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역사적 대업이 깨진 직후… 서진용은 약속을 지켰다, 도전은 계속 이어진다

김태우 기자 2023. 9. 1. 10: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올 시즌 구원 부문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서진용 ⓒ곽혜미 기자
▲ 첫 블론세이브에도 불구하고 굳건한 모습을 이어 가고 있는 서진용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미겔 로하스(두산)의 타구가 잠실구장 중앙 담장을 향해 뜨는 순간, 경기를 지켜보던 모두는 대기록의 무산과 중단을 직감할 수 있었다. 발 빠른 3루 주자 정수빈이 아니어도, 웬만한 선수들은 태그업을 해 넉넉히 홈을 밟을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비거리였다.

올 시즌 단 한 차례도 블론세이브를 기록하지 않으며 버텼던 서진용(31‧SSG)의 역사적인 행진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서진용은 8월 27일 잠실 두산전에 5-4로 앞선 9회 경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지만 1점을 내주며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1사 후 정수빈과 김재호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고, 이어진 1사 1,3루에서 로하스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때 정수빈이 홈을 밟아 블론세이브가 올라갔다.

올해 SSG의 마무리로 낙점된 서진용은 숱한 위기에도 팀 승리를 지키는 수호신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34번의 세이브를 기록하는 동안 두 차례 패전은 있었지만 한 번도 블론세이브는 없었다. 팀이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동점 내지 역전을 허용한 경기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의미다.

제 아무리 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마무리 투수라고 해도 1년을 풀타임으로 뛰면 3~4차례 블론세이브는 하게 되어 있다. 매번 3점 차의 넉넉한 점수차에서 마운드에 오를 수도 없고, 숱한 터프 세이브 상황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4년간 구원왕들의 성적을 보면 블론세이브가 없었던 투수는 하나도 없었다. 2020년 조상우(키움‧3블론), 2021년 오승환(삼성‧1블론), 2022년 고우석(LG‧2블론)과 같은 특급 마무리 투수도 블론세이브라는 단어에서 완벽하게 자유롭지는 못했다.

이미 언론과 팬들 사이에서 수없이 회자된 ‘시즌 무(無) 블론세이브’ 행진이었다. 선수 스스로도 이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김이 빠질 법도 했다. 하지만 서진용은 자신, 구단, 그리고 팬들과 약속을 되새기고 있었다. 서진용은 “시즌을 블론세이브 없이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한 적은 없다. 대신 “블론세이브를 하더라도 흔들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서진용은 30세이브 고지를 넘어섰던 당시 “물론 블론세이브를 안 하고 이렇게 쭉 가면 좋다. 하지만 앞으로도 지금처럼 하겠다는 생각밖에 없지, 끝까지 블론세이브를 안 하겠다는 이런 생각은 아니다”고 했다. 대신 한 번 흔들리면 그 여파가 그 다음 상황이나 그 다음 경기까지 이어졌던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다.

▲ SSG 첫 40세이브 마무리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서진용 ⓒ곽혜미 기자
▲ 서진용은 언젠간 찾아올 블론세이브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SSG랜더스

약속은 지켰다. 블론세이브 직후 심호흡을 크게 한 서진용은 양의지를 3루 땅볼로 정리하고 역전은 허용하지 않은 채 9회를 마쳤다. 팀이 5-5로 맞선 연장 10회 3점을 내며 앞서 나가자 연장 10회를 무실점으로 정리하며 이번에는 팀 승리를 지켰다.

30일 인천 키움전에서도 11-7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라 세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하고 팀 승리를 확정했다. 마무리 투수는 보통 세이브 상황이 아닌 시점에서는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더 집중해서 공을 던지고 있었다. 31일 인천 키움전에서도 2-2로 맞선 9회 등판해 다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어내며 자신의 몫을 다했다. 블론세이브 여파는 없었다.

마무리 투수는 사실 잔인한 보직이다. 뒤가 없다. 자신이 무너지면 팀이 진다는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야 한다. 불펜의 최고 귀족 보직이지만, 그만한 책임감도 따르는 것이다. 서진용은 어린 시절 이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지곤 했다. 잘 던지다가도 한 경기에서 무너지면 그 다음 2~3경기를 그르치는 경우도 많았다. 그가 마무리 보직을 꾸준하게 유지하지 못한 이유다.

하지만 올해는 한층 성숙해졌다. 위기 상황에서도 자신의 공을 믿고 던지고, 결과가 나오다보니 자신감이 더해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졌다. 그 결과 여전히 리그 구원 부문 선두, 1.46이라는 좋은 평균자책점, 구단 역사를 뛰어 넘어 SSG 최초 40세이브 마무리 가능성 등 화려한 업적을 열었거나 열어두고 있다. 블론세이브는 끝이 아니다. 도전은 계속 이어진다.

▲ 팀의 수호신으로 활약하고 있는 서진용 ⓒSSG랜더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