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고갈 막기… ‘15%·18% 더 내고, 68세부터 수령’案 나왔다
보험료율 2025년부터 年0.6%씩 인상
수령은 2033년부터 5년마다 1세씩 늦춰
앞으로 70년간 국민연금 재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은 15~18%로 올리고, 연금 지급 개시 연령도 68세로 늦추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공개됐다.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공청회를 열고, 재정 계산 기간인 70년(2023~2093년) 동안 연금이 고갈돼 노후 소득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국민 불안을 해소하려면 이 같은 연금 제도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연금 제도 개선안에는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급여 비율) 인상이 포함된 제도 개선안은 빠져 있어, 돈을 더 내고 더 늦게 받기만 하는 개편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월 발표된 제5차 국민연금 재정 추계에 따르면 연금 제도가 현행대로 유지될 경우 32년 뒤인 2055년에는 기금이 소진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위원회는 “재정 계산 기간인 2023~2093년 중 적립 기금이 소진되지 않도록 한다는 재정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것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위원회에 따르면 ①연금 보험료율 인상(12%·15%·18%), ②연금 지급 개시 연령 상향(66세·67세·68세), ③기금투자수익률 제고(5차 재정 추계 예상치보다 0.5%포인트·1%포인트)를 조합한 18개 시나리오를 검토한 결과, 보험료율 15%와 18% 인상 등의 시나리오에서 70년 뒤에도 기금이 고갈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보험료율 15%에 연금 지급 개시 연령 68세와 기금 투자 수익률 1%포인트 제고를 조합하는 방안이다.
현재 9%인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10년간 매년 0.6%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인상해 15%로 올리고,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2033년부터 5년마다 1년씩 조정해 68세로 늦춘다. 그리고 기금 투자 수익률을 4.5%에서 1%포인트 상향시킨다면 2093년에도 그해 필요한 연금보다 8.4배 많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다음은 보험료율 18%에 연금 지급 개시 연령 68세와 기금 투자 수익률 제고(0.5%포인트·1%포인트) 중 하나 이상을 조합하는 방안이다.
현재 9%인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15년간 매년 0.6%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인상해 18%로 올리고, 지급 개시 연령을 2033년부터 5년마다 1세씩 조정해 68세로 늦추면 2093년에도 그해 필요한 연금보다 기금이 4.3배 많은 상태가 된다.
또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18%까지 올리고, 기금 투자 수익률을 4.5%에서 1%포인트 상향시키면 2093년에도 그해 필요한 연금보다 기금이 8.7배 많게 유지될 것으로 나왔다.
보험료율을 12%로 올리는 것은 연금 지급 개시 연령과 기금 투자 수익률을 조합해도 재정 계산 기간인 70년 동안 기금이 유지되는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2025년부터 5년간 매년 0.6%포인트씩 올리고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68세, 기금 투자 수익률을 1%포인트 상향으로 조정할 경우 기금 소진 시점이 2055년에서 2080년으로 늦춰진다.
김영하 제5차 재정계산위원장은 이날 공청회에서 “국민연금에 가입한 18세 청년이 평균 수명이 될 때까지 연금이 소진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국민들, 청년들이 안심하고 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외에 위원회는 국민연금이 실질적인 노후 소득 보장 제도가 되기 위해 유족연금과 장애연금 급여 제도 개선 등을 제시했다. 우선 유족연금의 경우 현재는 가입 기간에 따라 본래 연금액의 40~ 60%로 차등 지급했는데, 이를 일률적으로 60% 지급으로 바꿨다.
지난해 유족연금을 받은 95만명은 월평균 약 31만원을 받았는데, 월평균 노령연금 지급액인 58만원의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유족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여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장애연금 역시 소득대체율이 12~20%로 낮음을 지적하며 급여 등급 체계와 지급률 등에 대한 제도 개선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현재 만60세 미만인 국민연금 가입 연령 상한을 수급 개시 연령에 순차적으로 일치시켜, 소득이 있는 경우 추가로 더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봤다. 이를 통해 노령연금의 수급 연령은 2013년부터 매 5년마다 1세씩 늘어나는 중이지만 가입 연령 상한은 59세로 고정돼 노후 소득 보장을 저해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둘째 자녀 출산 시부터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 출산 크레딧을 첫째 아이부터 12개월씩 인정해주고, 군 복무 기간의 6개월만 인정해주던 군복무 크레딧을 군 복무 전체 기간 인정으로 확대하는 것도 검토한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오르면 부담이 커지는 지역가입자들 중 저소득 지역가입자들에게 국가가 추가된 보험료 부담분 지원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재정계산위에서 이번에 발표한 제도 개선안과 국민 여론 수렴 결과 등을 참고해, 오늘 10월 국회에 제출할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만든다.
하지만 이 같은 전문가들의 연금 개혁 방안을 정부가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보험료율 인상과 연금 지급 개시 연령 상향 등 돈을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방향만 있고 소득대체율 인상 등 돈을 더 받는 내용은 없는 연금 개편안만 가지고는 연금 개혁에 대한 국민 설득이 어렵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금은 노후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정부도 국민들이 연금으로 얼마를 받는지 등 소득대체율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소득대체율이 빠진 지금의 공청회 보고서 내용은 곤란한 측면이 있어, 가급적이면 보고서에 소득대체율 내용을 넣어줄 것을 위원회에 요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법 제4조는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과 신뢰도 제고를 위해 5년마다 연금 재정 계산을 실시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보험료 조정과 기금 운영 계획 등이 포함된 국민연금 운영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재정계산위는 이 법에 따라 만들어진 정부 자문기구로, 제5차 재정계산위는 작년 11월부터 9개월간 회의를 거쳐 이번 공청회에 연금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15명으로, 복지부 장관이 위촉한 위원장과 정부 위원 2명, 민간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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