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 앞 바이든, 연내 중동 평화합의 치적 이룰까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팔레스타인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정상화에 구체적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타협점이 없던 기존 원론에서 크게 물러난 내용인 만큼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중동 평화구상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31일(현지시간) 미국 악시오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지도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정상화 협상 때 논의할 팔레스타인 요구안을 사우디에 전달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정상화를 임기 내 중동정책의 핵심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연내 협약 체결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으나 사우디는 팔레스타인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도장을 찍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팔레스타인이 최근 사우디에 제시한 이스라엘의 양보 조건은 요르단강 서안지구 일부 지역의 통제권을 갖게 해달라는 것과 이스라엘 정부의 승인 없이 설치되는 불법 전초기지를 철거해달라는 것이다.
이는 이스라엘의 점령지 전면 철수,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삼는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의 독립국 수립 등 그간 팔레스타인이 공개적으로 제시해온 조건에서 대폭 완화된 것이다.
아랍에미리트(UAE)가 미국의 중재로 2020년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했을 때 배신당했다고 비난한 점과 비교해도 태도가 크게 다르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통해 요르단강 서안, 동예루살렘, 가자지구를 점령했다.
팔레스타인은 이들 지역을 미래에 독립국 수립을 위한 영토로 보고 이스라엘의 통치와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비판하고 있다.
전쟁으로 빼앗은 땅에 정착촌을 건립하는 행위는 국제법 위반인 까닭에 국제사회에 이스라엘의 불법성을 지속해서 주장해왔다.
이 같은 강경론은 이스라엘, 특히 강경파 정권과 접점을 찾을 수 없는 내용으로 그간 갈등악화, 폭력사태 빈발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팔레스타인이 제시한 조건들을 보면 이들에게 타협 의향이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고 주목했다.
팔레스타인이 이번 협상에서 미국, 사우디와 공조하지 않으면 본인들에게 돌아갈 이익이 거의 없다는 점을 잘 안다는 뜻이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중동 전문가 윌리엄 웨츨러는 WSJ에 “팔레스타인 지도부가 접근법에 있어 점점 실용적으로 변해간다는 긍정적 신호”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들로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외교적 정상화 전망을 그들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얻는 데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8월초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팔레스타인의 요구가 충족되고 협약에도 명시된다면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수교를 수용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의 요구가 기존보다 후퇴했다고 하더라도 이스라엘이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작년 11월 총선에서 구성한 집권연정 내에는 극우 정파와 유대교 초정통파 등 국수주의자가 빼곡하다.
현정권이 전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팔레스타인에 대해 매파적 입장을 견지하는 만큼 조금이라도 양보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최근 현지매체에서 “팔레스타인에 조금이라도 양보한다고 한다면 그건 소설”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정상화 협상을 앞두고 미국에는 팔레스타인의 정식 유엔 회원국 지위 지지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정상화를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내세울 수 있는 잠재적 외교적 성과로 주목한다.
WSJ은 팔레스타인 대표단이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정상화 현안을 추가로 논의하기 위해 다음주 사우디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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