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묵자’ 개그로 세대초월 소통… ‘부캐’ 꼰대희 성공, 배 아프네요”[M 인터뷰]

안진용 기자 2023. 9. 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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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 인터뷰 - MZ세대를 웃기는 X세대 개그맨 김대희
개콘 폐지 두달뒤 유튜브 론칭
‘꼰대희’ 3년만에 구독자 100만
‘완고한 아버지’ 세계관 놀이속
허심탄회 밥상 대화로 공감 사
“혼나고 싶어서 출연” 게스트도
꼰대는 기본을 중시하는 사람
“외로운 세상 밥동무” 반응 뭉클
유튜브 채널 ‘꼰대희’로 100만 구독자를 달성한 개그맨 김대희는 “꼰대희 형님을 모셔야 하는데 바빠서 제가 나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곽성호 기자

“꼰대희 형님이 이렇게 잘될 줄 몰랐습니다.” 개그맨 김대희(49)는 유튜브 채널 ‘꼰대희’의 100만 구독자 달성을 이같이 자축했다. 50대 후반 꼰대 아저씨를 콘셉트로 한 ‘꼰대희’는 KBS 2TV ‘개그콘서트’(개콘)의 인기 코너였던 ‘대화가 필요해’의 완고한 아버지를 부활시킨 일종의 스핀오프 예능이다. 김대희가 꼰대희를 연기한다는 건 모두가 안다. 하지만 김대희는 “꼰대희 형님은 제가 잘 아는 형님”이라고 그를 철저히 타자화했다. 그리고 100만 구독자도 이 스토리텔링에 동참해 즐긴다. 요즘 유행하는 ‘세계관 놀이’다. 유재석이 ‘유산슬’이라는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고릴라 인형인 ‘제이릴라’를 자신의 부캐릭터로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꼰대희’는 김대희가 평생의 일터로 삼았던 ‘개콘’이 마침표를 찍은 후 다시 쓰기 시작한 일기라 더욱 값지다. 한국 코미디의 자존심이자 신인 개그맨들의 등용문이었던 ‘개콘’은 지난 2020년 6월 막을 내렸다. 1999년 첫 삽을 뜬 후 21년 만이다. 마지막 회에서는 ‘개콘’의 장례식이 열렸다. 출연 개그맨 중 맏형이었던 김대희는 상주를 맡았다. 그렇게 김대희는 손수 ‘개콘’을 염(殮)했다. 출연료를 월급 삼던 개그맨들은 설 자리가 없었다. 당시는 코로나19가 막 시작되던 때였다. 모두가 지갑을 닫았고 개그맨들은 방송국 밖으로 내몰렸다.

위기는 기회였다. 뻔한 말이지만 그 말이 정답이기에 생명력이 길다. ‘개콘’ 폐지 후 두 달 만인 2020년 8월에 ‘꼰대희’를 론칭했고, 약 3년 만에 100만 구독자를 달성했다. 지난 8월까지 누적 조회 수는 3억8342만 회다. ‘X세대’ 김대희의 개그가 ‘MZ세대’에게도 통한 셈이다. “얼떨떨하다”는 그를 한낮의 기온이 32도가 넘던 8월 중순, 서울 합정동 JDB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났다.

“배가 아픕니다. 집에 계신 꼰대희 형님께 제가 ‘허송세월 보내지 말고 뭐라도 하시라’고 건의했는데 이렇게 성공할 줄은 몰랐죠. 그런데 저한테 별로 고마워하지도 않습니다. 자기가 잘해서 잘된 줄 압니다. 그래서 저도 동료 개그맨 김준호, 권재관, 박영진 등과 ‘포메디언’이란 채널을 열어봤어요. 안 되더군요.(구독자 1만4000명) 세상일이 마음처럼 되질 않네요.”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꼰대희는 1964년 용띠로 설정된 캐릭터다.

꼰대희는 1964년생, 용띠다. 하얀 머리칼이 희끗희끗하고, 하얀 러닝셔츠 차림으로 카메라 앞에 앉는다. 진한 부산 사투리가 트레이드 마크다. 짐짓 근엄한 표정을 짓고 초대 손님에게 “밥묵자”고 권한다. 자기보다 어린 친구가 숟가락을 먼저 들면 “어디서 버르장머리 없이!”라는 호통이 이어진다. 희화화된 캐릭터긴 하지만, 꼰대희는 예의를 가르친다. 하지만 세상은 그를 ‘꼰대’라 부른다.

“60을 바라보는 꼰대희 형님도, 50이 다 된 저도 꼰대 맞아요. MZ세대가 볼 때 옛날 사람이니까요. ‘꼰대’라는 표현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죠. 하지만 저는 ‘기본을 중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MZ세대 중에서도 ‘젊꼰’(젊은 꼰대)으로 불리는 이들이 있죠. 결국 나이가 많기 때문에 꼰대가 되는 게 아니라 사고방식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꼰대는 연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 세대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사람입니다.”

100만 구독자가 모일 것이란 꿈은 꿔 본 적도 없다. ‘개콘’을 추억하고 ‘대화가 필요해’를 기억하는 이들과 작게나마 계속 소통하고자 했다. 그런데 짜인 각본대로 움직이는 ‘콩트’라는 틀에서 벗어나자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 ‘꼰대희’는 꼰대희라는 허구의 인물이 현실 속 유명인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사실상 토크쇼다. 그러니 이야기의 흐름은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든다. 요즘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하이퍼 리얼리즘’ 개그다.

“꼰대희 형님과 처음 이 채널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10만 명만 모아보자’고 했어요. 그런데 그 목표를 달성하니 50만 명이 욕심나고, 골드 버튼(100만 구독자 인증패)을 받으면 여한이 없겠다 싶었죠. 이 채널의 구독자들을 부르는 호칭은 ‘인생 선후배님’들이에요. 구독자 연령대를 보면 10대부터 6070까지 다양해요. ‘꼰대희 형님한테 혼나고 싶어서 출연했다’는 게스트도 있죠. ‘무조건 웃기자’보다는 세대를 초월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과정이었어요.”

이 채널 안에는 여러 코너가 있다. 단연 인기 있는 코너는 꼰대희의 유행어를 차용한 ‘밥묵자’다. 지난 3년간 가수, 배우, 개그맨, 유튜버 등 줄잡아 200여 명이 그와 한 식탁에 앉았다. 초대 손님에게 ‘따뜻한 밥 한 끼 먹이자’는 것이 취지다. 혼자 고기 약 20인분을 해치운 먹방 유튜버도 있고, 소주만 3병 마시고 귀여운 술주정을 하다 간 게스트도 있다. 밥 한 술 제대로 안 뜨고 쉴 새 없이 떠들기도 한다. 그래도 괜찮다. 식구(食口)라는 말처럼, 밥상을 공유했다는 것만으로도 빗장을 내린 허심탄회한 대화가 가능했고, 그 진정성을 인정한 100만 명이 구독자가 됐다.

“대한민국 사람은 결국 밥심으로 사는 거 아닐까요? 친하지 않더라도 지나가는 말로 ‘밥 한번 묵자’ 인사를 할 정도로 대한민국은 밥에 대한 애정과 애환을 중시하는 민족이죠. 실제로 ‘밥묵자’를 틀어놓고 혼밥한다는 댓글도 꽤 있어요. 외로운 세상인데, 이 채널이 밥동무가 되어준다는 반응을 접했을 때 뭉클했습니다. 그만큼 책임감도 커졌죠.”

인터뷰가 진행된 날, 김대희는 바빴다. 국방TV ‘행군기’ 녹화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5년 6월에 진행을 맡아 어느덧 9년 차가 됐다. 그가 ‘국방TV의 유재석’이라 불리는 이유다. 군대는 그에게 남다른 의미다. 11사단 문선대에서 군 복무를 했고, 같은 사단 출신인 선배 개그맨 정찬우가 그를 개그 무대로 이끌었다. 또한 그가 청춘을 바친 ‘개콘’은 매주 일요일 밤에 방송돼 군인들이 생활관에서 꼭 챙겨보며 한 주를 마무리하던 프로그램이었다.

“‘행군기’ 이전에도 춘천 MBC ‘신나군’을 2년간 진행했어요. 그래서 요즘도 군인들을 보면 제 마음이 남달라요. 군 복무 중에 ‘개콘’을 보고 웃으며 버텼다는 이들도 꽤 있었죠. 힘든 이들에게 웃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는 기회였어요. 이 사회에는 웃음이 필요하고, 미약하나마 그 역할을 하고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개콘 시절 아내’ 신봉선, 딸로 다시 등장… ‘먹방 유튜버’ 쯔양 출연땐 제작비 위기

■ ‘꼰대희’ 출연자 베스트5

◇신봉선(조회 수 1056만 회)

개그우먼 신봉선은 KBS 2TV ‘개그 콘서트-대화가 필요해’ 시절, 꼰대희의 아내였다. 그는 이 세계관을 확장한 ‘꼰대희’ 채널에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딸로 다시 등장했다. 그의 유행어인 “뭘 쳐씨부려쌌노”도 다시 들을 수 있었다. 2020년 12월 13일에 공개된 이 콘텐츠는 100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고 ‘꼰대희’가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이후 꼰대희는 품앗이하는 차원에서 신봉선이 운영하는 채널 ‘ㄴ신봉선ㄱ’에도 출연했다.

◇쯔양(855만 회)

먹방 유튜버로 유명한 쯔양의 등장은 ‘꼰대희’의 위기였다. 밥 한 끼 먹자고 불렀는데, 먹어도 너무 많이 먹었기 때문이다. 이날 쯔양은 혼자서 고기 약 20인분에 라면, 연어회, 닭 다리 등을 먹어치운 후 “뭐 더 없어요?”라고 물었다. 엄청난 제작비를 쓴 제작진은 “지금까지 ‘밥묵자’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끝인사를 올렸다.

◇숏박스(413만 회)

‘숏박스’는 요즘 유튜브에서 가장 각광받는 개그 채널이다. KBS 공채 30기 개그맨인 김원훈, 31기인 조진세, 32기 엄지윤이 뭉쳤다. ‘개콘’의 마지막 회를 지켜봐야 했던 막내 라인이다. 하지만 현재 그들이 운영하는 ‘숏박스’의 구독자는 267만 명이다. ‘개콘’을 이끌었던 맏형과 막내들이 유튜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다시 만난 멋진 ‘투 숏’이었다.

◇김상중(349만 회)

배우 김상중이 출연했을 때 꼰대희는 가장 긴장했다. 김상중은 1965년생으로 꼰대희보다 한 살 어리다. 하지만 그는 꼰대희의 아내인 신봉선의 오빠, 즉 손윗사람으로 등장했다. 평소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꼰대희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깍듯이 그를 모셨다.

◇정준호(191만 회)

배우 정준호, 신현준이 함께 찾아왔다. 그런데 정준호가 촬영에 늦었다. 앞선 ‘식사’ 약속이 늦게 끝나서였다. 꼰대희는 말한다. “중국집에서 약속을 잡았는데 신현준만 1시간 일찍 왔다. 코너가 ‘밥묵자’인데 정준호가 중국 코스 요리를 먹고 왔다고 하더라. 꼰대의 마인드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였다. 그 엉뚱함 덕분에 더 즐거운 촬영이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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