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38살 유격수 김재호의 2023년은 '듣도 보도 못한 시즌'이다

이성훈 기자 2023. 9. 1. 11:0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38세.

2012년, 데릭 지터(뉴욕 양키스)가 은퇴한 뒤, 시즌 WAR 1을 넘긴 '38세 이상 유격수'는 11년째 등장하지 않고 있다.

KBO리그에서는 시즌 WAR 1을 넘긴 '38세 이상 유격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역대급 기록 쓰고 있는 38세 김재호 그래서 올 시즌의 김재호(두산)는 특별하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8세. 보통 사람들에게는 '한창 때'지만, 야구 선수들에게는 '황혼기'다. 올 시즌 한 타석이라도 들어선 38세 이상 투수와 타자는 각각 9명씩에 불과하다. 이들 중 상당수는 올겨울 그라운드를 떠날 것이다. 신체 기능이 떨어지면서, 젊은 후배들과 경쟁이 갈수록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운동 능력이 가장 많이 요구되는 포지션, 예를 들어 중견수와 유격수는 더욱 그렇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프로야구 출범 이후 42년 동안 한 시즌 승리기여도(WAR) 1을 넘긴 '38세 이상 중견수'는 딱 한 명.

지난해 승리기여도 1.33을 기록했고, 아마도 한국시리즈 역사상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로 기억될 5차전 역전 끝내기포의 주인공 김강민(SSG)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시즌 WAR 1을 넘긴 '38세 이상 중견수'는 2010년 세인트루이스에서 황혼기를 보냈던 짐 에드먼즈 이후 13년째 대가 끊겼다.

중견수보다 수비 빈도가 훨씬 많은 유격수는, 노장이 생존하기 더욱 어려운 포지션이다. 2012년, 데릭 지터(뉴욕 양키스)가 은퇴한 뒤, 시즌 WAR 1을 넘긴 '38세 이상 유격수'는 11년째 등장하지 않고 있다. 당시 지터는 몇 년 전부터 수비력에 의문이 제기됐다.

즉 뛰어난 공격력과 '양키스의 캡틴'이라는 상징성이 없었다면, 한참 전에 유격수 자리를 후배에게 넘겨줬을 것이다. KBO리그에서는 시즌 WAR 1을 넘긴 '38세 이상 유격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김재박과 박진만, 손시헌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위대한 유격수들도 38세가 되기 전 모두 세월의 벽에 막혔다.

역대급 기록 쓰고 있는 38세 김재호

그래서 올 시즌의 김재호(두산)는 특별하다. 현재까지 기록 중인 WAR이 무려 2.09. 38세 이상 유격수들 중 압도적인 역대 최고다.


〈스탯티즈〉에 기록된 김재호의 성적에는 놀랄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38살에 타율과 출루율, OPS가 생애 최고치를 찍고 있다. 유격수 수비 참여가 반영되는 수비 범위(RNG)가 2.17로 2019년 이후 최고다. 즉 공수에서 나이를 거꾸로 먹고 있는 것이다. 현재 리그에서 김재호보다 승리기여도가 높은 유격수는 박찬호(KIA), 오지환(LG), 박성한(SSG) 3명뿐이다. 김재호보다 타율, 출루율, OPS가 높은 유격수는? 아무도 없다.


김재호는 당연히 지금 수준의 성적을 계속 기록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운이 많이 개입되는 기록인 인플레이 타율(BABIP)이 무려 0.370. 통산 BABIP 0.303보다 너무 높은, 압도적인 생애 최고치다. 리그 전체에서 15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들 가운데 9번째로 높다. 작년보다 타구가 강해져서 BABIP이 높아진 것도 아니다. 올해 김재호의 타구 평균 속도는 시속 127km로 작년의 129.3km보다 오히려 줄었다. 즉 지금 김재호의 타격 성적에는 꽤 많은 '행운'이 개입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김재호의 성적이 앞으로 '곤두박질' 칠 것 같지도 않다. 행운이 아니라, 세월을 거슬러 '향상된 듯한' 능력치도 보이기 때문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이성훈 기자 che0314@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