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조' 가장 비싼 건축물…7년 뒤 산산조각 난다는데 [김진원의 머니볼]
1일 지구 위 400㎞ 국제우주정거장(ISS·사진1)이 11명의 우주비행사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미국 스페이스X 7번째 ISS 유인 수송 임무(크루-7)로 4명의 승무원이 최근 새로 합류해 임무 교대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총 건설비 1400억 달러(한화 185조원)로 인류 문명이 건설한 가장 비싼 단일 건축물이자 인류가 무중력에 가까운 우주 공간에서 장기간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ISS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살펴봤습니다.
○초속 7.5㎞ 공전하는 ‘185조원’짜리 건축물
ISS는 1998년 11월 첫 모듈이 궤도에 오르며 운행을 시작했습니다. 2021년 11월 마지막 모듈이 조립됐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러시아연방우주국(ROSCOSMOS) 유럽우주국(ESA)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주축이 됐습니다. 총 23개국이 참여했습니다.
ISS의 전체 길이는 108.5m 폭은 72.8m입니다. 축구 경기장 크기죠. 16개 모듈과 금속 트러스(골조), 태양전지판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실제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은 931㎥에 불과합니다. 대형 민간 여객기 내부 공간 수준이라고 합니다. 총 질량은 419t에 달합니다.
미국의 우주왕복선 또는 러시아의 소유즈 로켓이 구조물을 40여차례 실어 나른 뒤 로봇팔로 조립(사진2)됐습니다. 총 건설비는 1400억 달러(한화 185조원) 이상 투입됐습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건설비용(240억 달러)의 약 6배입니다.
ISS는 초속 7.5㎞(시속 2만7000㎞)의 속력으로 지구를 돌고 있습니다. 지구를 하루 15.54번 공전합니다.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92분입니다.
대기와의 미세한 마찰로 ISS는 조금씩 속도가 줄어듭니다. 궤도를 유지하기 위해 한 달에 한번 러시아 로켓 엔진으로 가속합니다. ISS는 지구에서 보이는 물체 중 태양과 달에 이어 세 번째로 밝은 물체이기도 합니다.
○진공 포장 ‘밀키트’로 식사
ISS에 체류하는 승무원들의 하루 일과는 보통 아침 6시에 시작합니다. 아침 식사를 한 뒤 오전과 오후에 계획된 과학 실험 및 ISS 정비 활동을 합니다. 미세중력 상태에서 신소재를 합성하는 연구, 줄기세포의 생산성을 높이는 연구 등을 주로 수행합니다. 고추와 같은 우주에서 식물 재배 연구(사진3) 등도 포함됩니다.
근육량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 등으로 자유시간을 보낸 승무원들의 취침 시간은 대개 밤 9시 30분입니다. 침실은 사람 크기의 개인 방음 부스(사진4)입니다. ISS에는 총 6개의 침실이 있습니다. 약 일주일의 임무 교대 기간 중 침실을 배정받지 못한 승무원은 개인 침낭을 비어 있는 벽 공간에 설치해 사용합니다.
ISS의 음식은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진공 포장 돼 있습니다. 중력이 없어 식욕을 잃은 승무원들을 위해 지상의 요리보다 더 많은 향신료를 사용해 밀키트 형태로 조리됐습니다. 새로 화물선이 도착했거나 과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날에만 신선한 과일 등을 특식 형태로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음료는 탈수 분말 형태로 제공됩니다. 마시기 전 물과 흔들어 섞은 뒤 빨대로 마십니다. 화장실은 진공 호스를 신체에 밀착해 이용합니다. 샤워는 물로 헹구지 않아도 되는 우주비행사 전용 액체비누 등을 사용해 이뤄집니다.
4명의 승무원이 ISS에 6개월 체류하기 위해서는 식량 등 평균 2.72t의 공급품이 필요합니다. 로켓으로 짐을 운반하는 비용은 1㎏당 9만3400달러입니다. 매년 운영비가 40억 달러(한화 5조3000억원) 이상 투입되는 이유죠.
○2030년 운영 종료…추락 또는 재건축 기로
막대한 유지 비용 문제는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ISS 운영 비용을 더이상 내지 않겠다고 한 근거이기도 합니다. 여기 더해 국제 협력 유인 우주 탐사 프로그램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달 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 건설이 구체화되고, 정거장 운영의 주요한 축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벌이며 ISS는 2030년 12월까지만 운영하기로 잠정 결정됐습니다.
NASA는 ISS의 수명 등을 고려해 2026년부터 인위적인 가속을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궤도가 수년에 걸쳐 점점 낮아질 겁니다. 정거장을 다시는 우주로 끌어 올릴 수 없는 고도(약 280㎞)가 되면 반대로 대기권에 밀어넣는 작업을 시작한다 합니다. ISS의 추락 궤도를 통제하기 위해서죠.
ISS는 대기와의 마찰로 인해 불이 붙은 채 산산조각 날 전망입니다. 400t이 넘는 파편이 흩어지는 범위는 최대 6000㎞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우주선의 무덤으로 사용되는 ‘포인트 니모’에 추락 시키는 것이 NASA의 현재 계획입니다. 뉴질랜드와 남미 대륙 사이 남태평양 광활한 해상을 일컫습니다.
한편 ISS를 추락시키는 것이 자원 낭비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에 미국의 우주 벤처기업 시스루나 인더스트리(Cislunar Industries), 일본 스타트업 아스트로스케일(Astroscale) 등은 ISS 재건축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주에 고철 처리장을 인공위성의 형태로 마련하고, ISS의 모듈과 트러스, 패널 등을 해체한 뒤 녹여서 다시 사용하자는 것입니다. 게리 칼넌 시스루나 최고경영자(CEO)는 “ISS를 재활용하는 고철 처리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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