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요동치는 타이완 선거판…커지는 양안 갈등
[앵커]
타이완 수도, 타이베이시의 시장이 중국 상하이를 방문했습니다.
툭하면 타이완을 향해 무력 시위를 벌이는 중국도 타이베이 시장만큼은 융숭하게 대접했다고 하는데요.
타이베이 시장에게는 뭔가 특별한게 있는 걸까요?
격동하는 중국과 타이완, 양안 관계의 향방을 지구촌 돋보기에서 알아봅니다.
타이베이 시장이 누군가 했더니, 바로 이 사람의 증손자라면서요?
[기자]
이름은 장완안.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타이완 초대 총통 장제스의 증손자입니다.
장제스는 중국 공산당과 싸우다가 타이완 섬으로 밀려나긴 했지만, 중국이 늘상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을 천명했던 사람이죠.
그런 장제스의 증손자가 내년 1월로 다가온 타이완 총통 선거를 앞두고 중국 본토를 밟았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더 중요한 건 장 시장이 현재 '친중' 노선을 걷는 타이완 야당, '국민당' 소속이라는 건데요.
장 시장은 출발 전 기자들과 만나 "현재 양안 관계는 평온하지 않다"며, "평화와 안정을 갈망하는 타이완 민중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우회적으로 집권당인 민진당을 비판한 겁니다.
[장완안/타이베이 시장 : "양안 관계의 격동 속에서 우리가 서로 대화하고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찾기를 기대합니다."]
중국도 상하이 부시장이 공항에까지 직접 장 시장을 마중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방문을 크게 환영했습니다.
[앵커]
중국은 다가오는 타이완 총통 선거에서 '친중' 세력으로 정권이 바뀌기를 바라고 있는데, 판세가 중국이 희망 한대로 흘러가지는 않고 있죠?
[기자]
여론조사를 보면, 독립, 친미 세력인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35% 넘는 지지율로 야당 후보들을 넉넉하게 앞서고 있습니다.
2위는 중립 노선인 민중당 커원저 후보와 3위가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로 둘 다 지지율이 20%에 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야권 입장에선 야당 후보들이 단일화하는 경우에만 승부를 걸어볼 만 한데, 오히려 야당 후보가 늘었습니다.
올해 72살의 9조 원 대 자산가, 폭스콘 창업자인 궈타이밍이 최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궈타이밍/폭스콘 창업자 : "지난 7년여 동안 민진당 정권 아래서 타이완은 전쟁의 위험이 커졌습니다."]
[앵커]
선거까지 반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야권과 중국에 반갑지 않은 변수가 생긴 셈이네요.
지지율 3위까지 내려앉은 국민당은 중도 표심 잡기에 나섰다고요?
[기자]
국민당 허우 후보가 이달 중순 7박 8일 일정으로 미국에 갑니다.
'친중' 색채를 좀 희석하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 다가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주목되는 건 중국의 반발 수위인데요.
지난달 민진당 라이 후보가 파라과이 방문길에 미국을 거쳐 돌아왔을 때도 중국은 가만히 있지 않았죠.
라이 후보를 '골칫거리 제조자'라고 맹비난하면서 육해공군을 총동원해 타이완을 포위하고 무력 시위를 벌였습니다.
[앵커]
총통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타이완 해협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네요.
[기자]
최근 중국이 양안의 비공식 경계선인 타이완 해협 중간선으로 군용기나 군함을 보내는 경우가 잦아졌습니다.
타이완 국방부가 지난달 29일 성명을 내고 "중국은 군사적 괴롭힘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는데요.
여기에 중국은 경제적으로도 타이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타이완 식품 업체 100여 곳의 수입을 중단한 데 이어, 지난달엔 타이완산 망고 수입도 금지했습니다.
중국과의 무역에 의존도가 높은 타이완은 지난 7월 기준으로 11개월째 수출량이 줄어든 상황입니다.
[앵커]
갈수록 불안해지는 중국 경제 상황이 양안 갈등에 불씨를 지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죠?
[기자]
중국 경제가 불안 불안하다는 얘기가 최근에 자주 들리죠.
부동산 경기를 비롯해 주요 성장 동력이 힘을 잃었고, 청년 실업도 심각한데요.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군사적 움직임에 나설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 외교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 경기가 둔화하면 시진핑 주석은 타이완 침공 같은 군국주의 정책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쇠퇴하는 중국은 부상하는 중국보다 더 위험하다"고 짚었습니다.
또 다른 전문가도 "중국 경제가 나빠질수록 잠재적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 의회조사국이 지난달 말 유사시 타이완의 방어 능력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놨는데요.
양안 갈등이 깊어지면서 타이완이 올해 국방 예산을 10% 정도 늘렸지만, 에너지와 수도, 인터넷 등 주요 기반 시설이 외부 혼란에 취약하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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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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