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의 두 얼굴 "두통 유발 vs 완화"... 어떻게 마셔야하나
모닝커피를 즐기던 사람이 어쩌다 아침에 한 잔을 건너뛰면 관자놀이가 욱신거리기 시작하면서 머리가 아플 수 있다. 안 마셔도 문제지만 평소보다 커피를 많이 마셔도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에 커피 한 잔은 일부 편두통 증상을 멈추게도 한다.
그렇다면 커피는 두통의 원인일까 아니면 치료제일까. 이를 놓고 그동안 과학자들은 여러 연구를 실시했다. 결론은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도 아니면 충분치 않아도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커피의 주성분인 카페인 때문이다.
미국 뉴욕시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대 신경학과 교수인 리차드 립튼 박사는 과학 전문 매체 '라이브사이언스(Livescience)'와의 인터뷰에서 "카페인을 이해하는 열쇠는 카페인이 일반적인 성분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페인은 자극적이고 혈관을 수축시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뇌 활동을 빠르게 하고 머리의 정맥이 좁아지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은 두통과 관련해 카페인의 역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두통 유발자이자 완화제로서의 역할 모두를 말이다.
즉, 카페인이 뇌혈관을 좁히는 효과가 있어 과도한 혈류 탓에 생기는 두통을 완화한다. 하지만 문제는 카페인에 익숙한 사람에게 생긴다. 평소 카페인 덕분에 혈관이 수축됐던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혈관이 확장되면서 혈류가 뇌로 몰리며 두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평일에 커피를 달고 사는 직장인이 주말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두통에 시달리는 이유다.
|두통 완화하는 카페인|
카페인은 금단 두통을 완화하거나 편두통을 멈추게 하는 능력이 있다. 카페인은 엑시드린과 같은 두통 전용 치료약을 포함한 여러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 등 두통 치료제의 성분이다.
전문가들은 "카페인은 그 차체로 진통제는 아니지만 진통제와 결합했을 때 더 효과적으로 만든다"고 말한다. 진통제와 카페인의 시너지 효과는 아직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것은 뇌 안에서의 카페인 활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카페인 분자는 뇌와 척수에 있는 아데노신 수용체와 결합한다. 일반적으로 RNA와 신체 세포가 사용하는 주요 화학 연료의 구성 요소인 아데노신은 카페인에 의해 차단된다. 아데노신은 신경 활동을 느리게 하지만, 카페인은 오히려 증가시킨다.
아데노신은 혈류를 증가시키고 혈관을 넓히는 반면 카페인은 혈관을 수축시키는 작용을 한다. 일부 두통은 부분적으로 머리의 혈관 확장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혈관 수축제로서의 카페인이 두통을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한다.
또한 아데노신은 통증 전달에 복잡한 역할을 하며 때로는 통증 신호를 잠재우거나 촉진하기 때문에 카페인은 이 신호를 방해함으로써 두통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카페인과 함께 아세트아미노펜과 같은 진통제를 복용할 때 더 빨리 흡수되고 그 효과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스탠포드 헬스 케어(Standford Health Care)에 따르면 카페인의 진통 능력은 사람들이 보통 얼마나 많이 섭취하느냐에 따라 매우 다르다. 사람들은 잦은 카페인 사용으로 내성이 생기고 카페인 효과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는 두통 완화 효과를 없앤다는 것이다.
|두통 유발하는 카페인|
반대로 카페인은 두통을 유발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평소보다 적게 섭취할 때와 너무 많이 섭취할 때 둘 다이다. 평소 보다 적게 섭취할 경우 카페인이 매일 사용되면서 뇌의 구조를 바꾸기 시작하기 때문에 두통이 발생할 수 있다.
립튼 박사는 "만성적으로 카페인에 노출될 때 카페인이 주변에 있지 않는 한 뇌는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구에 따르면 정기적인 카페인 섭취는 사람의 뇌에 있는 아데노신 수용체의 수를 증가시켜 아데노신 효과에 더 민감하게 만든다.
금단 두통은 우리 몸이 일상적인 카페인과 함께 오는 혈관 수축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발생하는데, 카페인이 없으면 혈관들이 갑자기 부어올라 두통을 일으킬 수 있다. 좋은 소식은 일단 카페인을 섭취하면 이런 두통이 사라지거나 카페인 섭취 없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뇌의 아데노신 수용체 수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과도한 카페인 섭취 또한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두통은 카페인 과다 복용의 많은 부작용 중 하나며 일부 편두통 환자들에게 실제로 일부 연구에서 카페인이 음료는 두통을 촉발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 적정 섭취량은?|
안전을 위해 미국식품의약국(FDA)은 건강한 성인들이 카페인 섭취를 하루에 4, 5잔의 커피에 해당하는 400㎎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카페인에 대한 개인들의 민감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카페인은 확실히 양날의 칼"이라고 말한다. 기분을 좋게 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며 때로는 통증을 멈추게 할 수 있지만 과도한 섭취와 의존은 욱신거리는 두통의 원인이 된다.
식품의품안전처가 권고하는 하루 카페인 섭취량도 FDA와 같은 400㎎. 커피 전문점에서 파는 아메리카노 한 잔(355㎖)에는 카페인이 120~200㎎정도 들어있다. 하루 두 잔 이내가 안전하다. 카페인은 커피에만 있는 게 아니다. 콜라(한 캔)에 45㎎, 초콜릿(30g)에 16㎎, 녹차(한 잔)에 40㎎이 있다. 다른 음식으로 섭취한 양도 잘 가늠해야 한다.
사람마다 카페인을 분해하는 속도 차이도 크다. 건강한 성인은 6, 7시간 정도면 섭취한 카페인 대부분을 분해한다. 그러나 흡연을 하거나 다른 약을 복용하는 경우 시간이 길어진다. 어린이나 간이 많이 손상된 사람은 3, 4일 남아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미 카페인에 중독돼 '주말 두통'에 시달리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일반 커피를 몇 주에 걸쳐서 천천히 디카페인 커피로 대체, 카페인 섭취량을 줄이면 카페인 금단 증상으로 인한 두통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권순일 기자 (kstt77@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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