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동서 양손 묶인 채 숨진女…신고에도 담배만 피우다 떠난 경찰

사건 현장 2분 거리까지 출동한 경찰…담배 피운 뒤 18분 만에 복귀
경찰 "수천가구 주택가 수색에 어려움 있어"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지난달 28일 서울 미아동에서 40대 남녀가 사망한 채로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사망한 여성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현장 인근에서 담배를 피우다 떠나는 모습이 포착돼 부실 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경찰청이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28일 오전 3시 39분쯤 40대 여성 A씨로부터 112신고를 받았다. 통화에서 A씨는 작은 목소리로 "왜"라고만 말하고 신고한 이유와 위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경찰은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이 임박했을 때 발동하는 '코드1'을 발동하고 즉각 출동을 지시했다. 휴대전화 기지국 정보 조회를 마친 경찰은 순찰차 2대로 오전 3시 48분쯤 현장에서 도보로 2분 거리까지 도착했다.

그러나 채널A가 공개한 폐쇄회로(CC)TV 에는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이 순찰차를 세워놓고 담배를 피운 뒤 제대로 된 수색 없이 18분 만에 돌아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사건 당일 A씨 친언니는 최초 신고로부터 35분 후인 오전 4시 14분쯤 경찰에 "A씨가 수유시장 부근 원룸에 거주한다"고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경찰은 A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했으나, A씨의 전화기는 꺼진 상태였다고 한다.

경찰은 A씨의 신고에도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으며, A씨는 약 17시간 뒤인 오후 8시 55분쯤 가족에 의해 시신으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A씨는 양손이 청 테이프로 묶인 상태였고 얼굴에 폭행당한 흔적이 있었다. 현장에서는 번개탄을 태운 흔적과 흉기도 발견됐다.

또 A씨가 발견된 원룸에서는 남성 1명의 시신도 추가로 발견됐다. 당시 이들은 나란히 방에 누워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 휴대전화 가입과 요금 청구 주소가 다른 가족 주거지로 돼 있어 정확한 소재 파악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1초 정도의 짧은 신고 내용을 가지고 새벽 시간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으로 출동해 대응 여력에 한계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기지국 반경 내 주택이 수천 가구에 달하는 상황에서 일일이 모든 집을 탐문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면서 "35차례 전화 연결을 시도했고 비명 소리 등 단서를 포착하기 위해 수색을 멈추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편 경찰은 숨진 두 사람의 시신을 부검하고 타살 가능성까지 열어둔 채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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