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창립 35주년…유남석 소장 "시대정신 맞는 재판 실현"

접수 39건→연 3000건…"국민 신뢰·기대 점점 커져"
"헌법 뜻 구현…독립성·중립성 신뢰 높이는 데 최선"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국민 현실이 제대로 투영된 헌법 재판, 시대정신의 발전에 맞는 헌법 재판이 실현되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유 소장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열린 창립 35주년 기념식에서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한 뒤 균형 있게 검토하고 사회 변화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헌법의 새로운 지평을 모색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헌재는 1988년 9월1일 출범해 올해로 창립 35주년을 맞았다. 창립 당시 39건에 불과했던 접수 사건은 가파르게 증가해 현재 연 3000건 안팎에 달한다. 누적 접수사건 수는 올해 말 5만건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 소장은 "우리 사회 중요 현안들은 거의 예외 없이 헌재 판단을 받기 위해 사건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이는 헌재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기대가 점점 커지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간 헌재는 호주제, 집회·시위 규제, 간통죄, 대통령 탄핵, 양심적 병역거부, 낙태죄, 선거운동과 표현의 자유 제한 등 사회적으로 논쟁이 되고 가치와 의견의 대립이 심한 사안들을 결정해 왔다.

이와 관련, 유 소장은 "헌재는 사회가 당면한 갈등을 헌법적으로 조정하고 해결했다"며 "이제 헌법은 모든 국가행위의 기준이자 국민의 삶 속에 살아 숨 쉬는 규범으로 자리잡게 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급변하는 시대환경 속에서 헌법의 가치와 원리를 가장 잘 구현하는 길이 무엇인지 세심하게 살피겠다"며 "새로운 사회현상과 시대적 요구를 조화롭게 수용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유 소장은 "재판권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임을 잘 알고 있다"며 "그 취지에 따라 헌법의 뜻과 정신을 국민의 생활 속에 온전히 구현하고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욱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유 소장과 전현직 재판관, 법조기관·단체, 학계 등 각계 주요 인사와 헌재 직원이 참석했다. 슈테판 하바트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장과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AACC) 차기 의장인 워라잇 캉사시티암 태국 헌재소장의 영상메시지도 상영됐다.

par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