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길 따라 ‘가을 속으로’ [김재범 기자의 투얼로지]
평창 여행의 시작은 봉평이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이자 작가 이효석의 고향이다. 소설을 읽지 않았더라도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은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는 표현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일본 소설 ‘설국’이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란 표현으로 눈과 사케의 고장 니카타의 여행충동을 일으켰다면, ‘메밀꽃 필 무렵’의 서정미 넘친 묘사는 우리를 가을 초입의 강원 산간으로 이끈다.
봉평에는 ‘이효석 문학의 숲’, ‘효석 달빛언덕’, ‘이효석 문학관’ 등 다양한 테마 관광지가 있다. ‘이효석 문학의 숲’은 소설의 정취를 느끼며 산책을 즐기도록 작품 속 장터, 충주집, 물레방아 등을 재현한 공간이다. ‘효석 달빛언덕’ 역시 책 박물관, 근대문학체험관, 문학체험관, 꿈꾸는 달, 나귀광장과 수공간, 효석광장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설의 느낌을 공간에 재현했다.
앞선 두 곳이 작품 속 이미지를 재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이효석 문학관’은 작가의 문학세계와 일생을 더 조명한 곳이다. 작가의 작품 일대기와 육필원고 유품 등을 볼 수 있다. 잘 가꾼 문학정원에선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이효석의 동상과 오밀조밀한 조형물이 어우러져 사진찍기 좋다.
한편, 봉평에서는 매년 ‘평창효석문화제’를 연다. 올해는 8일부터 17일까지 진행한다. 문학마당, 전통마당, 자연마당 등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있지만, 역시 으뜸은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밭을 거니는 것이다. 산책길을 따라 걷거나 소설 속 허생원처럼 나귀를 타는 것도 좋다. 요즘은 메밀꽃밭을 오가는 열차도 있다.
허브나라공원은 1996년에 문을 연 한국 최초의 허브 테마 농원이다. 처음 990m²으로 시작했다는데, 지금은 3만3000m²에 달하는 넓은 부지를 지녔다. 라벤더, 세이지, 메밀 등 150여 종 허브를 테마별로 나눈 10여 개 테마정원을 갖추고 있다. 셰익스피어 작품 속 허브를 모은 테마정원 등 색다른 주제도 있어 꼼꼼히 발품을 파는 만큼 재미가 배가 된다. 넉넉히 1시간 이상 시간을 들여 다양한 허브와 식물, 그리고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산책하는 것이 좋다.
●사람친화적인 다람쥐를 만나다
오대산사고지는 조선시대 실록을 보관한 곳이다. 꽤 가파른 산비탈에 호젓하게 자리해 찾아가는데 조금 고생을 해야 한다. 하지만 파란 가을 하늘 아래 산봉우리를 등에 지고 조용히 자리한 사고의 모습은 고생한 보람을 갖게 해준다.
중대사자암은 월정사 사내 암자이다. 중대 정상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으로 가는 길에 있다. 큰 암자는 아니지만 맑은 물소리의 계곡과 산허리 돌계단을 오르며 만나는 풍광이 일품이다. 특이하게도 이곳 다람쥐는 오가는 많은 여행객들로 인해 무척 ‘사람 친화적’이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종종걸음으로 따라오고, 잠시 멈추면 혹시라는 기대를 품은 시선으로 빈손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곳 가을 산행에 만날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선재길 입구에는 월정사 성보박물관이 있다. 오대산은 문수보살의 성산으로 산 전체가 불교 성지인 곳은 남한에서 오대산이 유일하다. 귀중한 불교유물과 강원 남부 60여개의 사찰 성보들이 있다.
●종려석·석순, 박쥐도 볼 수 있는 광천선굴
대화면 광천선굴은 850m 길이로 주굴 330m와 지굴(가지처럼 뻗어진 통로) 520m로 이루어졌다. 평창에서는 백룡동굴(약 1.8km)과 섭동굴(약 1.4km) 다음으로 크다. 규모도 꽤 크고 종려석과 석순, 박쥐도 볼 수 있다. 데크길과 조명을 설치해 아이나 어르신도 어려움 없이 돌아볼 수 있다.
평창|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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