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2배 더 내고, 3년 늦게 받는다…연금개혁 경우의 수 '18가지'
'더 내고, 늦게 받는' 방식의 연금개혁 자문안이 나왔다. 정부위원들도 참여한 자문안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연금개혁의 밑그림이다. 어떤 방식이든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결론이다. '받는 돈'이라고 할 수 있는 소득대체율 조정은 자문위원 사이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정부는 자문안을 토대로 연금개혁 정부안을 마련한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1일 서울 코엑스에서 공청회를 개최하고 그동안의 논의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 산하 위원회로 출범해 연금개혁 밑그림을 설계했던 제5차 재정계산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13명의 민간 전문가와 기획재정부·복지부 관료 등 총 15명으로 구성됐다. 이날 공청회에선 그동안의 논의 결과가 보고서 형태로 공개됐다.
연금개혁의 밑그림은 전반적으로 재정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재정계산위는 국민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 목표로 '재정계산기간(2023~2093년) 중 적립기금이 소진되지 않도록 한다'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현행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각각 12%, 15%, 18%로 인상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각각의 보험료율은 2025년부터 매년 0.6%포인트씩 올리는 방식이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가 지난 3월 공개한 장기재정 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55년 소진될 전망이다. 5년 전 추계와 비교해 소진시점이 2년 앞당겨졌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998년 9%로 정해진 이후 한번도 조정하지 못했다. 재정계산위는 "장기적 재정 안정화를 위해 현행 보험료율을 상향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보험료율을 12%로 올릴 경우 국민연금 소진시점은 2063년으로 늘어난다. 15%와 18%로 인상하면 각각 2071년, 2082년까지 소진시점이 뤄진다. 하지만 이 역시 재정계산위가 제시한 국민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재정계산위는 국민연금 지급개시연령을 조정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현행 국민연금 지급개시연령은 2033년까지 5년 단위로 1세씩 늦춰 만 65세로 늦춰지도록 설계됐다. 재정계산위는 같은 방식으로 2038년부터 5년마다 1세씩 늘려 국민연금 지급개시연령을 최대 68세까지 연장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아울러 국민연금 기금투자 수익률을 각각 0.5%포인트, 1.0%포인트 올리는 방안도 보고서에 담았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재정안정화 방안은 보험료율 인상(12%, 15%, 18%), 지급연령 상향(68세), 기금투자 수익률 제고(0.5%포인트, 1.0%포인트) 등의 변수를 조합해 18개 시나리오로 구성됐다. 가장 '강력한' 시나리오는 보험료율을 18%로 올리고, 지급개시연령을 68세로 연장하고, 기금투자 수익률을 높이는 방안이다. 이 경우 지속가능성 목표를 맞출 수 있다.
하지만 보험료율을 18%까지 올릴 경우에는 고소득자가 보험료를 낸 것보다 덜 받게 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김용하 재정계산위원장도 "18%는 너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보험료율 15%, 수급개시연령 68세, 기금투자 수익률 1%포인트 제고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방안은 보고서에 담기지 않았다. 노후소득보장을 강조하는 재정계산위원 2명은 논의 과정에 반발하며 사퇴했다. 재정계산위는 "소득대체율은 유지안과 인상안으로 의견이 나뉘어 기명하거나 다수·소수안을 명시해 보고서에 포함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사퇴를 표시한 위원들은 제안을 거절해 보고서에 포함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재정계산위는 국민연금 지급개시연령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한 만큼 60세 미만으로 설정된 가입연령 상한도 지급개시연령에 순차적으로 일치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소득활동에 따른 노령연금 감액제도는 당분간 유지하되 장기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기초연금은 일정기준에 따라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현행 기초연금 제도는 소득하위 70%인 노인에게 지급한다.
정부는 5년마다 마련하는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오는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한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정부의 3대 개혁과제인 연금개혁은 미래세대를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하는 시대적 과제"라며 "정부는 재정계산위에서 최종 자문안을 제출하면 국민의견 수렴결과, 국회 특위 논의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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