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앞서며 리그 합산 득점 세계신 세운 호날두, 마음 한구석은 찜찜[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조남제 2023. 9. 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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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빛이 사그라지는가 했다.

퇴색의 기미를 보이면서 활동 마당을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리그로 옮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알나스르) 아니었던가.

나이를 감안했을 때, 호날두와 메시가 유럽 5대 리그로 회귀할 가능성은 아주 작다.

호날두는 리그 득점 합산 최다골 기록을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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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빛이 사그라지는가 했다. 퇴색의 기미를 보이면서 활동 마당을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리그로 옮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알나스르) 아니었던가.

그런데 아직은 끝자락이라고 하기엔 좀 이른가 싶다. 쇠멸하기 직전에 잠시 왕성한 기운을 되찾았는지도 모르겠다. 회광반조(回光返照)하듯 되살아난 몸놀림을 펼쳐 보인다. 골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했던 빼어난 골잡이답게 또 하나의 세계 기록을 세운 호날두다.

지난 8월 29일(현지 일자) 프로페셔널리그 알샤바브전(4-0 승)에서, 호날두는 포효했다. 선제 결승골을 비롯해 2골을 터뜨리며 “난 살아 있다”라고 소리 높여 외쳤다. 한창때 세계 최고 무대인 유럽 리그를 주름잡으며 ‘기록 제조기’로 성가를 드높였던 그 시절을 연상케 하는 득점력을 뽐냈다.

축구 기록사(史) 측면에서, 세계 신기록이 수립된 한판이었다. 한 선수가 몸담았던 각 국가 리그 득점을 합산한 기록에서, 호날두는 최다골 기록을 갈아치웠다. 517골. 20세기 중반 위대한 골잡이로 명성을 드날렸던 요제프 비찬(오스트리아→ 체코)과 푸슈카시 페렌츠(헝가리→ 스페인)가 함께 갖고 있던 종전 최고 기록(515골)을 두 골 능가하는 대단한 기념비적 골 수확이다(표 참조).

골 사냥터 수준에서 메시가 한 골 차 우위… 유럽 5대 리그 골 수확량에서 496:495로 앞서

호날두는 득의양양했을 법하다. 자신과 함께 ‘신계의 사나이’로 불리는 ‘영원한 맞수’ 리오넬 메시(36·인터 마이애미 CF)에게 짓눌리는 듯한 요즘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지 모를 세계 기록을 세웠으니, 웃음을 지을 만하다. 시간이 갈수록, 자신이 작성한 각종 골 기록을 깨뜨리는 메시를 보며 속이 쓰라렸을 호날두 아니겠는가.


그러나 한 꺼풀 벗기고 들여다보면, 실상은 다소 다른 듯싶다. 외형적으로는 호날두가 앞서나, 순도 면에서 보면 메시가 우위에 있음이 엿보인다.

호날두는 2002년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스포르팅 CP에서 1부리그에 입문했다. 그때(2002-2003시즌) 3골을 시작으로 22시즌에 걸쳐 517골을 터트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2003-2004~2008-2009시즌, 2021-2022~2022-2023시즌)에서 103골을, 스페인 라리가(레알 마드리드·2009-2010~2017-2018시즌)에서 311골을, 이탈리아 세리에 A(유벤투스·2018-2019~2021-2022시즌)에서 81골을,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리그(알나스르·2022-2023~2023-2024시즌)에서 19골을 각각 뽑아냈다.

메시는 2004-2005시즌 스페인 라리가 바르셀로나에서 1부 무대에 데뷔했다. 첫 시즌(2004-2005)엔 미약했으나, 갈수록 광채를 발했다. 라리가(바르셀로나·2004-2005~2020-2021시즌)에서 474골을, 프랑스 리그 1(파리 생제르맹·2021-2022~2022-2023시즌)에서 22골을,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인터 마이애미·2023시즌)에서 1골을 각각 결실했다.

겉으로 보면 분명 호날두가 앞선다. 20골로, 작은 격차가 아니다.

그러나 골 사냥터(리그) 질을 염두에 두면, 상황은 달라진다. 아무래도 유럽 5대 리그에 비해 수준이 뒤떨어지는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나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그 또는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리그를 제외하고 비교하면, 메시가 다소나마 우위에 있다. 유럽 5대 리그에서 나타난 골 수확량으로 외연을 좁혔을 때, 메시가 1골 더 많다. 메시는 496골을, 호날두는 495골을 각각 거둬들였다.

나이를 감안했을 때, 호날두와 메시가 유럽 5대 리그로 회귀할 가능성은 아주 작다. 만일 둘 모두 돌아오지 않는다면, 호날두가 메시에 역전할 가능성은 0이다. 호날두는 리그 득점 합산 최다골 기록을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랬건만 마냥 기쁨을 만끽하기엔, 마음 한구석 어딘가가 찜찜하지 않을까?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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