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군, 러 1차 방어선 돌파...대반격 속도전 기대감
베르보베 집중 공략...미 장갑차 부대 투입
틈새 만들어 비집는 중 “공에 바람 넣고 있다”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군이 남동쪽 러시아군 1차 방어선을 돌파함으로써 느리게 진행돼온 대반격전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최전선의 우크라이나군 당국자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공수부대가 베르보베 마을 인근에서 저항하는 러시아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또 남부 로보티네 마을 남쪽에서도 러시아군 주방어선까지 진격했다.
베르보베 서쪽을 향한 공격에 대해 우크라이나군 장교는 세 손가락을 펴 보이며 3방면에서 공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르보베는 전쟁 전 인구 약 1000명의 농촌 마을이다.
러시아군 주방어선 첫 돌파 의미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방어선의 구멍을 크게 만들어 서방이 지원한 기갑장비로 돌파할 수 있도록 시도하고 있다.
이를 두고 현지 장교는 “공에 바람을 넣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 46 여단 병력도 로보티네 동쪽 15km 떨어진 베르보베 마을 공략이 가담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NYT는 우크라이나군의 새로운 공세가 로보티네를 완전히 장악하고 추가 진격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군 방어선 여러 곳이 베르보베로 수렴된다고 밝혀왔다.
또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가 “노보다닐리우카-보보프로고피우카 방면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성과를 내고 있다. 진격한 위치를 고수하면서 적 표적을 포격해 파괴하는 대포병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미 CNN이 보도했다.
그러나 CNN은 지난 27일자 위성사진을 분석해 로보티네 남쪽 7km 떨어진 솔로드카 발카 지역의 러시아군 방어선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최근 며칠 새 우크라이나군이 올린 전과로 서방 정보 당국들이 러시아군의 보급 허브인 토크막을 탈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수로비킨 라인 무너졌다는 징후 아직 없다”
또 러시아군 방어선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징후는 아직 없다. 이와 관련 미 전쟁연구소(ISW) 조지 배로스 연구원은 “현재까지 입수된 증거로는 ‘수로비킨 라인(방어선 설치를 지휘한 전 러시아군 총사령관 세르게이 수로비킨의 이름을 딴 것임)’을 돌파했음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밖에도 러시아군은 공수부대 등 병력을 추가 투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큰 돌파구가 만들어진다면 3달째 접어드는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에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대반격을 통해 남동쪽 아조우해까지 진격해 우크라이나 영토의 20%에 달하는 러시아군 점령지를 양분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군사 훈련과 각종 중장비를 지원했다.
여름 초기 우크라이나는 동부 도네츠크 지역 마을 몇 곳을 탈환했고 러시아군을 바흐무트에서 다시 몰아냈다. 그러나 아조우해 방면의 주 공격로에서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초기에 러시아군의 반격에 큰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군이 전술을 바꿔 소규모 보병부대를 투입하면서 진격 속도가 크게 지체됐다. 이로 인해 서방과 우크라이나 사이에 전략, 전술을 놓고 이면 갈등이 빚어졌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진전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정밀한 대포병 공격이 러시아군 포격을 압도했다. 보병 선발대가 참호를 점령하고 농장 벌판 외곽의 숲을 장악했다.
우크라이나군은 82강습여단과 같은 강력한 공수부대 등 신규 병력도 투입하고 있다. 미국이 지원한 스트라이커 전투차량으로 무장한 부대다. 최근 며칠 동안 우크라이나군은 베르보베 외곽까지 진출해 러시아군 방어선을 어느 때보다 강력히 공략하고 있다.
러시아군도 강력히 저항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장교는 러시아군이 참호에 카펫을 깔고 벽에 그림을 걸어두는 등 참호를 단단히 구축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 지역 러시아군은 제7방위강습사단 등 정예 병력이다.
러시아는 정찰 드론으로 우크라이나군 병력과 장비의 위치를 파악해 포격하고 자폭 드론으로 공격하고 있다.
전장 상공에 드론 대거 등장
미국이 지원한 집속탄이 상당한 효과를 내는 것으로 현지 군인들이 전한다. 우크라이나군은 개활지를 이동해 후퇴하거나 신규 충원되는 러시아군 병력을 집속탄으로 공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포병을 충분히 후퇴시켜 러시아군 주둔지까지 이어지는 공격 회랑을 만들려 시도하고 있다. 이 회랑으로 서방이 지원한 기갑 장비를 투입하려는 것이다.
오리히우 남쪽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 포병이 진격함으로써 사거리가 미치지 못하던 러시아군 진지를 공략할 수 있게 된다.
우크라이나군이 베르보베 방면에서 전면적 돌파구를 만드는데 성공하면 러시아군 점령 항구도시 베르댠스크와 마리우폴 공략할 수 있게 되며 로보티네 남쪽에서는 토크막을 위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최전선 병력을 모터사이클과 픽업트럭, 산악차량 등으로 보충하고 있고 서방이 지원한 장갑차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군의 집중 포격을 피하기 위해서다.
현지 장교는 “서방 장갑차가 만능은 아니다”라고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점령한 러시아군 참호를 러시아군이 재탈환하지 못하도록 불태우고 있고 러시아군이 남긴 무기와 탄약, 장비도 파괴하고 있다.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소형 차량도 쉽게 노출된다. 지난 27일 베르보베 전투에서 전사한 병사의 시신을 회수하기 위해 소형 차량을 몰고 갔던 장교는 점령한 참호에 들어서자마자 타고온 차량이 러시아군 대전차 미사일에 파괴되는 경험을 했다. 결국 전사자를 둘러메고 도보로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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