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삼성의 미래가 원하는 것, ‘농구 명가’의 재건!

손동환 2023. 9. 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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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3년 8월호에 게재됐다. 인터뷰는 7월 13일 오후에 진행됐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삼성전자는 1980년대 현대전자와 한국 남자농구 쌍벽을 이뤘다. 삼성전자를 이어받은 서울 삼성 역시 2000년대 대표적인 ‘농구 명가’였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예전만큼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농구 명가’라는 단어는 옛말이 됐다. 하지만 삼성에 속한 선수들은 팀의 전통을 살리기 위해 다시 한 번 땀을 흘리고 있다. 삼성의 미래로 불리는 이원석도 마찬가지였다.

Early-Entry
경복고를 졸업한 이원석은 연세대로 진학했다. 그러나 1학년 때만 해도, 잠재력만 있는 유망주에 불과했다. 신장과 기동력을 지녔지만, 피지컬과 힘이 지금보다 더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독하게 운동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포함한 기초 체력 훈련과 빅맨으로서 이행해야 할 전술 훈련 모두 소홀히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원석의 가치는 높아졌다.
이원석은 연세대뿐만 아니라 대학 무대에서도 대체 불가능한 빅맨으로 성장했다. 연세대의 전성기도 주도했다. 그리고 프로 무대에 노크했다. 동기들보다 2년 이른 선택. ‘얼리 엔트리’가 됐다.

연세대학교에 입학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연세대학교’ 자체를 좋아했어요. 부드러운 이미지가 좋았고, 파란색도 좋아했거든요.(웃음) 그래서 연세대학교 이외의 학교를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그리고 은희석 감독의 영향도 컸어요. 은희석 감독님께서 저에 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셨거든요.
지금보다 몸이 더 왜소했습니다. 입학 후에는 운동을 어떻게 하셨나요?
중고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웨이트 트레이닝에 관한 개념이 거의 없었어요. 대학교에 가서야, 트레이닝 센터와 트레이너가 있는 환경을 접하게 됐죠. 그런 환경에서 운동하다 보니, 몸이 자연스럽게 좋아진 것 같아요.
이원석 선수가 가세한 후, 연세대가 대학 무대에서 최고를 달렸습니다.
단합력과 조직력이 상대 팀보다 좋았어요. 같이 뛰는 형들의 기량도 워낙 좋았고요. 그래서 팀원 간의 시너지 효과가 컸고, 저희 학교가 다른 학교보다 많이 이겼던 것 같아요.
그리고 (신)승민이형(대구 한국가스공사)이 저의 부족한 점을 잘 메워줬어요. 룸메이트였던 (이)정현이형(고양 소노)과 (양)준석이(창원 LG) 등 가드진도 저를 포함한 빅맨들을 잘 살려줬어요. 형들과 동료들 덕분에, 저희 학교가 위기에 잘 대처했던 것 같아요. 경기도 잘 운영했고요. 제가 잘한 건 거의 없었다고 생각해요.
겸손하게 말씀하셨지만, ‘선수 이원석’의 퍼포먼스도 급성장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제가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대학교 2학년 때 농구가 늘었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1학년 때는 팀 농구를 따라가기 바빴다면, 2학년 때는 감독님의 농구를 정확하게 이해했거든요.
연세대학교 2학년 때 프로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동기들에 비해 나이가 많았어요. 그리고 프로처럼 큰 무대라면, 저보다 뛰어난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거죠.

Future
이원석은 2년 선배들과 함께 드래프트에 나섰다. 하윤기(수원 KT)와 이정현, 신민석(울산 현대모비스) 등 쟁쟁한 선배들이 함께 등장했다. 선배들의 이름만 놓고 보면, 이원석의 앞날은 그렇게 밝지 않았다.
그러나 이원석은 로터리 픽 후보에 포함됐다. 아니, ‘1순위 후보’로 보는 이들도 많았다. 이원석의 높이와 기동력, 신장 대비 스피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장점이기 때문.
실제로, 2021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 1순위는 이원석의 몫이었다. 이원석을 선발한 이상민 삼성 감독(현 전주 KCC 코치)은 “(이)원석이의 잠재력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다”며 이원석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삼성의 선수가 된 이원석은 데뷔 시즌 정규리그 52경기에 나섰다. 경기당 21분 29초 동안 8.6점 4.1리바운드(공격 1.8)를 기록했다. 팀의 미래 자원으로서는 물론, 현재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줬다. 신인이었지만, 삼성에서 꽤 중요한 선수가 됐다.

‘1순위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너무 감사하기는 했지만, 주변의 평가를 전혀 믿지 않았어요. 상상조차 못했던 평가였거든요. 얼떨떨했고, 신기했어요.
하지만 ‘1순위 신인’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너무 기뻤지만, 얼떨떨했어요. 믿을 수 없었죠. ‘1순위 신인’이라는 부담감도 생겼어요. 그런 부담감을 이겨내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어요.
프로 데뷔 시즌을 치렀습니다. 아마추어와는 다른 점이 있었을 건데요.
스케줄부터 대학교 대회와는 달랐어요.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일정이 있어요. 토일화 4일 동안 3경기를 하는 일정이었는데, 전부 원정 경기였어요. 전주와 고양, 창원을 가는 일정이었죠.(말과 동시에, 손가락을 위아래로 한 번씩 그렸다) ‘이게 말이 되는 일정인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내가 잘 이동하고 있는 건가?’라는 느낌도 들었죠. 실려다닌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하지만 상상도 못했던 일정이라, 색다르고 재미있기도 했어요. 그리고 외국 선수가 뛴다는 점도 차이였고, TV로만 봤던 형들과 부딪히는 것도 대학 무대와는 달랐어요.
보완할 점도 많이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시간이 잘 안 갔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마지막 경기가 됐더라고요. 그만큼 정신없이 지나갔던 것 같아요. 하지만 좋지 않은 성적으로 끝내, 많이 아쉬웠어요. 과제도 많이 얻었고요. 도전할 게 많아졌기에, 설레는 마음도 커졌어요.

Grown-Up
2022년 여름. 이원석은 프로 선수로서 첫 비시즌 훈련을 경험했다. 대학 시절과는 한 차원 다른 훈련. 그러나 이원석은 몸 만들기에 매진했다. 노력 끝에 근육질의 몸매로 탈바꿈했다. 한 눈에 봐도, 이전과 달라진 피지컬을 자랑했다.
또, 연세대 시절 스승이었던 은희석 감독이 삼성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은희석 감독과 이원석은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사이. 그래서 이원석은 은희석 감독 밑에서 더 부지런히 움직였다. 전술 이행 능력과 퍼포먼스 또한 끌어올리려고 했다.
정규리그 출전 경기 수는 39에 불과했지만, 경기당 출전 시간은 26분 29초로 증가했다. 평균 기록 또한 9.5점 6.1리바운드(공격 2.1). ‘소포모어 징크스’ 혹은 ‘2년차 징크스’라는 말은 이원석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연세대 스승이었던 은희석 감독님께서 새롭게 부임했습니다.
사실... ‘언젠가는 다시 만나겠다. 감독님이랑은 한 번 더 만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웃음) 그런데 정말 재회했어요. (은희석 감독과 재회한 순간) 신기하고 재밌었어요.(웃음)
그와 별개로, 2022년 여름은 프로 선수로서 첫 비시즌이었습니다.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한 건 아니었어요. ‘살을 찌우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해야 한다’고만 생각했죠. 어느 정도 증량한 후에 뛰는 운동을 하니, 근육량이 안 줄더라고요. 하지만 몸무게가 증가하면서, 발날이 아팠어요. 다행히 피로골절은 아니었지만, 통증이 조금 있었죠.
2022~2023시즌 기록이 2021~2022시즌보다 좋았습니다.
개인 기록이 좋아진 건 맞지만, 팀 성적은 좋지 않았어요. 팀 성적이 저에게 첫 번째 순위였기에, 개인 기록은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무엇보다 부상이 뼈아팠어요. 발목에 종아리까지 다치니,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졌어요.
수확도 있었을 건데요.
외국 선수 수비 경험치가 쌓인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다른 분들은 저의 수비를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지만, 저 스스로는 ‘자신 있게 부딪힐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수비와 몸싸움만큼은 자신감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몸무게를 늘린 게 원동력이었을까요?
지난 시즌 끝날 때의 몸무게가 96kg였어요. 지금은 102kg까지 늘렸어요. 근육량이 늘다 보니, 이전보다 몸싸움을 자신 있게 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몸싸움을 시도조차 못했는데, 이제는 부딪히는 게 재미있어졌어요.

PLAY OFF
비록 2년 밖에 안 됐다고는 하나, 이원석은 프로에서 꾸준히 성장했다. 그렇지만 이원석의 소속 팀인 삼성은 2016~2017시즌 이후 6시즌 동안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했다.(물론, 2019~2020시즌은 코로나19로 조기 종료됐다. 그래서 삼성의 플레이오프 탈락은 ‘5시즌 연속’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삼성은 그때도 7위에 머물렀다)
이원석이 진정한 삼성의 현재로 거듭나려면, 삼성의 성적이 동반 상승해야 한다. 이원석의 성장이 삼성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뜻. 이원석 역시 이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플레이오프 진출’에 힘을 줘서 이야기했다.

이번 여름은 어떤 걸 준비하실 건가요?
은희석 감독님께서 “이제는 너의 공격부터 본 다음에, 다른 옵션을 보면 좋겠다. 그리고 빅맨은 또 하나의 가드다. 가드가 압박을 받을 때, 너가 경기 조립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이전 시즌과 다른 역할을 저한테 주문하신 거죠.
저 역시 예전보다 다양한 옵션을 소화하고 있어요. 볼을 잡은 후 제 공격을 먼저 보고, 베이스 라인으로 침투하는 동료들도 봐주고 싶어요. 그런 옵션을 이전보다 많이 시도하고 있어요. 감독님께서도 긍정적으로 피드백을 해주시고요.
그래서 저는 휴가 때부터 슛을 연습했어요. 비시즌이 시작된 후에는, 김효범 코치님과 훈련 3~40분 전부터 점프 슛 연습과 밸런스 운동을 같이 하고 있어요. 타점을 조절하는 것부터 원 드리블 점퍼와 스탑 점퍼 등이 주요 드릴인데, 슈팅 밸런스와 타점이 조금은 안정된 것 같아요. 슛 연습이 재미있어졌죠. 그러다 보니, 저 스스로 감독님이나 코치님과 의논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저를 돌아보는 시간 또한 길어졌고요. 감독님과 코치님께서도 그런 저를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준비의 목적은 ‘플레이오프’라고 생각해요.
모든 선수의 최종 목표는 통합 우승일 거예요. 그렇지만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하면, 통합 우승은 바라볼 수 없어요. 그래서 저 역시 플레이오프를 첫 번째 목표로 삼고 있어요. 플레이오프에 진출해야, 그 이상의 목표를 바라볼 수 있거든요.
앞으로 삼성을 어떤 팀으로 만들고 싶으신가요?
삼성은 ‘농구 명가’로 유명한 팀이었잖아요. 삼성의 팀원으로서 예전의 명성을 회복할 수 있게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삼성은 매년 플레이오프에 가는 팀이다’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팀에 도움을 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난 해와 달라진 점이 있어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선수들이 알아서 개인 훈련을 한다는 점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형식적으로 운동하는 게 아니에요. 훈련 3~40분 전부터 슈팅 연습을 하거나, 쉬는 날에도 부족한 점을 연습해요. 그래서 체육관에는 볼 튀기는 소리가 항상 들려요.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마음과 열정이 커진 만큼, 팬들께서도 저희 삼성을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사진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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