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사우디-이스라엘 수교 협상에 ‘완화된 조건’ 제시
독립국 원론 대신 서안지구 일부 통제권 확보
미국 중재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이 국교 수립을 추진하는 가운데 핵심 이해관계자인 팔레스타인이 동의를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알려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극우 내각과 각을 세우며 타협점을 찾지 못했던 팔레스타인이 한발 물러서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구상에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획기적인 중동 협정을 성사시키려는 미 백악관 노력에 기꺼이 협력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며 사우디와 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협상 때 논의할 팔레스타인 요구안을 사우디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요르단강 서안지구 일부 지역에 대한 통제권 확보와 이스라엘 정부가 서안지구에 사전 승인 없이 설치한 ‘불법 전초기지’를 철거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는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한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등에서 모두 철수하고,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독립국가 건설을 주장했던 기존 안에서 상당히 완화된 내용이다.
WSJ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2020년 미국 주도로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일명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정식 외교 관계를 맺자 거세게 반발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번 자치정부의 제안은 상당한 변화를 의미한다”며 “아직 복잡한 논의와 장애물이 남아 있지만, 팔레스타인 지지를 확보하면 모든 과정에 합법성이 부여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사우디와 이스라엘 관계 회복의 최대 걸림돌이었다. 특히 1948년 이스라엘이 국가를 수립한 이후 팔레스타인의 강력한 버팀목 역할을 했던 사우디는 팔레스타인 요구가 반영되지 않으면 이스라엘과의 국교 수립은 어렵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팔레스타인의 이러한 태도 변화엔 이번 협상에서 미국과 사우디에 공조하지 않으면 자신들에게 돌아올 이익이 거의 없을 수 있다는 현실론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중동 전문가 윌리엄 웨츨러는 WSJ에 “팔레스타인 지도부가 점점 실용적으로 변해간다는 긍정적 신호”라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얻는 데 주력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미국 측엔 팔레스타인의 정식 유엔 회원국 지위 지지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현재 이스라엘 극우 내각을 구성하는 상당수는 팔레스타인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로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팔레스타인에 조금이라도 양보한다면 그건 소설”이라고 날을 세웠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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