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놈들아, 내가 언제 동상 세워 달라 했나’…홍범도 장군의 절규 담은 시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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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으로 활동 중인 이동순 영남대 명예교수가 교정이 아닌 다른 곳으로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결정한 육군사관학교 방침이 알려진 후, 홍 장군의 시선으로 우리나라를 보는 듯한 시 한 편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했다.
육사는 "홍범도 장군 흉상은 육사의 정체성과 독립투사로서의 예우를 동시에 고려해 육사 외 독립운동 업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이전하고, 홍 장군 외 5위의 흉상은 육사 교정 내 적절한 장소로 이전할 것"이라며 이같이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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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으로 활동 중인 이동순 영남대 명예교수가 교정이 아닌 다른 곳으로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결정한 육군사관학교 방침이 알려진 후, 홍 장군의 시선으로 우리나라를 보는 듯한 시 한 편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했다. 이 교수는 과거 10권 분량의 ‘홍범도’ 대하 서사시를 완결한 바 있다.
이 교수가 1일 오전 자신의 SNS에 올린 ‘홍범도 장군의 절규’라는 제목의 시는 ‘그토록 오매불망 / 나 돌아가리라 했건만 / 막상 와본 한국은 / 내가 그리던 조국이 아니었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시는 ‘그래도 마음 붙이고 / 내 고향 땅이라 여겼건만 / 날마다 나를 비웃고 욕하는 곳 / 이곳은 아닐세 전혀 아닐세’라는 표현으로 이어졌다.
홍범도 장군을 둘러싼 정치권의 ‘이념 전쟁’을 비판하듯 ‘내가 오지 말았어야 할 곳을 왔네 / 나, 지금 당장 보내주게 / 원래 묻혔던 곳으로 돌려보내주게 / 나, 어서 되돌아가고 싶네’라는 표현도 보인다. 이와 더불어 ‘야 이놈들아 / 내가 언제 내 동상 세워 달라 했었나 / 왜 너희들 마음대로 세워놓고 / 또 그걸 철거한다고 이 난리인가’라는 대목에서는 전 정부와 현 정부에 대한 넌더리가 묻어나는 듯도 하다.
시는 ‘내 동상을 창고에 가두지 말고 / 내 뼈를 다시 중앙아시아 /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보내주게 / 나 기다리는 고려인들께 가려네’로 마무리됐다.
앞서 육사는 지난달 31일 홍범도 장군 등 독립군·광복군 흉상 이전 논란에 관해 홍 장군의 흉상은 외부로 옮기고, 나머지 흉상은 현재 설치된 충무관이 아닌 교내의 다른 장소로 이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육사 종합강의동 충무관 앞에는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의 흉상이 있으며, 충무관 내부에는 대한제국 군대해산에 항의하며 자결한 박승환 참령의 흉상이 서 있다.
육사는 “홍범도 장군 흉상은 육사의 정체성과 독립투사로서의 예우를 동시에 고려해 육사 외 독립운동 업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이전하고, 홍 장군 외 5위의 흉상은 육사 교정 내 적절한 장소로 이전할 것”이라며 이같이 알렸다. 이어 “구체적인 사항은 육사 내 ‘기념물 종합계획’이 완료되는 대로 시행하겠다”며 “기념물 재정비는 육사 졸업생과 육사 교직원 등의 의견을 들어 육사의 설립 목적과 교육목표에 부합되게 육군사관학교장 책임하에 추진한다”고 덧붙였다.
홍범도 장군의 절규
이 동 순
그토록 오매불망
나 돌아가리라 했건만
막상 와본 한국은
내가 그리던 조국이 아니었네
그래도 마음 붙이고
내 고향 땅이라 여겼건만
날마다 나를 비웃고 욕하는 곳
이곳은 아닐세 전혀 아닐세
왜 나를 친일매국노 밑에 묻었는가
그놈은 내 무덤 위에서
종일 나를 비웃고 손가락질 하네
어찌 국립묘지에 그런 놈들이 있는가
그래도 그냥 마음 붙이고
하루 하루 견디며 지내려 했건만
오늘은 뜬금없이 내 동상을
둘러파서 옮긴다고 저토록 요란일세
야 이놈들아
내가 언제 내 동상 세워달라 했었나
왜 너희들 마음대로 세워놓고
또 그걸 철거한다고 이 난리인가
내가 오지 말았어야 할 곳을 왔네
나, 지금 당장 보내주게
원래 묻혔던 곳으로 돌려보내주게
나, 어서 되돌아가고 싶네
그곳도 연해주에 머물다가
함부로 강제이주 되어 끌려와 살던
남의 나라 낯선 땅이지만
나, 거기로 돌아가려네
이런 수모와 멸시 당하면서
나, 더 이상 여기 있고싶지 않네
그토록 그리던 내 조국강토가
언제부터 이토록 왜놈의 땅이 되었나
해방조국은 허울 뿐
어딜 가나 왜놈들로 넘쳐나네
언제나 일본의 비위를 맞추는 나라
나, 더 이상 견딜 수 없네
내 동상을 창고에 가두지 말고
내 뼈를 다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보내주게
나 기다리는 고려인들께 가려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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