서 군 판사들이 합리적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이번 영장청구가 입막음용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또 이번 영장 청구에 항명뿐 아니라 명예훼손혐의가 더해진 데 대해서는 “치사한 수법”이라면서 “돌파구를, 명분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박 전 단장에게 해병1사단도 과실치사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 박 전 단장이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하면서 그런 것처럼 공연히 거짓 사실을 밝혀 명예를 훼손했다며 영장에 이 혐의를 추가했다.
박 전 단장은 채 상병을 순직에 이르게한 과실치사 혐의자 명단에 해병대 1사단장을 비롯해 채 상병과 같이 수색에 투입된 부사관 등 초급간부까지 관련자 8명 모두를 집어넣었다. 박 전 단장 측은 이 장관이 사단장을 빼기 위해 사건 이첩을 보류하고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반면 이 장관은 말단 초급 간부까지 과실치사범으로 보는 것은 과하다며 재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입장이다.
김 변호사가 기자들의 질문을 다 받고 자리를 정리하려하자 갑자기 박 전 단장 뒤에 서 있던 임 센터장이 “잠깐만요, 잠깐만요”하면서 앞으로 나왔다. 그러면서 박 전 단장 구속 기각 탄원서 전달식이 있겠다며 준비해온 탄원서 종이를 꺼내들어 차례를 진행했다. 그의 안내에 따라 해병대 예비역 동기회 측은 탄원서를 김정민 변호사에게 전달했다. 이후 동기 측은 박 전 단장 앞에서 군가를 부르며 그를 응원했다.
박 전 단장의 영장실질심사 결과는 이날 오후에 나올 예정이다.
박 전 단장의 변호를 사건 시작부터 맡았던 김경호 변호사는 이번 사건이 정치권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최근 “이 문제는 1차적으로 법적으로 해결을 시도해야 한다. 정치인의 밥그릇이 돼서는 안된다”면서 사임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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