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테니스 전설의 일침 "즐길 거 다 즐기면 언제 세계와 겨루겠나"
'한국 테니스의 전설' 이형택 오리온 테니스단 감독(47)이 후배들을 위한 쓴소리와 함께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 감독은 8월 31일 서울 장충 테니스 코트에서 열린 오리온 테니스단 창단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선수들이 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 안주하기보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루기 위해 개인 훈련을 꼭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이 감독은 "열심히 운동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단체로 운동하는 시간 외에 보완 훈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국내 선수들과 경쟁이 아니라 전 세계와 해야 한다"면서 "가난해서 필사적으로 운동하는 선수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즐길 거 다 즐기고 어떻게 하냐"고 일침을 놨다.
현역 시절 이 감독은 2000년과 2007년 메이저 대회인 US오픈 16강 진출을 이뤘다. 한국 선수 중 그랜드 슬램 16강은 이 감독과 2018년 호주오픈 4강에 오른 정현(27)뿐이다. 이 감독은 지난 2003년 1월 아디다스 인터내셔널에서 한국인 최초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테니스 불모지인 한국에서 선구자 역할을 해냈다.
현재 한국은 테니스 열풍이다. 기존 동호인들은 물론 젊은 세대들이 테니스에 빠져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장에서 열린 'ATP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에는 1만 명 가까운 팬들이 운집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선수들이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 감독에 이어 정현이 2018년 반짝했지만 이후 부상으로 좀처럼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권순우(26·당진시청)만이 최근 ATP 2회 우승을 이루는 등 홀로 분투하고 있다.
이 감독은 "정현을 높게 평가하는데 US오픈에 가기 위한 준비 과정이 정말 좋았다"면서 "보완 훈련을 많이 하더라"고 돌아봤다. 이어 "현역 시절 마이클 창과 마리아 샤라포바의 트레이너에게 개인 훈련 방법을 배웠는데 이후 거의 매일 밴드를 활용한 코어 운동을 했다"면서 "단체 훈련 외에 새벽 러닝과 아침 웜업, 밴드 운동까지 3~4시간 개인 훈련을 했더니 경기 후에도 아프지 않고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운동 외에 다른 것을 할 시간이 없었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 싸이월드가 큰 인기였는데 파도타기 등 몇 번 해보니 개인 운동할 시간이 없었다"면서 "그래서 과감히 끊고 훈련에 매진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재 오리온은 김장준(16)과 정연수(16), 김동민(14) 등 유망주들을 키우고 있다. 김장준은 국제테니스연맹(ITF) 뉴델리, 콜카타 주니어 대회 단식 우승으로 주니어 세계 랭킹 46위에 올랐다. 정연수도 ITF 자카르타 주니어 1, 2차 대회 단식 정상에 올랐고, 김동민(14)은 아시아테니스연맹(ATF) 대회에서 5번 우승했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 주니어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성인 무대에서 정상에 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체력적인 부분이 중요하다"면서 "거의 매일 코어 훈련을 하고 있는데 본인들이 그 느낌을 알고 힘을 기르면 자신감도 붙을 것"이라고 짚었다.
여기에 꾸준한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감독은 "예전 대한테니스협회 조동길 회장 시절 삼성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육성 프로그램에서 정현, 권순우, 정윤성(25·의정부시청), 홍성찬(26·세종시청) 등이 나왔다"면서 "권순우가 향후 5년 이상 한국 테니스를 이끌겠지만 오리온 선수들이 뒤를 이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선수들의 도전 정신도 주문했다. 이 감독은 "외국 코치들도 얘기하는데 한국은 시스템 자체가 실업팀 위주라 국내 대회에 집중하고 안주한다고 하더라"면서 "경비가 생기면 해외 투어를 다녀서 성적을 내고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계속 투자해서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오늘 US오픈에서 중국의 장즈전이 세계 5위 카스페르 루드(노르웨이)를 이겼다"면서 "10년 이상 장기 목표로 투자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중국 남자 테니스에서는 세계 67위 장즈전과 86위 우위빙이 오는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권순우, 홍성찬과 금메달을 놓고 경쟁한다.
오리온은 당장보다는 미래를 위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유망주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전영대 단장(63)은 "현재는 크게 자랄 선수들이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이형택, 정현, 권순우처럼 성장할 수 있는 유망주들을 찾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감독은 "우리 선수들에게도 앞서 언급했던 얘기들을 계속 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본인들이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선수층이 얇은데 권순우 같은 선수가 4명 정도만 나오면 중계도 되고 테니스가 일반에 많이 노출이 될 것"이라면서 "여자 선수들도 나와야 하고 오리온이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수십억 빚에 전횡 의혹까지' 韓 테니스 수장, 결국 사의 표명
- '회장 사퇴에 파산까지' 위기의 韓 테니스, 회생할 방법 있나
- '신유빈, 안방에서 기세 잇나' 韓 탁구, 평창에서 AG 전초전 정조준
- '자존심 상처' 4대 천왕·女 당구 1위, 소속팀 타이틀 대회 벼른다
- '배드민턴 女王 즉위' 안세영, 46년 만에 韓 역사 새로 썼다
- '롯데, 올해도 가을은 힘든가' 서튼 감독, 건강 문제로 사퇴
- '땅볼이 안타로 둔갑' 테러 위협에 KBO 심판 경기 제외
- "생전 첫 부진, 마음 아팠다" 오재일,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 간토대학살 100년…소극적인 韓, '모르쇠'하는 日
- "이게 사람 눈이냐? 원장 나와" 성형외과 행패 아나운서의 최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