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단식에 ‘철회 조건은 없다’는 민주당 의원들 “尹 정권 향한 경고 메시지”
윤석열 정부의 민주주의 파괴에 ‘사즉생 각오’로 맞서겠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무기한 단식 투쟁의 ‘철회 조건’은 없다고 민주당 의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특정 목표를 내세우고 그 목표가 관철될 때까지 이어가는 게 그동안 정치권에서의 단식 투쟁 맥락이었기에 이번 이 대표의 투쟁 마침표 충족 요건이 무엇인가를 집중적으로 보는 경향이 많은데, 이러한 질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면서다.
앞서 경기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6년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 철회를 요구하며 11일간 이뤄진 이 대표의 단식 투쟁의 출구는 ‘감정적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라며 현장을 찾았던 당시 김종인 민주당 비대위원장이 열어줬었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1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단식 해제의 조건은 뭔가’라는 진행자 질문에 “조건은 없다”고 잘라 답했다. 이어 “조건을 달기보다는 대통령의 태도 변화, 정부 여당의 책임감, 이런 부분을 좀 더 강조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 최고위원은 이어진 ‘이재명 대표가 요구사항을 제시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도 “요구사항은 아니다”라며 마찬가지로 ‘단식 철회 조건’은 아니라는 맥락으로 설명했다.
민주당이 내세워 온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방류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강력한 반대 의사 표명 촉구를 명확히 하고, 이동관 방통위원장을 둘러싼 의혹 등을 기필코 해결하겠다는 이 대표의 ‘의지’로 봐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를 강조하듯 장 최고위원은 ‘국회가 가진 모든 수단을 활용했는데도 정부에 대화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최종 방법을 강구한 것 같다’던 자신의 말에 ‘그래서 이재명 대표가 단식에 들어갔다고 이해하면 되는 건가’라는 진행자 질문을 받고 “그렇다”고 답했다.
단식 투쟁 중인 이 대표도 동료 의원들과 함께 일상적 당무와 모든 업무를 함께 진행할 거라면서, “무기한 단식만 집중하겠다가 아니라 당무와 여러 의정활동을 병행하며 단식하기 때문에 더 고통스러운 순간이 많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박성준 대변인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대표의 단식 철회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진행자 질문에 “그 질문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본다”며 ‘조건은 없다’는 장 최고위원과 비슷한 맥락의 답을 했다.
이 대표가 숙고 끝에 단식 투쟁의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작할 때 그 끝을 먼저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며 투쟁이 시작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먼저 봐야 할 것 같다고 박 대변인은 밝혔다. 윤석열 정부를 향한 일종의 ‘경고의 메시지’가 담겼다는 설명이다.
박 대변인은 이 대표의 무기한 단식 선언을 ‘뜬금포 단식’이라거나 ‘직무유기나 다름없다’고 깎아내린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도리어 여당이 국회 무력화에 영향을 준다고 반박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에서 “대한민국과 국민의 삶이 이렇게 무너진 데는 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입을 뗐다. 퇴행적 집권과 정권의 무능·폭주를 막지 못했다며 그 책임을 자신이 져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다면서다. 이어 “대통령과 정권은 국민과 싸울 게 아닌 국민을 위해 싸워야 한다”며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묻는다”고 강조했다.
거듭 ‘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이 무너진다’며 윤석열 정부를 맹비난한 이 대표는 “‘사즉생’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며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밝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와 함께 ▲민생파괴와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방류에 대한 정부의 반대입장 천명 및 해양법재판소 제소 ▲전면적인 국정쇄신과 개각 단행을 촉구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천막에 마련된 이 대표 단식 투쟁 현장에서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첫날 현장 생방송도 이뤄졌다.
이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진행된 생방송에서 “우리가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며 “결국 그 책임을 지는 중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투쟁의 의미를 밝혔다. 현장에는 고민정 최고위원과 최강욱·박찬대 의원 등도 함께 했다. 영상에는 “대표님 건강하시고 힘내시라”며 “전국에서 응원하는 사람이 천지삐까리”라는 지지자의 말에 ‘감사하다’며 인사한 이 대표의 모습이 담겼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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