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8300억 vs 한국 450억...자살예방예산 격차 이 정도였어?
日정부 컨트롤타워 ‘어린이가족청’ 출범
韓, 복지부 교육부 여가부 부처별로 흩어져
자살대책기본법 수립 안되고 사각지대 생겨
일본은 지난 4월 ‘아동‧청소년의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하자’는 뜻에서 어린이가정청(こども家庭庁)을 출범시켰다. 어린이가정청은 저출산 대책을 비롯해 아동‧청소년 자살 대책을 시행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다. 특히 지난해 초‧중‧고생 자살자 수가 514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아동과 청소년 자살대책의 실무를 맡는 자살대책실도 새롭게 편성됐다.
일본의 자살대책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자살대책추진센터’의 시미즈 야스유키(51) 대표는 “기존 자살 대책은 후생노동성이 했고 학교 내 자살대책에 한해서는 문부과학성이 했는데 이렇게 되니 학교 밖 학생들이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며 기존 자살 대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시미즈 대표는 “어린이 가정청은 이에 대한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기관이며 후생성-문부성을 지휘할 수 있는 주무 부처가 돼 자살 대책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어린이가정청은 자살 관련 대책을 시행하고 있는 각 부처들을 종합해 연락회의를 개최하고 올해말까지 수립 예정인 아동청소년육성추진 대책에 자살대책을 구체적으로 포함할 계획이다. 연락회의는 지난 4월 27일 첫 회의를 열었으며 관련 부처들이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자살 대책 관련 부처가 흩어져 유기적인 정책 연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21년말 발간한 ‘10대 청소년의 정신건강 실태조사 보고서’는 현재 자살예방 등 청소년 정신건강 증진사업에 교육부‧여가부‧복지부 등이 함께 하지만 기관 간 서비스가 분절적이고 단편적으로 구성돼 원활한 연계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예산 부족에 따른 인프라와 전문인력의 부족은 모든 부처가 직면하고 있는 공통현안인 만큼 정신건강 서비스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유일한 해법은 부처별 사업을 총괄하는 최상위 조정기구의 운용이다”고 밝혔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본부장도 “복지부의 경우 ‘과’ 단위의 자살예방정책과인데다 담당 과장마저 주로 막 승진한 서기관이어서 힘이 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자살 대책 관련 예산 규모는 양국의 격차가 약 20배에 이른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일본의 2021년 자살 대책 관련 예산 규모는 8300억원인 반면, 국내 관련 예산은 약 450억원에 불과하다.
양두석 안실련자살예방센터장은 “국내 자살예방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은 전무하며, 2021년 출범해 자살예방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정부 예산으로 운영 중이지만 열악한 수준”이라면서 “주세와 복권기금, 응급의료기금 등을 이용해 최소 3000억원 수준으로 증액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체계적인 자살예방 대책 시행을 위해 자살대책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일본은 2006년 의원입법으로 자살대책기본법을 제정한 뒤 2016년 대폭 개정해 현재의 기본법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자살예방종합대책을 수립한다.
반면 한국은 일본의 자살대책기본법 대신 자살에 대한 국가 책무와 예방정책의 필요사항을 규정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이 있지만 근본적인 자살 대책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평가다.
현명호 중앙대학교 교수는 “자살은 단순히 예방적 측면만이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유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도 나름의 순기능을 하고 있지만, 사회시스템을 활용한 맞춤형 자살방지 대책을 담아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임삼진 생명존중시민회의 상임이사도 “범국가적으로 종합적 대응체계 구축, 지역 중시 등 자살대책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유일한 대안은 아니지만 꼭 필요한 상징적인 입법이 자살대책기본법”이라면서 “시민사회가 요구해 온 대통령 직속 자살대책위원회 설치도 결국에는 이 법에 담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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