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 PE가 버린 쏘카 지분, 3배 비싸게 사야 했던 롯데렌탈… 이참에 지분 확대

김남희 기자 2023. 9. 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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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주주 측 풋옵션 행사에 현 주가 3배 이상 가격에 매입
롯데렌탈 주주들은 “남 좋은 일만 한다” 속앓이
쏘카 광고 모델인 배우 탕웨이. /쏘카

롯데렌탈이 차량 공유 기업 쏘카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쏘카 상장 전 체결한 계약에 따라 최근 쏘카 최대주주 측 지분 일부를 현 주가보다 세 배 이상 비싼 가격에 떠안은 후, 아예 쏘카 2대 주주인 SK(주)의 지분(17.91%) 전량을 인수했다. 지분율이 약 15%까지 높아지자, 롯데렌탈이 쏘카 경영권 인수를 염두에 두고 지분을 아예 더 높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SK(주) 지분 매입 후 롯데렌탈의 쏘카 지분율은 32.91%가 된다. 쏘카 최대주주 측 지분(39.51%)에 6.6%포인트 차이로 가까워진다.

앞서 쏘카 주가가 지난해 8월 상장한 지 1년 후에도 공모가(2만8000원)의 절반 수준에서 맴돌면서 쏘카 주요주주와 최대주주 사이에 지분 떠넘기기가 벌어졌다. 4대 주주였던 사모펀드 운용사 IMM PE(아이엠엠프라이빗에쿼티)는 투자 당시 계약에 따라 현 주가보다 세 배 이상 높은 가격에 쏘카 보유 지분 절반을 최대주주 측에 넘겼다. 쏘카 최대주주 측은 이 중 상당 물량을 다시 3대 주주인 롯데렌탈에 팔았다. 롯데렌탈로선 쏘카 상장 후 주가 하락으로 현 주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어쩔 수 없이 지분을 사야 한 셈이다.

쏘카 주가는 2023년 8월 22일 상장 후 내내 공모가(2만8000원)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 쏘카 상장 후 주가 부진…IMM PE, 풋옵션 행사로 투자금 일부 회수

IMM PE는 쏘카 상장 후 투자금 평가 손실이 커지자, 쏘카 최대주주 측에 과거 계약 조건대로 주식을 되사줄 것을 요구하며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 IMM PE 산하 특수목적회사 헤르메스투유한회사는 8월 22일 쏘카 보유 지분 7.39% 중 절반인 3.70%(121만1898주)를 풋옵션(주식 매수 청구권) 행사를 통해 쏘카 최대주주 측인 유한책임회사 에스오피오오엔지(소풍)에 매각했다.

쏘카는 지난해 8월 22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 위로 올라간 적이 한 번도 없다. 7월 26일엔 상장 후 최저가인 1만2220원(종가)까지 떨어졌다. 쏘카는 성공한 스타트업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막상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는 수차례 굴욕을 겪었다.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에서 경쟁률이 저조했던 영향으로 공모가는 희망 공모가 범위(3만4000~4만5000원)보다 한참 낮은 가격에 결정됐다. 사업 자금이 급해 상장을 강행한 결과는 공모가보다 더 떨어진 주가였다.

쏘카 최대주주는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지분 83.33%를 갖고 있는 유한책임회사 에스오큐알아이(소쿠리)다. 올해 6월 말 기준, 에스오큐알아이가 쏘카 지분 18.97%를 보유 중이다. 유한책임회사 에스오피오오엔지는 쏘카 최대주주인 에스오큐알아이의 100% 자회사로, 쏘카 지분 8.46%를 갖고 있다. 최대주주 측 지분이 39.51%다.

IMM PE 측은 쏘카 상장 두 달 전인 지난해 6월 에스오피오오엔지와 쏘카 주식을 주당 4만5172원에 팔 수 있는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풋옵션은 주식을 미리 정해둔 가격으로 특정 시기에 팔 수 있는 권리다. 쏘카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는커녕 1만 원대 초·중반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IMM PE 측이 풋옵션을 행사해 투자금 일부 회수에 나선 것이다. 쏘카 최대주주 측으로선 21일 종가(1만3000원) 대비 3.5배가량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사야 했다.

최진환 롯데렌탈 대표. /롯데렌탈

◇ 롯데렌탈, 쏘카 최대주주 지분 비싸게 떠안은 후 2대 주주 지분도 전량 인수

IMM PE가 쏘카 최대주주 측에 비싸게 판 이 매각 물량의 대부분은 결과적으로 롯데렌탈로 넘어갔다. IMM PE 측이 에스오피오오엔지에 풋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판 것과 같은 날, 롯데렌탈은 에스오피오오엔지의 풋옵션 행사로 쏘카 주식 3.21%(105만2000주)를 장외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매입가는 주당 4만5172원이다. 최대주주 측으로부터 현 주가보다 세 배 이상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9월 22일 거래가 완료되면 롯데렌탈의 쏘카 지분율은 지난해 8월 쏘카 상장 직후 11.81%에서 14.99%로 높아진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3월 쏘카 지분 13.29%를 1746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쏘카 최대주주인 에스오큐알아이와 에스오피오오엔지는 쏘카 상장 후 주식 보호 예수 기간 만료일로부터 6개월 안에 발행회사 주식의 최대 5%를 롯데렌탈에 매수 청구할 수 있는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또 쏘카 최대주주 측이 보호 예수 기간 만료일로부터 1년 동안 쏘카 주식을 제3자에게 팔 경우, 롯데렌탈이 우선 매수권을 갖는다는 계약도 맺었다. 당시 롯데렌탈이 쏘카 지분 매입 목적으로 ‘종합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역량 강화’를 내세운 만큼, 향후 쏘카 경영권 인수 가능성을 감안해 최대주주 측 풋옵션 조건을 받아들였다는 관측이 나왔다.

롯데렌탈 주주 사이에선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남 좋은 일만 한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롯데렌탈도 2021년 8월 상장 후 단 하루도 주가가 공모가(5만9000원)를 넘은 적이 없다.

롯데렌탈은 최대주주 측 지분 매입 후 약 열흘 만인 8월 31일, SK(주)의 쏘카 지분 17.91%(587만2450주)를 1321억3012만5000원에 전량 매입한다고 밝혔다. 주당 매입가는 2만2500원이다. 8월 30일 종가(1만5200원)보다 7300원 높은 수준이다. 롯데렌탈은 두 차례에 걸쳐 SK(주) 지분을 장외 매입한다. 1차로 293만6225주를 9월 14일 매입하고, 남은 절반을 내년 9월 13일까지 매입할 예정이다. 2차 주당 매입가는 2만2500원~2만7300원 사이에서 결정된다.

롯데렌탈은 쏘카에 첫 지분 투자 당시 한때 쏘카 경쟁사였던 자회사 그린카와의 시너지를 만들어 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린카는 현재 존재감 없이 사실상 방치된 상태란 평가를 받았다. 롯데렌탈이 2대 주주로서 쏘카 경영에 영향력을 더 행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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