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모란이 증손녀에게 닿을때까지 변치않는 사랑[어린이 책]

2023. 9. 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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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건너 무엇인가가 전승되는 이야기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런 가운데 유태은 작가의 그림책 '사랑이 반짝이는 정원'은 정다운 전승의 과정을 담고 있는 보기 드문 이야기다.

까다로운 관엽식물들도 푸르게 키워내는 할아버지는 주인공에게 생일 선물로 모란 화분을 선물한다.

3대의 시간을 통과해 모란 화분이 전해진 것처럼 가족의 사랑은 태평양도 넘어 전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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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책
사랑이 반짝이는 정원
유태은 글·그림│창비

세대를 건너 무엇인가가 전승되는 이야기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가족이라고 해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생활을 하지 않으며 각자의 영역과 취향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문화가 변화하기 때문이다. 수납공간이 좁아 어떤 물건도 오래 간직하기는 힘들고 가족도 종종 멀리 흩어져 살아간다. 이런 형편이니 물려줄 물건도, 물려받을 사람도 없다. 그런 가운데 유태은 작가의 그림책 ‘사랑이 반짝이는 정원’은 정다운 전승의 과정을 담고 있는 보기 드문 이야기다.

표지에는 할아버지로부터 탐스러운 모란 화분을 선물 받는 취학 전의 작은 어린이가 나온다. 책날개를 펼치면 성큼 자란 아이가 책상에 앉아 있다. 첫 장면은 주인공이 새싹처럼 어릴 때 신나게 놀던 할아버지의 정원에서 시작한다. 유태은 작가는 평소 식물을 자주 그리는 편인데 이번에도 장면마다 다채로운 꽃과 나무가 나온다. 까다로운 관엽식물들도 푸르게 키워내는 할아버지는 주인공에게 생일 선물로 모란 화분을 선물한다.

바다를 건너 이주한 주인공은 자신의 딸을 데리고 할아버지를 찾아오고 어린 증손녀도 모란 화분을 선물로 받는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이주자의 외로움이나 노년의 독립생활 같은 무거운 주제가 감당할 수 있는 온화함으로 다가온다. 3대의 시간을 통과해 모란 화분이 전해진 것처럼 가족의 사랑은 태평양도 넘어 전승된다. 대대손손 이어지는 것은 모란 화분만이 아니다. 할아버지의 줄무늬 셔츠 취향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고 노랑 카디건을 즐겨 입던 엄마의 딸은 노랑 치마를 좋아한다. 공항의 승객들도 초록 책을 읽고 할아버지의 의자와 실내화도 초록색으로 모두 같은 마음의 소유자들이다.

이 작품은 유태은 작가 자신의 이야기다. 복잡한 세상에서도 어떤 것은 변하지 않고 곁에 있음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안도감이 든다. 가족이 오래간만에 모이는 자리에서 읽기 좋은 그림책이다. 40쪽, 1만5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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