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없는 챗GPT와 춤 출 수 있을까?”…“네, 출 수 있습니다”

유민우 기자 2023. 9. 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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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6회를 맞은 국내 최대 규모의 무용제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SIDance)'엔 한국을 비롯해 9개 나라 23개 팀 196명의 무용가가 참석한다.

김혜연은 "AI가 제시하는 결과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자기만의 작품으로 가져오는 '자기화' 과정이 필수다. 챗GPT를 통해 더 편리해지는 부분이 생기는 만큼 아날로그 방식의 지식을 확보하는 꾸준한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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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세계무용축제 개막… AI 활용한 ‘이색 작품’ 주목
김혜연 ‘예술래잡기술’
몸 없는 AI와 죽음·노화 탐구
“부르면 달려오는 능력자 친구
좋은 질문 만드는 과정에 의미”
최수진 ‘Alone’
난해한 공감·위로의 감정표현
AI가 글·음성·음악으로 채워
“도움은 받지만 ‘자기화’ 필수”
김혜연 안무가의 ‘예술래잡기술’ 포스터. 인간의 신체를 담은 이미지와 생성형 AI가 만나 함께 만들어내는 결과물을 나타냈다. 서울세계무용축제 조직위원회 제공

올해 26회를 맞은 국내 최대 규모의 무용제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SIDance)’엔 한국을 비롯해 9개 나라 23개 팀 196명의 무용가가 참석한다. 이 중 인공지능(AI) 챗GPT(ChatGPT)를 활용한 안무작들도 있다. 김혜연 안무가의 ‘예술래잡기술’과 최수진 안무가의 ‘Alone’이 그 주인공이다.

‘예술래잡기술’은 “몸이 없는 기술이 함께 춤을 출 수 있을까?”란 물음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제목은 예술, 술래잡기, 기술을 합친 것으로 AI와 죽음·노화를 탐구한다는 뜻을 담았다. ‘Alone’은 ‘공감’과 ‘위로’를 키워드로 홀로 겪는 내면의 감정들을 관객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만들었다. 제목은 ‘혼자(Alone)’라는 원뜻과 ‘우리는 모두 혼자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두 안무가는 지난달 3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챗GPT를 ‘든든한 조력자’라고 표현했다. 챗GPT와 안무 작업을 함께한 소감을 묻자 김혜연 안무가는 “부르면 달려와 주는 능력자 친구가 한 명 더 생긴 기분”, 최수진 안무가는 “함께 일할 수 있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작업자”라고 표현했다.

김혜연은 “안무가 몸으로 보여진다는 점 때문에 보통 글과는 거리가 먼 예술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안무는 기획안부터 시놉시스, 안무노트, 리플릿 제작, 아카이브 등 텍스트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이러한 과정을 챗GPT와 함께 작업해 시간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었다. 특히 챗GPT와 대화하기 위해 좋은 질문을 던지는 과정에서 내가 찾고자 했던 것을 스스로 유추해보고 답해보는 시간이 인상 깊었다”고 평가했다. 최수진은 “챗GPT는 매우 강력한 언어 모델로, 사용자의 질문과 요구에 대해 창의적이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강점이다. 무엇보다 혼자서 적극적으로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했다.

특히 육체 없는 AI가 죽음·노화와 공감·위로라는 주제를 다뤘다는 점이 흥미롭다. 김혜연은 “역설적으로 몸도 영혼도 존재하지 않고 죽음을 경험할 수도 없는 AI가 감정보다는 이성과 객관적 사실을 전달해주는 방식이 오히려 이 주제를 다루는 데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최수진은 “AI의 기술은 철저히 내 춤의 표현을 더 적극적으로 완성시키는 데 사용했다. 난해하고 어려운 춤의 감정표현들을 AI가 글, 목소리, 음악으로 나타내는 것을 도와줬다. 감정이 담긴 내 춤이 AI의 도움을 받아 보다 공감과 위로가 될 수 있도록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설치 미술 등에선 기계와 AI가 적극적으로 쓰이고 있지만 공연계에선 인간의 창작에 AI가 어떤 역할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아직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챗GPT와 작업해본 두 안무가는 AI를 ‘협력자’로 봤다. 김혜연은 “AI가 제시하는 결과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자기만의 작품으로 가져오는 ‘자기화’ 과정이 필수다. 챗GPT를 통해 더 편리해지는 부분이 생기는 만큼 아날로그 방식의 지식을 확보하는 꾸준한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했다.

최수진 역시 “언어적으로 도움이 필요하거나 스토리적으로 영감이 필요하다면 AI를 수시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도 “AI가 도움을 줄 순 있지만 결국 예술을 완성시키는 것은 예술가 자신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연의 ‘예술래잡기술’은 9·10일 연희예술극장에서, 최수진의 ‘Alone’은 같은 기간 대학로예술극장 쿼드에서 볼 수 있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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