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뒤태' 찍는 고졸 CEO 스타트업, 투자사들이 베팅한 까닭

최태범 기자 2023. 9. 1.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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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머니]반려동물 홈케어 '라이펫' 운영사 십일리터, 시드 브릿지 투자유치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중이 늘고 지출 비용도 증가하면서 '펫코노미(Pet+Economy)'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존에는 반려동물 관련 용품이나 사료·간식 등 소비재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반려동물의 건강 전반을 관리하는 헬스케어 시장도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건강을 관리하기 위한 인프라나 수의(獸醫) 환경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진료가 필요한 반려동물의 증가세에 비해 동물병원 수는 부족하고, 병원별 진료비 편차도 커 반려동물 보호자가 겪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대기업은 물론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반려동물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든 가운데, 최근 시드 브릿지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 발판을 닦은 반려동물 홈케어 솔루션 '라이펫(Lifet)' 운영사 십일리터의 행보가 눈에 띈다.
강아지 뒤태 1.5만장으로 데이터셋 구축

김광현 십일리터 대표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2021년 설립된 십일리터는 집에서도 반려동물의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솔루션 '라이펫'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라이펫에 등록된 반려동물 수는 2만2000마리, 누적 건강체크 수는 2만7000건에 달한다.

라이펫은 △20가지 문항으로 10개 부위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비대면 문진' △스마트폰 사진 1장으로 질병의 유무와 진행 정도를 판단하는 'AI 건강체크' △일대일로 수의사의 최종 소견을 제시해주는 '온라인 상담' 등 크게 3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반려동물의 종합적인 건강상태를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3분 만에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십일리터는 직접 강아지 5000마리의 뒷모습 사진 1만5000장을 찍어 데이터셋을 구축했다.

질병을 판단하려면 보통 엑스레이나 CT를 찍어야 하지만 라이펫은 스마트폰으로 찍은 반려동물 뒷모습 사진 1장만으로도 슬개골 탈구를 알 수 있다. 이 서비스는 동물용 의료기기 임상시험을 통해 민감도 97.6%, 특이도 98.8% 등 높은 진단 정확도를 인정받았다.

단순 탈구 의심 정도로 판별만 해주는 게 아니라 심각성도 알려준다. '왼쪽 다리 관절에 이상이 있을 확률이 높다' 정도의 결과를 넘어 라이펫에서는 '슬개골 탈구가 3기일 가능성이 76%'라는 구체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육안으로도 다리가 휜 게 확인되는 3기뿐만 아니라 1~2기에도 조기 판별이 가능하다. 십일리터는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 6월 투자용 기술 신용평가(TCB)를 통해 기술특례상장이 가능한 수준인 TI-3 등급을 획득했다.

지난 7월에는 구강 사진 1장으로 치은염과 치주염의 유무와 진행 정도를 예측하는 서비스를 공개하는 등 AI 건강체크의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영양제, 기능성 사료, 의료기기 등을 판매하며 건강 관리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십일리터의 창업자인 김광현 대표는 아직 고졸이다. 대학 마지막 학기를 남기고 휴학 후 다양한 기업에서 인턴십을 경험했다. 특히 AI 데이터셋 구축 업체에서 수어 자동 번역 솔루션의 데이터를 만들었던 경험이 AI 건강체크 서비스를 개발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투자사들 "글로벌 공략할 수 있는 기술력"
한치원 IPS벤처스 대표
이번 시드 브릿지 투자에 참여한 투자사들은 글로벌을 바로 공략할 수 있는 십일리터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다. 수의학과 출신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의 역량과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셋도 뛰어난 경쟁력으로 인정했다.

현직 변리사인 한치원 IPS벤처스 대표는 "반려견들이 대부분 경험할 수밖에 없는 슬개골 탈구 문제로 먼저 접근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봤다"고 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아직 수의사의 원격진료가 법적으로 조금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해외에서는 가능한 모델이다. 앞으로 해외진출을 어떻게 잘 해낼지, 국내에서는 규제가 풀리면 사업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부분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글로벌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수준의 기술력에 가점을 줬다. 한 대표는 "사진 1장으로 진단한다는 것 자체가 이용자들에게는 엄청난 편리함을 주는 것"이라며 "시장을 좁게 보지 말고 공격적으로 해외진출에 속도를 낼 것을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훈 스타벤처스 팀장은 "슬개골 탈구는 초기에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병이 아니다. 3~4기 정도 때 확인하면 막대한 수술비가 들어가게 된다"며 "이것을 미리 알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많은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유입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십일리터가 반려동물 영양제 등 건강 관리 영역으로 사업모델을 확장한 것도 유의미하게 평가했다. 그는 "사람들도 심리적 측면에서 영양제를 먹는 경우가 많다. 반려동물에서도 이런 소비 경향이 있어 향후 십일리터의 비즈니스 모델이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팀장은 십일리터가 글로벌을 공략하기 위해선 보다 다양한 해외 품종의 반려동물에 대한 데이터셋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해외에서 많이 발생하는 유전병이나 질병들을 파악하고 연구개발을 통해 확장을 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건강 확인 서비스를 어떻게 커머스로 연결시키고 이용자들을 유입시킬 것인지가 십일리터의 과제"라며 "반려동물이 아프다고 했을 때 '바로 이것이 해결책'이라는 서비스로 확장해 나가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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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범 기자 bum_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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