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보아의 멍뭉이 된 로운, 이 정도로 망가진 모습은 처음이야('이연불')
[엔터미디어=정덕현] "쏜 거 맞아, 사랑의 총알. 맞으면 두근두근해. 그런데 나는 이홍조씨를 보면서 두근두근하고 싶지 않아. 근데 막 두근두근해." JTBC 수목드라마 <이 연애는 불가항력>에서 이홍조(조보아)에게 장신유(로운)가 하는 이 말들은 사랑의 고백 같기도 또 그걸 부정하는 것 같기도 하다. 보면 두근두근한데, 두근두근하고 싶지 않다니.
이건 <이 연애는 불가항력>이라는 로맨틱 코미디의 색다른 지점이다. 물론 이홍조에게 장신유가 설레는 건, 그에 따르면 '주술' 때문이다. 300여 년 전 봉인됐던 금서 '마력천자문'을 얻은 홍조가 자신이 좋아하는 권재경(하준) 사무관에게 이른바 '애정성사술'을 거는 물을 마시게 하려 했는데, 그걸 옆자리에 앉은 신유가 덜컥 마셔버린 것. 이로써 신유는 원치 않지만(?) 홍조를 졸졸 따라다니며 손발이 오그라드는 애정표현을 하는 멍뭉이가 되어버린다.
물론 이건 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마치 지니가 봉인되어 있던 램프를 발견한 후, 소원을 빌어 무언가를 이루는 그런 욕망의 판타지가 담긴 이야기일 뿐이니. <이 연애는 불가항력>은 그런 의미에서 본격 로맨틱 코미디다. 밀고 당기는 남녀 간의 관계가 이어지고, 그러면서 설레는 멜로와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즐기는 드라마. 주술이라는 비현실적 세계관을 가져왔지만 그건 그래서 그리 중요하진 않다. 그보다는 그로 인해 신유에게 발생한 이 독특한 상황 속에서의 로맨스와 코미디가 중요할 뿐.
"그런 얼굴 하지마. 설레니까... 젠장!" 주술에 의해 저도 모르게 홍조에게 마음이 이끌리지만, 이성은 그런 자신을 다잡으려 하는 그 양면적 모습이 이 로맨틱 코미디의 핵심적인 재미요소가 됐다. 하고 싶지 않아도 저도 모르게 다가와 설렌다느니, 좋아한다느니 하는 말을 쏟아내는 멍뭉이 같은 남자라니. 그것도 잘 생긴데다 능력까지 갖췄으니 '마력천자문'의 효능은 로맨스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램프의 지니보다 더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겠나.
하지만 홍조의 반응 또한 흥미롭다. 이런 모든 걸 다 가진 남자의 구애를 좋아할 법 하지만(내심은 좋겠지만) 그는 권재경에 대한 마음을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이렇게 멍뭉이 같이 달려드는 신유에 대해 이렇게 혼잣말을 한다. "자기 입으로 멍뭉미 넘친다고 할 때 눈치 챘어야 했어. 진짜 개야. 개소리를 막 해."
그런데 홍조가 권재경에 대한 호감을 갖게 된 이유는 구청 환경과에 있을 때 유기견 보호센터에 점검을 나갔다가 거기서 그를 봤고, 그가 꽤 오래 그곳에서 봉사를 해왔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어딘가 호감의 이유가 애매하다. 그런 지점을 권재경이 싹뚝 잘라낸다. "'동물 좋아하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은 없다' 그런 편견에 속은 거네요." 그러면서 홍조의 구애를 밀어낸다. 가족에게 상처가 있는 그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일 자체에 거리를 둔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재경도 신유와 마찬가지로 홍조에게 호감은 있지만 자기 스스로 그걸 받아들이지 못해 밀어내려는 인물이다. 신유는 그것이 주술 때문이라고 말하고, 재경은 그것이 개차반 같은 집안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의 틀 안에서 홍조를 향해 신유와 재경이 '불가항력'적인 호감과 그럼에도 이를 밀어내려는 마음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건 여러모로 흥미로운 지점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그건 과연 신유가 홍조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것이 '애정성사술'이 담긴 물을 마신 주술 때문인가 하는 점이다. 신유는 무슨 일인지 자신이 저주에 걸려 있다 생각한다. 평상시에도 알 수 없는 피에 젖은 손이 튀어나와 그의 오른손을 붙잡고 그래서 손을 움직일 수 없게 만든다. 그가 주술이 담긴 물을 왼손으로 그날 마시게 된 것도 이런 오른손의 문제 때문이었다.
이미 선대로부터 내려오는 '저주의 대물림'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고, 그 집안에 대대로 물려지는 유전병이 있어 그걸 저주라 여겨왔지만 신유는 그걸 믿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러던 그가 홍조를 만나 그가 펼친 애정성사술에 의해 자신이 그를 좋아하게 됐다고 이야기하는 것. 쉽게 주술과 저주 같은 말로 이를 설명하고 싶겠지만, 어찌 보면 그건 신유의 변명 같은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저도 모르게 마음이 이끌리는 것에 대해 저주니 주술이니 하며 내놓는 변명.
사실 사랑을 다루는 멜로에서 이토록 많은 사람들 중에 하필이면 이 남녀가 어쩌다 이런 애틋한 관계에 빠져 드는가 하는 사실은 신비롭게까지 느껴지곤 한다. 그래서 운명도 나아고 심지어 전생의 인연에 주술이니 저주니 하는 비현실적 이유까지 등장한다. 홍조와 신유가 주술로 엮어진 것인지, 운명 같은 전생의 인연으로 엮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혹은 그런 걸로 포장될 정도로 강렬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일지도.
아직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 연애는 불가항력>은 이 주술을 핑계로 대놓고 직진하는 신유의 우스꽝스럽지만 설레는 색다른 멜로의 결을 꺼내놓고 있다. 초반 어딘가 평이해보였던 드라마가 이 지점부터 특별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 지금껏 진중하게 폼을 지키는 역할을 주로 해왔던 로운이 아낌없이 망가지며 멍뭉미를 드러내는 대목은 팬들이라면 반색할 일이다. 그리고 이건 연기자로서의 길을 걸어가는 그에게도 중요한 기점이 될 테고. 확실히 주술에 걸린 듯한 로운의 변화가 흥미진진해지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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