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신혼여행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결혼한 지 한 달이 된 친구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어쨌든 그 친구가 제게 연락한 목적은 그전에 동창끼리 뭉쳐 근황이나 나누자는 것이었습니다.
"일본은 너무 가깝지 않냐? 신혼여행 인생에 딱 한 번 가는 건데 다시 생각해 봐라" 말다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무감하게 지나칠 만한 하루의 순간과 미묘한 서로의 변화를 느끼고, 그 찰나를 양분 삼아 살아가기 위함이 '신혼여행'입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결혼한 지 한 달이 된 친구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일본으로 신혼여행을 떠난답니다. 좋겠다고 답했더니, 그게 전부냐고 되묻습니다. 제가 이렇습니다. 어쨌든 그 친구가 제게 연락한 목적은 그전에 동창끼리 뭉쳐 근황이나 나누자는 것이었습니다. 고백합니다. INTP인 저는 모임 장소에 도착하기 전까지도 약속을 어떻게 회피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친구라는 게 막상 만나면 좋긴 한데, 또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괜히 푸근해진 서로의 외모만 품평하다가 신혼여행 이야기로 주제가 좁혀집니다. 이때부터 이 모임의 첫 번째 과녁판은 직업이 여행기자인 제가 됩니다. 어디가 제일 좋았어? 추천해? 음식은? 가격은? 깨끗해? 경비는? 치안은? 환승은? 숙소는? 벌레는? 옷차림은? 안 더워? 사실 저는 신혼여행 준비의 결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결국, 부부가 원하는 곳을 알아서 잘 선택할 겁니다. 좀 더 정확히는 아내가 바라는 곳을 선택해야 편할 겁니다. 이제 막 결혼한 유부남이라면 본능에 따라 위아래로 끄덕이기만 하면 됩니다.
이윽고 일본으로 신혼여행을 간다는 친구가 두 번째 과녁판이 됐습니다. 저는 불현듯 속으로 질문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입 밖으로 그 질문을 꺼내지 않길 바랐습니다. 그런데 어느 한 놈이 저질러버리고 맙니다. "일본은 너무 가깝지 않냐? 신혼여행 인생에 딱 한 번 가는 건데 다시 생각해 봐라…" 말다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아내랑 다시 상의해 봐야겠네"라며 넘긴 두 번째 과녁판 덕분입니다. 잘 살 것 같습니다.
여행은 깊고 끈끈한 기억을 만드는 가장 확실한 수단입니다. 우리는 낯선 환경에 본능적으로 예민해지기 때문입니다. 무감하게 지나칠 만한 하루의 순간과 미묘한 서로의 변화를 느끼고, 그 찰나를 양분 삼아 살아가기 위함이 '신혼여행'입니다. 사랑이 팽배한 순간이라면 거리는 시간의 차이일 뿐입니다. 남의 신혼여행에 소금을 뿌려댄 그 친구는 다행히도 미혼입니다. 누군가와 사랑을 약속할 때가 된다면, 분명 그날의 소금을 반성할 겁니다.
어느덧 수많은 부케가 떠오르는 가을이 다가옵니다. 그에 맞춰 9월의 <트래비>는 사랑을 나누기 좋은 여행지들을 담았습니다. 이제 최종 마감까지 단 30분, 마음이 켕깁니다. 이번 레터, 제가 쓰고도 조금 느끼합니다. 사랑을 '사랑'이라 적나라하게 적는 것이 언제 익숙해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트래비> 강화송 팀장
Copyright © 트래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임시공휴일 소식에 해외여행 예약 급증, 추천 여행지는? - 트래비 매거진
- 기타큐슈에서 놓치면 안 될 볼거리 모음.zip - 트래비 매거진
- 관광청이 직접 알린 하와이 여행 가능 지역 - 트래비 매거진
- 청주 맛집? 뭐, 어디든 먹을 만은 해유 - 트래비 매거진
- 오션 뷰 뺨치는 사찰 뷰, '호텔 쿠우 교토' - 트래비 매거진
- 스산함이 감도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싱가포르, 할로윈 호러 나이트 - 트래비 매거진
- ‘꿈카’로 완성한 DIY 해남여행 - 트래비 매거진
- 여행기자의 비법 공개 | 특가 항공권 얻는 ‘꿀팁’ 총정리 - 트래비 매거진
- 광주 여행의 또 다른 키워드 ‘커피’ - 트래비 매거진
- 하반기 해외여행, 2가지 트렌드는? - 트래비 매거진